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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안경을 쓰게 되다니..

by 포데로샤


어릴 적에 안경이 정말 쓰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무렵이었다. 결막염이 와서 안과를 찾았고, 그때 눈에 문제가 있었던 상황이긴 했는데 시력검사를 할 때 보이는 걸 몇 개 더 안 보인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안경 처방이 나왔다.


막상 안경을 써 보니 보기에만 그럴듯할 뿐 불편한 게 이만저만 아니었다. 어지럽기도 하고, 콧등 위에 얹힌 코패드는 왜 이리 무겁고 답답하게 눌리는지. 그렇게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교 4학년 때까지 안경을 썼다.


시력이 떨어졌던 것은 결막염 때문이었을까. 내 눈 시력은 입사 언저리에 다시 회복되었다. 당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 부분은 사실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이 거꾸로 가듯이, 다시 시력이 좌 1.5 우 1.2까지 살아났고 근래까지도 유지되었다.


물론 노력한 건 있었다. 이후에도 나만의 관리법을 썼다. 옮겨 다닌 기관마다 주변에 산이 있어서 쉬는 시간에는 푸르른 나무들을 보려고 노력했다. 멀리 보고 제일 높이 있는 나무를 따라서 눈으로 선을 그렸다. 그렇게 하면 눈의 피로도 풀리고 멀리 있는 것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 덕인지 눈이 멀쩡했고, 노안의 불편을 호소하는 와이프나 친구 녀석의 이야기를 들어도 남 얘기처럼 여겼다. 그랬던 내가.. 최근 들어 눈의 문제를 느꼈다. 사무실에서도 컴퓨터를 종일 보고, 어느 장소에서도 스마트폰이나 패드를 자주 들여다보고 있어서 그런지 가까이하면 글씨가 안 보이고 조금 띄우면 잘 보이는 증상이 나타났다.


아내가 새로 산 안경테에 알을 바꿔야 해서 어제 안경점 갈 때 따라가 점검을 받았다. 왼쪽 눈은 여전히 좋은데, 오른쪽 눈이 나빠지면서 한 쪽만 혹사해서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그동안에도 문제는 있었지만 어느 정도 커버가 되었던 것이라고 했다. 안경사 앞에 앉아 이 알 넣었다 저 알 넣었다 하면서 점검을 마치고, 결국 다초점렌즈를 넣은 안경으로 결정했다.


나이 들어도 눈 관리 잘해서 불편 없이 도서관이나 다니면서 책 읽으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노화는 피해 갈 수 없나 보다. 다시 관리나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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