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가스폭발 사고 구호활동 후기

by 포데로샤

재난 사고는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4월 13일 새벽 4시 청주시 봉명동의 한 식당에서 LP가스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른 아침, 휴대폰으로 재난문자가 도착했다. 안전문자에 사고 장소가 적혀 있어 주소지를 검색해 봤다. 내가 아는 S 아파트 바로 앞이었다.

사진 출처 : 뉴스 1


지사에 소속된 봉사회 중에 청나봉사회가 있다. S아파트를 중심으로 반찬봉사와 나눔을 활발하게 해서 예전에 나도 여러 차례 이 아파트를 방문했었다. '봉사원 집은 괜찮으려나'하는 걱정을 떠올렸는데, SNS에서 "전쟁이 난 줄 알았다", "폭발음이 멀리까지 퍼졌다."는 소식이 올라와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월요일 업무가 시작되는 시간, 도청에서 구호복지팀으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가동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사고를 당한 사람은 겁이 나고 불안하다. 마음 구호를 빨리 받으면 일상 회복에 도움이 된다. 재난심리 담당자는 활동가들에게 연락해 출동이 가능한 요원 모집에 들어갔고, 현장에도 나갔다.


오후가 시작되고 나는 처장님과 사고현장을 찾았다. 주변 큰 도로에는 경찰버스가 여러 대 주차된 게 보였고, 골목 통행로에는 경찰관이 길을 통제하고 있었다. 사고현장 가까이에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었고,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는 상황실이 꾸려져 공무원, 소방관들이 움직이고 있었으며, 취재 나온 기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여러 동에 걸쳐 이렇게 많은 유리창이 깨진 것은 처음 보았다. 초토화라고 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파손된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파트 베란다에는 철거업체 직원들이 나와서 새시에 붙어 있는 유리를 마저 제거하고 있었고, 폭발이 난 식당 앞에서는 집게차가 도로에 쌓인 파손물을 폐기물 차에 옮겨 담고 있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실은 피해를 접수받는 창구로 바뀌었다. 그곳 유리창도 깨져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피해를 접수받는다는 걸 알게 된 인근 주민들이 찾아들었다. 그곳에서 봉사원 한 분을 만났다. 사고 현장에서 40미터 떨어진 곳에 사시는데, 주택 주차장 셔터가 다 주저앉았다며 사진을 보여주셨다.


50대 중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여성 분이 구호조끼를 입고 있는 내게 다가와 심리상담을 받고 싶다며 물어보셨다. 재난심리 담당직원을 찾아 곧바로 연결해 주었다. 그 사이 청주시청에서는 H초등학교 강당에 이재민 쉘터와 응급구호품을 지원해 달라고 사무실로 요청하였다.


얼마나 많은 인력이 밤에 쉘터로 이동할지는 당시로서는 명확하게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사무실 직원들은 요청받은 텐트 70개를 준비해 H 초등학교로 이동했다. 학교 강당에 쉘터를 10개 정도 설치했더니, 공간의 절반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더 설치할 수 있도록 한쪽에 준비해 놓았다.


또한 응급구호품 세트도 남녀, 대소를 구분해 미리 준비해 두었다. (파란색이 남성, 빨간색이 여성용이다). 예를 들어 남성용 응급구호품세트에는 담요, 칫솔, 간소복, 슬리퍼, 러닝/팬티, 세면용품, 수건, 면도기 등 긴급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용품이 담겨 있어 개인별로 지급된다.


집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대피소 이동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집에 가서 치우고 자겠다는 사람, 자녀나 부모 집으로 가겠다는 사람, 숙박업소로 가겠다는 사람 등 다양하다. 실제 1일 차에는 대피소에서 잠을 잔 가구는 한 가구 정도였다. 그럼에도 재난상황에서 적극 대응한다고 지나칠 이유는 없다.


이재민과 자원봉사자 식사의 경우, 단체급식 요청이 들어오면 적십자에서 이동급식차량과 자원봉사자들이 출동한다. 이번에는 인근에 식당이 많은 도심지역이어서 그런지 행정기관에서는 급식 쿠폰을 준비했다. 아마도 주민들은 인근 식당을 이용해 식사를 해결하였을 것이다.


나는 H 초등학교에 가서 쉘터를 확인한 뒤에 사무실로 복귀했다. 이재민 대피소 쉘터와 미사용 구호물자는 다음날 회수되었다. 재난심리 현장 상담은 계속 운영되고 있다. 가스 폭발로 부상자가 16명 발생했지만, 그보다 피해접수가 400건이 넘을 정도로 재산 피해와 주민의 불편이 커 보인다. 사고 원인도 파악하고, 손해를 산정도 해야 한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속히 복구되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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