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실린 땀의 기억

소리가 분리되었던 기억, 혁명은 문자 몇 마디의 추억으로 마감되었지만.

by 차렷 경래


책에 실린 땀의 기억

김경래


책을 이제서야 받아 보았다. 여름 한창 글자 고문에 시달린 기억이 해거름처럼 기어든다. 발 폭 만큼 인내심에라도 기대야 할 이 진한 탈수증이 그해 8월 한달, 눌러앉은 방석 주위에 스물스물했다. 지식의 출근을 함부로 막지 못한 백 명의 싯구들이 각양의 모양새로 다드미질 해 각진 자세로 행인을 끌고 있구나. 촌철살인이 거리감을 달리할 뿐, 책갈피 단풍잎에 오자 탈자 처럼 방조되어 있다. 인식이 불투명한 작은 이파리 내부의 핏줄들이 내공을 도배하고 있고, 내 책갈피에 봄이 다시 달짝였다. 책과 나와 그대는 평면 유리에 올라탄 오래된 이끼 같이 아무도 없어도 누구를 기다리지 않는다.


협착증으로 쪼그라든 고백을 오래하지 못하는 건, 내외부의 검증 안 된 온도 측정기 때문이다. 소리가 분리되었던 기억, 혁신은 문자 몇 마디의 추억으로 마감되었다. 찜기와 개구리의 역학적 공생이랄지 약탕기를 빗대고 등줄기 계곡 줄기를 읊어야 한다. 피폭된 문자의 마디마디 실종과 피부와 땀의 관계를 소리 내 읊을 때, 상관있는 방울이 다시 피부 1 마이크로 밀리 관을 통과한다.

이전 14화골방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