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또 다른 그리움

이곳에선 저곳이, 저곳에서 이곳이

by 차렷 경래


그리움, 또 다른 그리움

김경래


사람은 참 간사하다
조국 떠나 십이 년

맨날 그리움이 음식 이더니

서울 온 후 한 주 쯤
되려 캐나다가 그립다 한다
스무 여 날, 조국 땅 섭렵한 듯

잃었던 메모리 순전히 회복하고
되돌아갈 채비나 하고 앉아 있다

이렇게 되면

어머니, 다시 공황에 빠지실 거다
한동안 텅 빈 방을 보시며
아들의 향취와 흔적, 짚고 또 짚으실 텐데
내 무슨 말씀으로 위로가 되지 못할 것 같다
말로는 도대체 되지 않을
존재로만 힘이 되는 것

어디, 아내는 그렇지 않았던가

내가 없는 텅 빈 공간에
수채화 그리며 솜이불 감싸 안았었다
그리고 맨날 카톡이니 뭐니

존재로만 힘이 되는 한계
어머니가 또다시 겪으셔야 할
그놈의 고통이 눈앞에 깜깜이 있다
고통을 눈앞에 놓아 드렸다

헤매다 찾아 안긴 그리움이란 망령이
또다시 그리움으로 이어지고 있다네
그러니 낸들 시답잖게 위로한답시고
섣불리 말씀 던지지 못하겠다
아무래도, 곱씹어야 할 그리움
생뚱맞은 그리움
칼날 같은 그리움이 맞기 때문일 거다.




후기) 2012.12. 31 자정, 서울에서 / 12년 만에 휴가 나온 한국. 그렇게도 좋았다. 발 닿는 곳,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좋았다. 발전한 도시가 우러러졌고, 영하 15도의 차가운 기온도 그 느낌 까지 좋았다. 이 모두 그리움이 가져온 힘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 그 그리움이 또 다른 역풍으로 몰려온다. 분명 내 땅은 아니였던 다른 내 땅이 그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생활이 있고, 살가운 피붙이가 있고, 새로 맺어진 벗들이 있는 그곳에 그 그리움이 냅다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뒤에 남은 어머니의 고통에 대해선 속수무책인 스스로를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어머니의 고통은 어머니 스스로 받아넘기시고 강건히 다시 서실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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