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꼬

by 차렷 경래


엥꼬

김경래



추운 날 배고픈 날 몸서리치는 날
차 안의 전등도 힘이 없다


내 차는 냉동 탑차처럼
머리 꽁지에 네모나게 난 작은 창이
한쪽 모서리 깨진 약간의 틈으로
바람이 쓰라리게 침투되고
입에선 이산화탄소가 새벽안개같이
차 안을 간신히 덥힐 때
밥 달라는 아우성, 차로부터 올지 몰랐다


계기판 얼굴에 달라붙은 닦달이
내 배고픔의 망각을 유산소처럼 흡입했으니

엥꼬는 배부를 때 죽고 내리막에 죽는다


난 카타르시스를 주는 서스펜스를 즐기며
차를 등에 업은 언덕길의 내리막을 멈춰놓고
식은 죽 먹기처럼

차 죽 먹이기를 좋아하는데
배고픈 아우성이 사라지는 짧은 찰나에
그 깜짝의 눈속임이 숨은 백 리를 구해냈다


차는 나를 미워하는 편이다

그러나 보라
내가 유약해 절대 손대기 어려운 엥꼬 하나 있어
나를 처참히도 맥 못 추게 하는 신호음
사랑하는 이의 눈에서 구르는 작은 눈물 한 방울,
내리막에 절대 멈추게 하지 않는 엥꼬다


차는 나를 더 미워하는 편이다.





차의 기름 떨어졌다는 신호가 나타나면 화들짝 놀라 조급증이 생깁니다. 그러나 몇 번 경험해 알고 보면 신호가 뜨고 30-40 km, 경우에 따라 50km는 더 갈 수 있습니다.

신호는 미리 기름을 넣도록 독려하는 차원에 일찍 켜지는 것일 뿐인데, 문제는 신호가 한번 시작되면 계속 켜져 있는 상태가 되고, 더러는 소리를 내면서 귀찮게 하죠.

이럴 땐 신호도, 소음도 무시하거나 차를 내리막 쪽을 향해 세우면 기름이 앞으로 쏠리게 되 곧 경고등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언덕 쪽으로 세워 놓으면 기름 표시가 낮아집니다.

그래서 "엥꼬"에 여유 있게 대처하는 풍경과, 역설로 사랑하는 이의 눈물에 저리도 발 빠른, 남자의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대비시켜 보았습니다.

차는 그러므로 저를 중복적으로 미워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