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오르는 일은 음계의 1도씩 올리는 일
틈나는 아침엔 운동하는 재미와 버릇이 생겼으니 바람직한 현상이다. 6월에서 7월로 바뀌는 아침은 아직 신선하다. 비는 예년 같지는 않아 벌써 한 달째 최고 기온 27도를 웃돈다. 아침과의 기온차가 15도는 되다 보니 이른 외출은 두꺼운 외투를 중복으로 준비해야 할 번거로움까지 동반하고 있다.
신발 끈을 조여 본다. 밤새 쉰 발바닥으로 지압 깔창이 느껴진다. 곰삭인 탕국의 은은한 향기가 2평 남짓 계단 아래 출입구 통로로 퍼진다. 이도 싱그러움이다.
어제 오후에 숨죽인 추격 상황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걱정거리 하나 덜었다는 느낌이다.
그냥 걸으라면 곤혹스럽지만, 정신을 쏟을 만한 관심 프로그램을 이어폰에 들으며 걷다 보면 전혀 다른 흥미와 소득을 얻는다.
이전 같으면 30분 정도 동네를 걷다가 돌아오면서도 만족스러움을 금하지 못했다면, 지금은 1시간 20분 정도를 오르막 내리막이 복합된 산책길을 걷다가 돌아오는 다소 무거운 일정이다. 가끔은 막바지 30분의 돌아오는 루트에서 힘에 부치는 고단함에 허덕이기도 한다. 뛰는 것도 아닌데 호들갑스럽다는 느낌은 버릴 수 없다. 에너지 소비가 상당히 되는 것을 내 몸에서 목격하는 일 때문에 사람들은 또 운동을 하는구나.
여정에서 들려야 하는 공원에 가면 계단을 통해 오르고 내리는 일을 반복한다. 백팔 계단은 아니래도 모두 합치면 수십 계단은 된다. 힘들어 걸어온 길의 끝에 계단이 있다. 장애물이고 도전이다. 높지 않지만 힘든...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높은음 처리를 특히 잘한다. 그냥 올리지 않고 예쁘게 올린다. 올라간다고 다 잘하는 것이 아니다. 고음 위에 더 높은 고음이 기다릴 때도 많지만, 다 처리를 잘하느냐 여부가 가수와 아마추어를 구분한다.
노래며 산책이 다 사랑하는 취미와 특기의 범주에 든다. 이 어느 것도 천부적으로 주어진 능력이 아니라면 노력하여 성취해야 할 일들이다.
오늘도 차 안에 타면 MR을 틀고 반복된 노래 연습을 하곤 한다. 할 수 있다면 하는데 까지 해보는 열정은 아침의 산책만큼 내 몸과 마음을 위한 훈련의 여정이다.
그냥 오르지 말자
계단의 개수를 세고
디딤나무뒤 풀과 벌레를 보자
옆을 스치는 나뭇잎과 속삭이자
올라와 발견한 또 다른 오름도 즐기자
그 끝에서 헤프게 지르지 않던
내 삶의 높이를 그제야 알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