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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렷 경래 Dec 31. 2023

수정과 교정, 2023 마지막 날

모두 행복한 2024년 되세요, 응원하며 지켜볼게요 -

글쓰기의 전환점에 섰답니다.


캐나다 대도시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은 집들은 우물을 식수로 많이 쓴다. 땅이 워낙 넓어서 관계시설을 그곳까지 연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물은 대체로 ph 농도가 높은 알칼리성이다 보니 관이나 용기에 침전물이 쉽게 응착하거나 물때가 생긴다. 제 기능을 원한다거나 원래의 모양으로 유지하려면 부지런히 닦아줄 수밖에 없다.


삶에 없어선 안 될 요소가 있다면, 그중 하나가 반성과 수정일 것이다. 자동차도 앞으로 나가려면 연통을 통해 빠져나갈 매연의 길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뒤엉켜 집착된 응고물을 버리고 고쳐야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삶에서 나를 퇴고하지 않으면 찌든 때 가득한 채로 남보기 부끄럽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남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상황이 연출될수도 있다. 그런 일을 피하기 위해 반성하고 고친다. 그리고, 그 계기는 해가 바뀌는 연말연시가 최적이다.


2000년에 브런치에 입성했으나, 두 해는 거의 글을 올리지 못했다. 팬데믹 때문에 더 분주한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생각처럼 의욕이 따라주지 않은 근복 원인이 있었다. 그나마 그때 쓴 글들이 40여 편은 넘지만, 누가 봐주겠냐며 버려두다시피 했다. 그동안 구독자는 20여 명에 몇 년을 머물러 있었으니까.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때는 2023년 초다. 시를 썼고, 산문을 좀 써 봤고, 개인적인 묵상 글을 올려 봤다. 다이내믹한 이민의 경험을 쓰고 싶은 생각은 처음부터 있었는데, 2000년에 쓴 글 위주로 하되 브런치가 시도하는 연재 형식에 한번 묻어가 보기로 했다. 자율에 의한 목표는 쉽게 중지하는 것이 습성이었기 때문에, 의무감에 쓸 수밖에 없다면 진도가 좀 나갈 것 같아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4-5편을 올렸는데, 대부분 이전 브런치 북 글을 옮겨 봤다. 본격적으로 2024년 초 부터는 어쨌거나 매주 한 편의 소재를 가지고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연재의 진가는 이때부터 나타날 것으로 버인가. 해가 넘어가는 게 좀 두려운 이유다. 더불어 써놓은 글에 대한 평사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일단, 이전 글을 브런치 북만 바꾸어 다시 올렸지만, 아내를 통해 교정을 부탁하자마자, 이건 말도 안 되게 뜯어고쳐야만 했다. 표현의 군더더기, 내용의 어불성설, 문맥의 부자연스러움, 중복된 사건들, 그리고 무엇보다, 문장 문장이 진부하고 길어서 재미가 없다는 말을 들으면서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은 심정까지 이르렀다..


그럼에도, 올려놓은 연재글을 읽고 고쳐 나갔다. 동시에, 혹시 이 글들을 읽어 주신 분들께는 참으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글이 매끄럽지 못하고, 오자 탈자도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부끄러움이 몰려왔음에도, 전체적으로 새롭다는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우리의 삶도 수정과 교정을 일삼아야 하겠다. 뒤돌아 보고 반성하고 회개하며 고쳐 나간다면 어느새 새롭게 변화된 자신이 의연히 서 있을 것이다. 자기가 상상도 못 한 자신의 모습이 멋지게 서 있다면 인생의 마지막 끝에서 잘 살았다는 기쁨으로 춤을 출 것이다. 그 과정은 고되다. 인내와 지속성이 요구된다.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지만, 뒤돌아 보고 후회하는 과정이 없다면 수정과 교정이 있을 수 없고, 수정과 교정을 통하지 않고는 미래의 이런 자신을 발견하기 힘들 것이다.


미래를 미리 알고 가지는 못한다. 가다 보면 길을 만나게 된다. 그 길은 또 다른 길을 선택하게 할 것이지만, 미래를 걱정하고 두려워한다면 한 발짝도 미래를 향해 내딛지 못한다. 이것을 잘 알면서도 머뭇거린가면 자신을 격려해 보자. 내가 알지 못하는 길이 아니면, 내가 가야할 길이 아닐 수 있다는 말과 힘께.


글이 읽히고 판단되는데 대한 두려움이, 이 글을 읽고 동감할 독자에 대한 기대 보가 앞서면 안 될 것이다. 정치를 하던, 작가가 되던, 선교사나 목사가 되던, 단체의 리더가 되던, 저 마다의 꿈이 있으나, 그 과정에 적당한 비평과 판단은 비료가. 그렇게  크는 나무가 진짜 싱싱하게 자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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