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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렷 경래 Oct 01. 2023

인종차별 찌라시

“백인들만 모여라.”

"Whites-only Moms & Tots"


사진 한 장이 뜨거운 감자다. 길거리 광고판 사진이다. 밴쿠버 한인 밀집 지역에 나붙은 어린이집 학생 모집 광고인데, 멀쩡한 대낮에 뼘 맞은 느낌이다.


"백인들만 모여라, 백인 엄마와 아기만 받습니다"



영어로 된 문구에는 이렇게 되어있다.


"당신의 자녀와 같이 생긴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는 곳을 찾고 계시진 않으세요? 학교나 데이케어 센터에서 거꾸로 소수인종이 된 것에 자녀들이 속상해하지는 않던가요? 강요된 '다양성'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랑스러운 다른 유럽 부모님들을 만나보세요. 자신과 같은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선물함으로써 자녀의 행복감과 인종적 정체성 고취에 투자하세요. 당신의 자녀들은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문구는 캐나다에서는 놀라운 일이다. 흔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공개적으로 인종차별을 내세우는 것은 스스로 멸망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오래전부터 문화적 다양성이니 소수민족 우대화 등, 인종차별에 대항해 적극적인 정책을 펴왔고, 그에 더 동조하는 당이 선거에서 우월했다. 인종차별 금지는 어는 당에서 집권하던 정책 우선권 안에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인종차별의 문제가 생기면 가끔은 호들갑스럽다시피 기사화되었고, 정부, 경찰, 시민단체 등의 개입이 있어왔다.


개인적으로 20년 캐나다에 살아오면서 인종차별 때문에 고민한 적이 거의 없다. 인종차별이 공공연히 벌어지는 미국과 달랐고, 호주의 백호주의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인종 평등과 다문화 존중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광고가 버젓이 활개 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각 언론사에 대서특필 되었고, 경찰의 조사가 즉시 이어진 것은 당연하다.


이 땅에서 우등한 인종이 백인이라는 전제는, 영국과 프랑스가 원주민을 몰아내고 첫 발을 디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만의 잔치는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화에 따른 일찍 이민제도를 시작해 2020년 현재 캐나다 이민자 비율이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서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졌다. 살아가는 방법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간혹 저들의 습관이 우월해 보이는 때가 있을 수 있다. 점점 설 땅을 잃어가는 인종적 자부심에 어쩌면 노심초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아시아 민족의 아이들과 달리 백인들은 인성 교육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공부공부 하지 않는다. 따라서 학업 성적에서 우수한 아시아계 자녀들에게 밀리고, 진로에 있어서 뒤쳐지는 경우도 많다. 동등함을 필치로 내세워 백인들 스스로 열등하게 만드는 환경이 싫은 것이다.


그럼에도 이 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는 초상류층 인종은 거의 대부분 백인인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리고, 암암리에 자신들 만의 세계를 지켜나가는 곳이 있다. 정부나 공공 기관의 특별한 자리, 소방관, 경찰 심지어 다반사로 일어나는 공사의 안전 피켓을 담당하는 고임금 시간제도 백인이 아닌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우월성의  한 예 - 개인적인 관찰을 배경으로


다수의 백인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나 개인적으로 그들의 의식 수준에 놀란 것은 한층 중요시되고 있는 Recycling에 대한 진정성 때문이다. 온난화 예방, 자연보호, 물자 절약, 동물 보호 등의 개념이 모두 포함된 리사이클 제도는 해가 거듭할수록 그 제도적 강제화가 심화되는데, 이 제도를 존중하고 지켜 나가는 수준은 백인들 사이에 남다르다.


한 예를 들어 보겠다.


리사이클 제품의 종류를 크게 나누면,


플라스틱 (Plastic)

종이류 (Paper)

음식 찌꺼기 (Compost)

알루미늄 (Aluminum)

병류 (Bottle)

쓰레기 (Garbage)

기타 - 스티로폼 (Styrofoam), 비닐 (Plstic bag) 등으로 구분되는데,


내가 거주하는 BC 주 밴쿠버의 모든 고층 및 저층 콘도 (한국의 아파트를 가리킴) 및 개인 집들을 막론하고 분류 배출을 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현업에서 관찰한 결과, 인종별 분명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특별히, 캐나다의 대도시가 포함되어 있는 온타리오, 퀘벡, 앨버타 및 비씨 주에서는 Refundable Recycling 제도를 음료수 및 주류의 병과 플라스틱, 종이팩 등에 강력하게 시행한다. 제품을 살 때 각 병과 팩에 10센트 (한화 120원) 이렇게 수거된 제품은 100% 다시 재활용 제품으로 활용된다.


각 콘도 및 가정집에서는 이런 류를 미리 준비되어 있는 수거함에 따로 분리해 배출해야 하는데, 선진국의 시민이라고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인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 중국을 포함한 백인 외의 인종들은 한 봉지에 담아 쓰레기로 버리는 확률이 많은 반면, 백인들은 너무도 철저히 각각의 종류별로 분리한다. 종이는 종이 수거함(Container)에,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수거함에, 음식물을 음식물 수거함에, Refundable 종류는 Refundable 수거함에 배출한다. 그것도 일일이 시간을 들여 공들여 정확히 버릴 뿐 아니라, 어린 자녀들을 데려와 직접 시키면서 교육을 시키곤 한다.


얼마나 다른 풍경인가. 나의 백인에 대한 의식의 변화는 수년에 거친 리사이클 관행을 보고 시작되었다.


광고의 배경


그러나,


이 막 나가는 광고 찌라시는 정말 막대 놓고 데모하는 것에 불과하다. 경찰의 개입으로 광고판은 사라졌고, 해당 단체나 개인은 조사를 받게 되고, 웹사이트는 폐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을 모를 사람들이 아닌데, 왜 버젓한 인종차별 광고를 띄웠을까?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로 광의로 모든 백인 우월주의를 부르짖음이다. 다민족 문화 속에서 백인은 절대적으로 다르다는 모토로 단합을 촉구하지 않았을까 한다.


각 인종이 모여 사는 도시 중 어떤 곳은 아시아 인의 비율이 더 높은 곳이 있다. 가는 곳마다 중국인이 붐비고, 아파트에 모여 사는 옆집 앞집이 모두 인도인이다. 후진국 등에서 온 나라 사람들의 의식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어서 인사성이 다르고, 대인 관계에 친근하지 않은 데다, 리사이클링 방침 등 정부 제도에 잘 따르지 않는데 식상해졌기 때문에, 절대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은 본색이 드러났을 것이다.


둘째, 단지 자신의 어린이집 광고를 톡 튀는 방법으로 했을 것이다. 누구나 튀는 광고로 사업의 성공을 불러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수많은 효과적인 방법은 사용이 되었고 재활용되면서 식상한 면이 많다. 눈과 의식을 한 번에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바로 이것이다. 인종차별에 확실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회에 인종차별 광고는 너무도 효과적일 수 있다. 일단은 잘못되었다는 화살로 언론의 조명을 한 번에 받고, 조사를 받아 벌금을 물겠지만, 이 광고를 부모들은 양분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계통의 부모들은 절대 이곳을 선택하지 않을 반면, 백인 부모들이 선택할 확률은 크게 높아진다. 결국, 이곳에 모이는 아이들은 백인 아이들이 될 것이고, 업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고 백인들의 우월성에 대한 지지를 백인들로부터 받게 될 것이다. 이 얼마나 지능적인가?


결론


이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날 확률이 크다. 사람들은 다시 인종차별의 기준이 높아져야겠다고 부르짖게 될 것이지만, 백인의 입장에서는 인종 우월에 대한 중간 점검을 거쳤을 뿐이다. 누구는 우월하고 누구는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 가지고 있고, 이 때문에 다툼과 이간질 현상이 나타난다. 그냥 내버려 두면 오합지졸들의 패싸움으로 난장판이 될 것은 뻔한다. 사회 어느 구석이고 다 똑같다. 그러기 때문에 정부가 필요하고,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캐나다와 정부는 이런 인종과 문화 갈등을 정말 잘 제도화하며 중립화해 가고 있다. 20년을 살아온 입장에서 캐나다 정부는 신뢰할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의 방향도 긍정적이다. 캐나다 상류층은 이 나라에 백인이 우월을 인정해 주고 나간다면 수년 내 망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다. 백인의 인구 비율은 매년 줄어들고 있고,  1, 2차 대전 및 그 이후 베이비붐어의 은퇴로 인구벽이 가파르다. 그들의 우월이 정책으로 나타나고, 다민족 차별을 고취시키면, 이민자의 유입이 막히고 일할 사람이 없어지기 때문에 나라는 소멸할 수밖에 없음을 잘 알기 때문에 매년 이민 문호가 늘어나고 있다. 참고로 올 한 해 캐나다 이민자 유입은 역대 최대로 근 백만 명에 달한다.


인종차별 문제는 지속적으로 나타나겠지만, 그렇게 부르짖는 사람이나 단체는 점점 더 그 설 자리를 잃어가게 될 것이다. 지금도 너무 잘하고 있는 캐나다에서는 인종차별에 관한 한 캐나다의 미래는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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