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되는 차 안에서

리스차가 굴러간 그 많은 길 위에서 내 흔적은 어디 남았을까?

by 차렷 경래

반납되는 차 안에서

김경래


리스를 마친 차 사 년 만에 반납하러 가는 날
차 뒤꽁무니에 타 함께한 추억의 꼬리를 잡고
연기 통으론 집착의 매연을 내뱉으며
뒤돌아 함께 지나온 순간을 연거푸 마셨다

차는 물류의 한 복판에 서서
사람을 나르고 사물도 나르다
사건을 나르던 그 날 실개천 도랑에 빠져
물 밑 일 미터에서 허우적대다
내 어린 아들을 간신히 구했는데
둑 둔덕 위 하얀 목련을 노을이 물들이고
차들 요란히도 꼬리물기 시작한 밤이었다

붉은 전조등 차갑게만 느껴질 때
슬리퍼와 짧은 소매 옷 끝으로
서러움의 몸살을 받아치던 그 길목에서
차가 공중에 들어 올려지던 두어 시간 동안
몽롱한 타국의 어색함이 왜 피부를 찔렀던가

바퀴가 굴러간 거리 이십만 리
한 짝 동그라미와 또 다른 동그라미는
도는 지구를 한 바퀴인들 따라잡으려 했던가
앞만 보고 운전하느라 주위를 못 봤구나
차가 지나간 귀한 길마다
머물지 못한 풍경과 여유는 다 놓친 셈이다
엄한 자리에 정차되어 있던 막바지 미련 증후군이
뒤늦은 가스를 뿜어내며 배기통을 빠져나가고 있다

새 차를 만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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