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두
김경래
타향에서 "귀향"을 보던 날
고향 뒷산은 철쭉이 만발했다
꽃 같은 아들딸을
귀화시킨 타향의 극장 안에 감금하고
시간의 물을 주었다
아들아 딸아 전쟁이란 그런 것이다
백인이 따로 없고 일본 놈 따로 없다
힘세면 무슨 짓 못 하고
욕정 넘치는 남자는 이성을 잃기 쉽다
조선 양반도 여자 앞에선 아랫도리를 쉽게 내리고
또 그렇게 내리고 살아야 인간의 질서도 유지되고
너희 같은 새끼들도 낳고 살고
자자손손 끈이 유지되는 이중의 잣대 아니겠니
누구는 긴 잣대 누구는 짧은 잣대
밤거리를 다니다 보면 가혹한 일본군이 아직도 참 많아
누이를 잡아가 뜯고 뼈마저 씹어 먹는데
전쟁은 총칼이 아니고
작대기 하나 단 네 형이고 아빠야
그게 작두 끝에 놓이면 뭔 일이든 못하겠니
총칼이 무서워 총을 쏘듯이
여인이 무서워 여인을 삼키는.
<<"귀향">>: 일본군 위안부의 삶을 다룬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