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유익한 습관
캐나다의 빅데이, 캐나다 데이 공휴일 날 오랜만에 조깅을 했다.
앞서 가려고 달린다던가 경쟁한다던가 하는 일에 대해 애당초 재미를 못 느끼는데, 어쩌다 보니 인생의 반은 그러고 살아왔다. 그리고 남은 나머지 반 인생의 그 절반은, 경쟁이라는 사치스러운 문구를 떠나 생존을 위한 동물적 안정 확보에 썼다고 본다면, 남은 1/2는 그 과실을 따먹는 시기여야 한다. 혹시나 그나마 아끼느라 냉장고에, 서랍에, 창고에 두리둥실 쌓아 뒀다가 썩은 열매 치우는 일에 또 시간을 낭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나이를 보면 기가 꺾이고, 너무 상관하지 않으면 푼수의 소리를 듣는다. 말에서나 행동에서 감추려 해도 암암리에 다 드러나게 되어있다. 서른여덟에 캐나다 왔고 이제 한국에서의 연식과 맘먹어 간다. 동시에 후반기 삶인 현재가 더 없이 친숙한 것은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친숙하다는 것은 편하다는 말과 같다. 아무리 좋은 것도 친숙하지 않으면 불편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친숙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선을 긋고, 친밀해 지루해진 것에 새로운 동기를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맨날 그 솜씨가 그 솜씨인 피아노로 스트레스받느니, 익숙한 기타에 집중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과 같은 것 말이다.
동기부여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될까?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발상의 전환을 행동 철학에 불어넣는 일은 세대와 나이와 환경에 상관없다. 늘 보아왔던 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새로운 시각에서 익숙한 일을 바라보는 것이다. 나의 시선을 떠나 타인의 감각으로 바라다보려는 노력이다. 주위를 보면, 60대 70대에 30대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분들이 있어 감동을 주곤 하는데, 이렇게 살아가는 주인공도 놀랍지만, 그 놀라움을 발견하여 자신에게 적용하며 살아가는 관객조차도 놀라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시대와 세대와 환경을 넘어서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요즘은 중년의 시작을 60대로 본다. 이 말이 과장되거나 거짓이 아닌 이유는 50대를 넘어본 사람은 알게 된다. 현재의 50이, 그 50대가 살아오며 보아왔던 아버지 세대의 50대와는 천지 차이다. 생각이 그렇고, 건강 상태가 그렇다. 게다가 수명은 보통 80, 좀 건강하면 90, 많이 건강하면 100세다.
존경받는 연기자 이순재 배우가 지난 주말 JTBC 뉴스에 나왔다. 나이를 소개하는데 90이라 해서 깜짝 놀랐다. 요즘은 90이 우습나 싶을 정도로 건강미가 넘쳤다. 게다가 말씨와 생각이 뚜렷하고 곧았다. 미국 현 대통령 죠바이든이 겨우 80을 좀 넘신 나이에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나이 때문에 실패한 것과는 비교가 되었다. 같은 90이라도 담배 안 피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며 살아온 분 이순재 선생은 몸과 마음이 확실히 다른 것을 보여주고 있어 존경의 마음이 더 솟구쳤다.
다음에 더 자세하게 쓸 기회가 있기를 바라는 인물이 있다. 인생의 대 선배 두 분 A와 B다.
A는 하루 한 끼 식사 및 4-5시간 운동, 그리고 겨울에 반바지를 입고 다닐 정도로 외형적인 감각이 젊다. 동시에 내면세계는 더 참신하다. 오래된 기독교인이지만 골동품처럼 생각이 굳어가지 않으려 장로의 직분을 버리고 기본으로 돌아가 신앙생활을 한다.
B는 판단과 생각이 30-40대를 부끄럽게 하는 힘이 있다. 논리와 사리가 굳어있지 않고, 자유롭고 새롭다. 그런 선배와는 같이 있어 생각을 교류하는 일 만으로도 배우는 점이 참 많다.
커피 광고에 “나 보다 편한 아내”라는 멘크가 울림을 주었던 적이 있다. 많은 금실 좋은 부부는 이런 멘트에 동의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그런 여인을 만날 꿈을 꾸게 하는 뛰어난 카피였다.
나로선 카피라이터가 아니라 이런 말을 할 기회를 찾지 못했지만, 늘 이 멘트의 현실화에 익숙한 편이다. 어쩌면 정신적으로 어리고 변덕 꾸러기인 나를 먼저 알아서 챙겨주는 아내의 섬세함이 그 말 한마디에 다 들어 있어 좋다. 커피 맛은 그런 아내와 함께 하는 맛이 진짜다.
“커피 한잔해?”
실패가 없는 주문이다. 매일 두세 번의 질문에 나나 아내 거절하는 법이 없다. 아직은 잠도 잘 오는 밤에 먹는 커피도 선호하는 편이다. 누구랄 것도 없다. 먼저 묻는 사람이 커피를 내린다.
한 때 아내를 뒷전으로 밀어둔 시절이 있었다. 정작 더 소중하게 아끼고 같이 있어야 할 시기인 신혼 이후 몇 년 간이다. 사회 초년생 "나"라는 존재는 회사 문화에 장착하고, 출세라는 명제를 소화하기도 벅찬 때였다. 업무가 덮쳐왔고, 관계가 크게 다가왔고, 성과에 대한 부담이 짓눌렀다.
스티븐 코비의 저서 Seven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에서 중요한 것과 급한 것에 관한 처리 법칙을 설명했다. 그 핵심 내용은 아래와 같다.
습관 1: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
인생의 코스를 스스로 선택하라.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 집착하거나 외부의 힘에 반응하는 대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자신의 선택과 결과에 책임을 진다.
습관 2: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인생목표를 포함해 최종목표를 정해야 한다.
습관 3: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긴급함이 아니라 중요성을 기반으로 업무 우선순위를 정하고 습관 2에서 정한 목표성취를 돕는 계획을 세워라. 우선순위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라.
습관 4: 윈윈을 생각하라.
쌍방에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추구하라.
습관 5: 먼저 이해하고 다음에 이해시켜라.
상호존중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로써 상대도 같은 태도를 보이도록 유도할 수 있다.
습관 6: 시너지를 내라. 혼자서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팀을 활용하라.
팀원들의 최대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유의미한 공헌과 최종목표를 장려하라.
습관 7: 끊임없이 쇄신하라.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도나 명상, 운동과 봉사활동, 고무적인 독서를 통해 몸과 마음, 영혼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쇄신해야 한다.
크게 7가지로 나누어 놓았지만, 세분화되었을 땐 두꺼운 책 한 권의 교제가 되었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핵심은 딱 두 가지,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을 잘 구분해 습관으로 키워나가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다.
책에서는 증요한 것과 급한 것에 관한 구분을 4가지로 하고 있다. 중요하면서 급한 것,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것,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것,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것의 4가지 도표로 설명하고 있다.
급한 일은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있다. 반면에 중요한 일은 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건강의 문제는 중요하지만 급하지는 않다. 스스로 계획을 가지고 관리해 나가는 평생의 작업이다.
중요한 일이 급한 경우도 많다. 기한 만기가 있는 프로젝트, 당장 풀어야 하는 위기 상황 등 고객 만나는 일, 서류를 끝내는 일, 사람에게 연락하는 일 등은 빨리 때에 맞게 처리해야 할 일이다. 촌각을 다투는, 급하면서 중요한 일을 미루어 뒀다가는 결국 또 다른 중요한 일 마저 망치게 되곤 한다.
월급 받아 가면서 며칠 동안 교육에 참여해 이 책의 내용과 법칙을 터득한 것은 행운이었다. 그때의 인상 깊은 내용이 회사를 떠난 지 20년이 되어도 여전히 생활화되어 있다는 것이 놀라울 지경이다. 마치 이릴 적 산수로 배워 오늘날 사과를 세고 거스름돈을 계산하는 것과 맞먹는 실존형 지식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한편, 너무도 익숙해서 무시하는 것들이 있다. 늙는다는 것과 익숙해지는 것은 비슷할지 모른다. 오래 같이 있으며 서로를 잘 알아가는 부부 사이에 말 수가 적어지고 대화가 줄어가는 것도 그 한 모델이다. 항상 가던 길에서 운전은 산만해지기 마련이다. 사고는 초보 운전 땐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나 운전 잘한다는 주문이 뇌리에서 맴돌 때 큰 사고로 이어진다. 늘 쓰던 물건에 신선한 감사를 늦기기 쉽지 않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이런 익숙한 것들에 새로운 감동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우리 주위는 얼마나 달라질까? 어슴츠레하던 눈을 뜨고 또 다른 감사를 익숙한 것들에서 느낄 수 있다면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질 수 있을까? 늘 드리던 예배에서 감격을 맛볼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기도하고 찬양하며 내던 목소리가 더 이상 공허한 것이 아니라면 또 얼마나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