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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렷 경래 May 21. 2024

텐트를 폈다.

오늘은 무슨 힐링이 있을까 했다.

군 제대 후 설악산 등반을 홀로 떠났다. 새로운 삶의 시작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다.


여름이 접어들기 전이었고 비가 많이 왔던 날이다. 혼자 대청봉 까지 오르는 며칠 동안의 극한의 작업도 젊었으므로 두렵지 않았던 시간이다. 저녁이 되면 추웠지만, 텐트 안애서 홀로 침낭에 누웠던 밤은, 마치 미군들과  함께 작전을 나가 평야에서 밤하늘 보며 누웠던 침낭 안에서의 밤을 그날의 설악산으로 옮겨놓았다는 착각을 하게 했다. 그럼에도 군 훈련 때와 달리 설악산에서의 밤은 텐트 안이었다. 그 차이로 오는 포근함이 남달랐다.


이민 와서 여름이면 번질나게 가던 캠핑은 더 이상 떠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클 때는 교육적 목적에서라도 매년 한 두 번 다녀왔다. 그러나, 그들이 성인이 되어가면서 이젠 더 이상 가려는 엄두를 내지 않는다.. 캠핑은 불편하기가 짝이 없다. 텐트 펴고 접고, 구부려 들어가고 나오고, 장작에 불 피워 요리해야 하고, 설거지, 샤워와 화장실 이용 등 일상의 불편함을 하소연해야 할 수준이 캠핑의 단면이다.


그런데, 잠재의식에 존재하는 캠핑의 매력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여름이면 장작 피우고 가졌던 친구 들과의 캠프파이어, 그리고 싱얼롱의 기타 선율이 떠오른다. 밤공기는 추운데 겹겹이 잠바를 입고 간이 의자에 걸터앉아 나누던 대화의 시간이 생각난다. 추워 잠도 못 잘 것 같은데, 머리까지 덮어쓰고 침낭 안에 파고들던 포근함,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발견하는 앞 산과 뒷 산에 내려앉은 구름의 신비는 꿈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풍경이다.


불편을 넘어선 캠핑의 아름다운 추억은, 그러나, 기억 속에 바랜 사진처럼 남겨 놓아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움 때문에 다시 시도했다가는 곧 깨질 것 같은 두려움, 그것 때문에라도 이젠 쉽지가 않다.


그래서 텐트를 폈다. 텐트만 보아도 기분이 좋다. 그림의 떡이라도 좋은데, 내 집 한쪽에 노는 텐트 하나 펴 마당 잔디에 옮겨 놓았다. 추억이 소환되면서 위로와 힐링이 있다. 오늘은 그것으로 족한 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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