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
만나 사랑하던 사람의 젊은 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가난한 청년 곁의 연인은 “얼굴” 하나 봤다고 고백할 만큼 재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인데, 젊은 날의 착각 아니면 시집 장가 못 갈 사람이 지금 주위에 즐비할 갓 같은 아찔함이 교차하는 고백이었답니다. 그러므로, 배고프면 먹이고, 외로우면 다가가고 싶었답니다. 샌드위치를 만들고, 김밥을 둥기둥기 싸 고궁으로 도서관으로 열심히 달려옵니다. 그대가 먹는 것이 나의 배부름, 그대가 행복하다면 곁에 있어주리라는 그 당당한 모성애가 왜 연인에게로 향했는지 도시락에서 결국 발견합니다. 먹는 일만큼 중요한 게 없고, 먹이는 일만큼 숭고한 것이 없는데, 연인을 먹이기 위해 김밥을 말기란, 이미 사랑하는 이를 당근 노란 무로 삼아 김밥을 말고 있는 행동입니다. 그대가 아니라면 김밥을 말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 정당한 사실로 오늘도 이 땅의 역사가 채워지고 있음을 보면 다 알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