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에서

운전석과 막말의 연관 관계는 긴밀하다. 도로를 나설 때 자크 “짚~”

by 차렷 경래

도로 위에서

김 경래


길을 나서며
신발을 조이지 않고
입술에 자크를 채워 물었다
선술집 같은 도로 위
가는 술객이 오는 손님과 엇갈리면
콧등이 벌건 취기가
가다 서다, 풀린 눈으로
뒤의 입장객을 소돔 같이 돌아본다

북새통 술집에 신호등이 없으니
남녀가 지나다 부딪기 위해 고안된 해법이다
지그재그 길바닥으로
미끄러운 유혹이 돌아다닌다
처자의 허리 S자 길 위로
그만한 직진이 또 있을까
진보란 밀폐된 보석
운전대를 잡고 창문을 내리면
관자놀이가 나를 닫아건다
거나한 내비게이션 상공으로
공중 돌파한
입방아의 매연 하나
흔적을 거부한 적이 없다
"S".



종종 찻길에서 다툰다. 밀실의 격리가 감옥 같은 본능을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차 뚜껑을 열 때와 닫을 때, 창문을 열 때와 내릴 때, 낮 운전 때와 밤 운전 때, 옆에 사람이 있을 때와 나 홀로일 때는 운전자의 의식 상태가 현격히 달라진다 이젠 어느 나라고 차가 많아 몸살을 앓다 보니 예외 없니 경쟁이다. 바쁨 일 없어도 먼저 가야 하고, 새치기 차는 어디에도 질서를 좀먹는 존재이다. 주차 전쟁은 또 어떤가. 감히 상상을 할 수 없던 경쟁심이 도사리는 곳이 주차 선이 그어진 주택 골목 무료주차 구역이다 눈을 비비는 아침 출근길에 주차되어 있는 다른 차를 힐끗 한 번 보고 미움의 톳 씨를 뱉는다. 아침이 망치는 원인 제공이 주차 전쟁에서 출발했다. 도로에 나선 차들의 밀실 행정이 지금도 진행형이다 바로 S자로 가고 있는 주행이, 사실은 저마다 생각하는 직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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