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머리칼은 빠지고 또 난다 화장을 하러 거울을 들여다보는 날이면 가슴에 앓던 꿈들이 머리 끝에서 종착지를 신고한다 카락 하나를 떨구고도 새 살이 돋아나던 희망 같은 것 그녀는 참빗으로 촘촘히 긁어내고 있는 것이다 내 생애에 행복이 있다면 그녀의 머리카락을 줍는 순간이다 손을 오므려 둥지를 만들면 카타르시스의 전율이 엄지에서 검지 촘촘히 몰려온다 수많은 부활의 증인 앞에 무언가를 줍고 모으는 일 하나 조차 떨어진 존재가 있는 자리 어딘가엔 실타래처럼 쉬 풀리지 않는 부정맥이 무리 져 있는 것을 말하려 함이지
아, 나는 참 행복한 남자다 무릎을 사용해야 그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저품격 불구 현상이 때로는 절대자에 대한 복종을 대신하지 않는가 그것도 생명이 저장된 몸뚱어리에서 또 다른 생명이 피고 지는 일을 매일 장례위원처럼 보고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