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의 용도

내 생애에 행복이 있다면 그녀의 머리카락을 줍는 순간이다

by 차렷 경래

무릎의 용도

김 경래



아내의 머리칼은 빠지고 또 난다
화장을 하러 거울을 들여다보는 날이면
가슴에 앓던 꿈들이
머리 끝에서 종착지를 신고한다
카락 하나를 떨구고도
새 살이 돋아나던 희망 같은 것
그녀는 참빗으로
촘촘히 긁어내고 있는 것이다

내 생애에 행복이 있다면
그녀의 머리카락을 줍는 순간이다
손을 오므려 둥지를 만들면
카타르시스의 전율이
엄지에서 검지 촘촘히 몰려온다
수많은 부활의 증인 앞에
무언가를 줍고 모으는 일 하나 조차
떨어진 존재가 있는 자리 어딘가엔
실타래처럼 쉬 풀리지 않는 부정맥이
무리 져 있는 것을 말하려 함이지


아, 나는 참 행복한 남자다
무릎을 사용해야 그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저품격 불구 현상이
때로는 절대자에 대한 복종을 대신하지 않는가
그것도 생명이 저장된 몸뚱어리에서
또 다른 생명이 피고 지는 일을
매일 장례위원처럼 보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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