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내 몸 하나 감당하기 힘든 것으로 내 몸의 정체까지 알게 되는 신비한 힘

by 차렷 경래

아프니까

김 경래


아프니까 생각이 천연덕해진다
고질병처럼

자기 보신 주의에 골똘하더니
아프니까 다 부질없어지더라
내가 나를 알건데
아프지도 않으면서 아프다고도 해봤고
관심을 받으려고 아프다고도 해봤고
지나친 관섭이 싫어 아프다고도 해 봤지만
진짜로 아프니까 아픈 것이 뭔지 알겠더라
아프니까 다 부질없어지는 그게 아픈 거더라
누가 저 샛별 같은 거인들의 업적을 탐해도
아프면 이미 그 범주에 우뚝 선 것이고
나으면 아이같이 유치해지고 만다

도무지 철모르던 유아독존이
아프니까 다 내려놓게 되더라

아내는 내가 아프니까 동분서주 술렁이지만
사실은 낫지 않는 약을 먹이고
별 신통치 않은 의사에게 데려다 주는거다
나아봐야 다시 험산 기어오른다고
만신창이 될게 뻔하니까
저 잘나고 남 무시할 게 뻔하니까
샛별 좇느라 옆 사람 지나침도 모를 게 뻔하니까
고성방가 지르면서도
저는 성악한다고 거들먹 될 게 뻔하니까
그냥 눈도장에 시늉만 하는 걸
아프니까 다 알겠더라
모든 아내의 다 현명함
아프니까 알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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