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외로움이 고기처럼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타 오를 때가 있다.

by 차렷 경래


삼겹살

김경래


아들이 군대 간다고 둥지를 떠나고
문 선생은 중첩된 설움을 곰 삭이며
외롭다는 말 대신

삼겹살 한 절음 불판에 그슬렸다
사방에 튀는 기름 파편을 손등이 접수하며
그렇게, 모르는 듯 타들어가고 있다


나무젓가락 사이 낑긴 고기가
숨이 붙어 더 살아갈 날을 깨우고 있다

참기름장에 발라 입에 넣고
떠난 가족을 씹어 그렇게 삼켜버렸다

외로움은 콧날에 상큼하다는 말
겨자 한입 넣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혼미한 푸념을 담배 연기처럼 뱉어버리고
앉았던 의자도 괜히 털어 다시 자리 잡는 버릇
그나마 저 괜찮은 듯 내세우는 명분이다


국물은 우러나는 멋일까
그러므로, 마취된 자막이 불판 사이로 새 나오고
또 어떤 이의 칙칙한 드라마 한 편에서
삼겹살은 여전히 살 맛을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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