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에 대한 고찰

입양이라는 것이 있게 되기까지.

by JJ

2017.05.11.

열두 번째 입양의 날이다.

네이버에 입양의 날을 검색해 보니 "국내에 건전한 입양문화를 정착시키고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제정한 날"라고 나온다.


나는 "입양"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마음으로 낳은 아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랐었다.

그러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입양15.jpg 공개 입양으로 "입양"에 관한 관점을 많이 바꾸어 주셨던 차인표 신애라 부부.


나도 예전부터 입양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많았다.

아직 내가 아이를 낳아 본 것도, 결혼을 한 것도, 그렇다고 사귀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입양"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미래의 남편이 동의를 해야겠지만 말이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입양인의 자살률, 알코올·마약중독, 성범죄율, 비혼율 등이 비 입양인보다 4배가량 높다고 한다. 2015년 11월 16일 MBC 다큐 스페셜은 "나의 집은 어디인가요"라는 제목으로 입양인의 이야기를 방송해 주었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살아온 입양인이 시민권 없다는 이유로 한국으로 추방당하고, 모국인 듯 모국 아닌 한국 땅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입양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http://www.imbc.com/broad/tv/culture/mbcspecial/vod/index.html)


건강한 가정에 입양되어 사랑으로 한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 입양인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게 살아가고 계신 분들도 너무나도 많다.



오늘 입양의 날이라는 것을 달력에서 보고, 입양의 날에 대해 글을 써 보려는 처음 마음에는, 입양에 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부분들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것이 컸다.

그러나 입양에 관해 검색을 하면서, "입양" 뒤에 있는 다른 문제에 맞닿게 되었다.

보건복지부에서 내건 목적처럼, 국내에 건전한 입양문화를 정착시키고 입양을 활성화해야 하는 것은 분명히 맞는 일이다. 그러나 입양을 활성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입양이 되어야만 하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



예전에 일하던 병원 신생아실에는 모든 병원 직원이 다 아는 유명인이 있었다.

병원 원장님도 아니고, 의사도 아니며, 간호사도 아니다. 4살짜리 어린 여자 아이다.

꼬마는, 아주 어릴 적 질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 때문일까, 병원 문 앞에 버려졌고, 병원에서 데려다가 치료를 해 주었다. 그 후로 어찌 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고아원에 보내지지 못했고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병원 앞에서 버려진 아이를 발견하는 것. 개인적으로 처음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으나, 몇 번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처음의 그 격한 감정은 줄어들고, 그러한 영아 유기 사건에 대한 이유와 상황들을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모"라는 자들이, 자기가 낳은 아이를 버린다는 게 천륜을 저버린 일이라는 생각에 비난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러나 이렇게 버려진 아이들을 많이 보아오신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중국 사회의 특수한 환경을 이해하기 시작하니, 아이를 버리는 부모를 무조건 비난하지는 못하게 되었다.

작년에 중국 법이 바뀌어서, 1가구 1자녀 정책이 없어졌지만, 비록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 가구당 한 자녀밖에 낳을 수 없었다. 단 한 명의 자녀만 낳아서 기를 수 있는 환경에서, 그들은 좀 더 건강한 아이를 낳아 기르길 원한다.

경제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데, 그렇게 버려진 아이들이 갖고 있는 질병은 대부분, 한두 번의 치료나 수술로 정상 생활을 회복할 수 있는 간단한 질병이 아니었다. 평생 그 질병에 관한 후유증을 갖고 살아가는 것 자체도 어렵겠지만, 그것을 다 감당해 낼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가정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이러한 문제는 비단 중국의 문제가 아닌, 의료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그리고 그 부담의 강도가 높은 모든 곳에서 벌어지는 문제일 것이다.

아이들의 부모는 어쩌면, 자신들의 경제력이나 상황으로 인해 치료조차 제대로 해 줄 수 없는 환경에서 아이를 기르는 것보다, 병원 앞에 아이를 버려서라도 치료라도 제대로 받게 해 주는 게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 때문에 아이를 병원 앞에 버리지는 않았을까라는 이야기를 선배들과 했었다. 그 아이를 내버리는 부모의 심정은 어떠할지, 그 복잡하고 어려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입양의 날"을 검색하다 발견한 "뿌리의 집".

종교와 이념, 지역 등에 구애받지 않고 기부, 봉사, 자선 등 박애주의 정신을 실천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아시아 필란트로피 상(APA)'에 2017년 수상자로 뿌리의 집 원장님이신 김도현 목사님이 선정되셨다고 한다.

국민일보에서 작년에 김도현 목사님을 인터뷰한 기사를 찾아보았다. 인터뷰에서 목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여성이 24시간 아이를 돌보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어 급격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이 지점을 정부가 도와야 합니다. 또 모든 책임이 여성에게 돌려지는 한국의 가부장적인 사회적 편견도 바뀌어야 합니다.”

목사님은 영국에서 논문을 쓰시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한 번도 입양을 보낸 어머니들에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셨다고 한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635058&code=23111316&cp=nv


나도 그랬었다.

병원 문 앞에 버려진 아이를 보면서, 그 아이가 살아갈 앞날들이 걱정을 하며, 그렇게 아이를 버린 부모에게 분노했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니, 조금은 다를 마음이 들었다.


"버려진 아이들"은 분명히 우리 사회가 돌보아야 할 문제이다.

사람이 병에 걸리면, 그 증상을 치료하는 것과 동시에, 그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고쳐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버려진 아이들"이 조금 더 건강하고 따뜻한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도록 돕는 것과 동시에, 더 이상 아이들이 버려지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아이를 버린 부모들을 정죄하며 돌을 던지는 사회가 아니라,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함께 돕는 사회.

그런 따뜻한 사회를 위해서 삶을 다 던져 살아가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내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 복음의 핵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도의 혁신과 아동·여성 인권에 대한 참여는 이웃을 사랑하는 삶입니다. 우리 사회가 따뜻한 환대의 공동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도현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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