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힘 - 소녀상을 기억하며

소녀상과 함께한 유럽여행

by JJ

스페인에 막내 동생이 교환학생으로 가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유럽을 여행하기로 했다.

여행 전날, 여성인권 박물관에 다녀왔다. 그리고 작은 소녀상을 구입하여 여행 가방에 넣었다. 함께 가고 싶었다.

2016-12-08 223915.jpg 새벽 인천공항. 소녀상과 함께하는 여행 시작


# 독일

SAM_7326.JPG 츤데레 독일 역무원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뮌헨 무사 도착!

독일 사람들이 유머도 없고, 무뚝뚝하다고들 이야기한다. 정말 무뚝뚝 한 면은 많은 것 같아 보였고, 심지어 건물들 마저도 네모네모 각지게 정직하게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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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에게 주었던 그들의 이미지는, 츤데레 그리고 높은 자존감의 건강한 민족. 이탈리아 사람들이나 스페인 사람들처럼 온몸과 표정으로 친절함을 내뿜지는 않지만, 사실, 정말 친절하다. 정말 츤데레다. 사과할 줄 알며,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자신의 모습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그 탄탄한 기초석 위에 세워진 그들의 건강한 자존감이다.

독일 여행 중, 노이슈반슈타인에 다녀오는 기차 안에서, 유럽인들로 이루어진 단체 관광객들 옆에 앉게 되었었는데, 그중 한 명이 가이드에게 농담 식으로 독일에는 언론의 자유가 별로 없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어보았다. 그 대답은 가이드 대신 우리 앞에 앉으셨던 할아버지께서 해 주셨다. 언론의 자유는 있지만, 금기되는 한 가지는 홀로코스트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것. 자신들의 흑역사를 부정하는 것을 금기하는 독일.

그러한 그들의 모습은, 다하우 수용소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SAM_7479.JPG "노동이 자유롭게 하리라". 그러나 그들은 노동을 위해 자유를 박탈당했었다.
SAM_7483.JPG " NEVER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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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하우 수용소는 1933년, 하인리히 히믈러가 나치 체제에 반대하는 이들을 가둘 목적으로 건설 명령을 내렸으며,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죄수들과 유태인들을 대거 수용했고, 그들을 처형시키거나 생체 실험으로 사용했다. 공식적으로 3만 명이 사망했지만, 기록되지 않은 죽음이 더 많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곳에는 그 역사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많은 사진들과 기록들 그리고 전시품들이 있었고, 실내 박물관 마지막 방에는, 기록으로 남아있던 수용자들의 명단을 책으로 제작하여 기념해 놓은 것이 있었다. 무척이나 두꺼웠던 그 책. 독일인들은 그 뼈아픈 역사를 감추지 않고, 만천하에 드러냈으며, 그것을 부정하는 것을 금지했다.



SAM_7369.JPG BMW의 역사를 디지털 북으로 만들어 전시해 놓은 공간. 이곳에서도 그들의 건강한 자존감을 만날 수 있다.

다후우 수용소뿐만 아니라, BMW 박물관에서도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을 무릎 꿇고 사과하며, 또한 그 부끄러운 역사를 부정하지 않는 독일인의 정신을 만날 수 있었다. 자신들의 역사를 소개하면서, 세계 대전 당시 직원 수가 부족하자 수용소에서 사람들을 데려와서 부당한 대우를 해 가며 노동을 시켰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그렇게 끌려온 사람이 많을 때는 직원의 반 이상을 차지했을 때도 있다고 설명하며, 그들이 받았던 부당한 대우들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그런 과거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며, 살아남은 분들과 유족에게 보상을 했다는 것을 기록해 놓았다.


예전에 페이스북 동영상에서 그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다른 것이라는 것. 자존심은 누군가 나보다 나은 자가 나타나거나 내 약점이 드러나면 사라지는, 열등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지만, 자존감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약점까지 인정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자존감이라고. 자존감이 높은 여자야말로 진정으로 섹시한 여자라고. 그렇게 보면, 츤데레 독일인들, 정말 섹시하다.


# 암스테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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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를 모르는 사람은 정말 거의 없을 것이다. 네덜란드에는, 그 유명한 안네와 그의 가족들이 숨어 지냈던 비밀 아지트가 있다. 지금은 박물관이 되어 있는 곳. 그곳은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를 중심으로 박물관으로 개조되었다.

글이나 말로는 감히 다 담아낼 수 없는 아픔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이 사망하게 된 것을 알게 된 후, 그들과의 기억이 있던 은신처에서 딸의 일기를 발견하고 그것을 책으로 출판하고, 또 은신처를 박물관으로 개조하는 모든 과정들....

그러나 그는 말한다. "미래를 건설하려면 과거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또 이렇게 이야기한다."이미 일어난 사건은 바꿀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역사를 통해 배우고 무고한 사람들을 차별하고 박해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를 깨닫는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편견을 물리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권 박물관에 벽 한 켠에 새겨진 위안부 출신 할머님의 말씀 "우리 역사를 보고 배워서 다시는 전쟁 없는 세상,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어 주세요."이 겹쳐진다.


기억한다는 것의 힘.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들은,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현재의 행동을 결정한다.

나의 잘못을 기억한다는 것은, 내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그러한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끝을 맺는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기억한다는 것은, 나는 그러한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


여성인권박물관에서 마주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에게 잘못을 저질렀지만, 아직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저들을 기억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심과 기억의 시작이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베트남 등에서 저질렀던 비슷한 잘못들을 반성하며 그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보상을 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다시는 이러한 아픈 역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사과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고, 계속 부정한다는 것, 기억하는 자들을 막아서려는 저들의 행위는.

다시 그런 행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증거 아닐까?


" 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억'에서부터 시작할 테니까요. 작은 소녀상은 단순히 하나의 조형물이 아니라 피해 할머님들의 '수요집회'에 대한 기얼, 소녀상을 만들기 위해 모인 국민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 작은 소녀상 작가 김서경, 김운성 작가님 -


소녀상과 함께한 여행.

관심 갖고 기억하겠다는 나의 작은 노력이었다.

즐거웠고. 행복했다.


SAM_7852.JPG 로마. 천사의 성


SAM_7907.JPG 로마. 판테온


SAM_6996.JPG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


SAM_7703.JPG 오스트리아. 훈데르트바서의 쓰레기 소각장


SAM_7706.JPG 오스트리아. 왕궁 정원
SAM_7491.JPG 체코.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



SAM_7436.JPG 독일. 노이슈반슈타인 성
SAM_7438.JPG 독일. 노이슈반슈타인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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