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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월문 이룰성 Jul 20. 2021

비로소 '기댈 곳'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했다.

 성인이 되고, 독립을 하고, 혼자만의 힘으로 아등바등 살아가려고 애쓰는 내가 가끔씩 안쓰럽고 딱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남에게만 느끼는 줄 알았던 측은지심이, 무심코 본 거울 속에 비친 내 굳은 얼굴을 볼 때 느껴지는 것처럼.

 왜 이렇게까지, 무엇을 위해서 이리도 열심히 사는지.


 열심히 살지언정, 누가 알아주기는 할까. 결과를, 성과를 내야만 알아주는 냉정하고도 차가운 세상이다.


 나는 어떤 존재에게,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살아가는가, 인정을 받아야만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이 삶, 내 인생의 주체가 정말 '내가'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가끔 이러한 의문이 들지언정, '답'은 매번 그렇듯, 쉽게 나오지 않고 일상에, 현실에 치여 소리 없이 크게 굴러가는 삶의 흐름에 내 정신과 몸을 내팽개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궁극적인 물음에 대한 생각을 할 때, '쓸 데 없는', '부질없는', '비생산적인' 생각이라 치부하며 '현실적인', '현실적으로'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 과연 우리 각자의 본심이 맞는가? 정말 '나'라는 사람이 속으로는 그게 아니라고 외치는데, '사회'가, '이 세상이' 그게 맞다고 하는 건 아닌가? 


 각자에게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물론 '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곤 한다. 우리가 과연 처음부터 돈, 돈, 오로지 돈을 좋아하며 돈벌이에 삶을 치중하며 살아갔는가?


 '행복'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중요한 매체가 '돈'임을 부정할 수만은 없다. 감히 추측해보자면, 수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에 대해 알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실행하는 것보다, 자아실현을 하는 것보다 우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좀 더 안전하게, 위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돈이라도 많이 벌어야 사회가, 주변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네가 돈 없이 살아봤어?', '네가 돈이 없어서 겪게 되는 설움과 고통을 진짜 느껴보기는 했어?', '돈을 가져보지도 못한 놈이 함부로 지껄이기는', '그러면 뭐 어떻게 살라고?',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건지'라고 말하면 나는 조심스레 이렇게 말하고 싶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돈이 중요한 게 맞아요. 근데 그 중요한 돈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가치만 중요시하고 그것만 바라보고 살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말인데, 제가 돈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뭐라고 딱 말하지 않아도, 왠지 그게 뭔지 짐작이 가지 않아요? 답을 이미 알고 계신데, 우리는 현실에 찌들어서 그 핵심적인 가치를 마음 한 켠에 묻어 두고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네, 저는 감히 그런 것들을 더 중요시하며 살아가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아직 30년 도 안 살아본 나로서는 인생 전체를 통틀어 군생활을 할 때와, 지금 자취생활을 하며 혼자 사색하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 지금 이때가 어찌 보면 가장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가치 있고 소중한 때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6년 간의 자취생활에서 얻은 가장 가치 있으면서 큰 깨달음은 바로 '나는 생각보다 한없이 작고 나약한 인간 중 한 명의 사람일 뿐이며, 내가 생각한 것보다 세상은 더욱 차갑고 냉철하며, 나 혼자의 힘만으로 살아가기에는 정말 벅차다'는 사실이다.

 
 솔직한 마음으로 정말 나에게도 '기댈 곳'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모른다. 독립심이 강하다고 생각했고, 혼자 힘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누군가에게, 어떤 것에 '기대는 행위' 자체가 '나약하기 때문'임을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정말 어려웠는데, 인정하고 나서 보니까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나약한 부분을 진정으로 인정하는 것부터가 성장하는 상향곡선을 타는 첫걸음이자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감사하게도, 어찌 된 일인지 내가 정말 '기댈 곳'을 찾게 된 것이다.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조금 더 겸손하게 생각하며 행동하고 '앎'에 고파하며 살아갔더니 뜻밖의 행운이 온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이런 행운을 거머쥘 수 있는, '영적 감각'이 번뜩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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