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거근증, 검사상 이상이 없는데도 지속되는 증상들

항문이 아픈데, 치질이 아니라고요?

May 20. 2025

“앉아 있을 때 항문이 쑤시고 당기듯이 아파요.”

“치질인 줄 알고 병원 갔는데, 아무 이상 없다는데요?”

“대변 볼 때는 괜찮은데, 오래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더 아파요.”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입니다. 항문이 불편하거나 통증이 있을 때,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치질을 의심합니다. 하지만 정작 항문외과나 내과에서 검사를 받아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만 반복될 때, 이게 도대체 무슨 병인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답답함을 호소하십니다.

이렇게 검사상 이상은 없지만 항문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반드시 항문거근증후군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항문거근증후군은 항문과 골반 사이에 위치한 ‘항문거근’이라는 근육이 긴장되거나 단축되면서, 항문 내부 깊숙한 부위에 묵직하거나 찌릿한 통증을 유발하는 증후군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혼동하시는 항문거근증후군과 치질은 통증 위치는 비슷해도 원인과 치료 방향이 전혀 다릅니다.

치질은 항문 정맥이 확장되어 생기는 일종의 혈관 질환입니다. 대변 시 과도한 힘주기, 변비, 임신 등으로 혈류가 정체되면서 정맥이 부풀고, 이로 인해 항문 입구 쪽에 딱딱한 혹이 만져지거나 출혈, 화끈거림이 동반됩니다.

반면 항문거근증후군은 항문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당기고 쑤시는 통증이 특징이며, 오랜 시간 앉아 있을 때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지만 환자 본인은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불편을 겪습니다.

수년 전 치질 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항문이 뻐근하고 쑤시는 증상이 사라지지 않아 내원하신 환자분 중 특히 장시간 앉아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날에는 증상이 더 심해지고, 밤에는 찌릿함에 잠을 설치기까지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진단을 진행해보니 이 환자분의 경우 골반저 근육인 항문거근이 과도하게 긴장되어 있었고, 이로 인해 음부신경이 눌려 통증이 반복되는 전형적인 항문거근증후군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도침치료와 추나요법을 통해 골반 주변의 긴장을 풀고 신경 압박을 줄여드리는 치료가 매우 효과적입니다. 항문거근을 지배하는 음부신경은 골반의 모양에 따라 영향을 받으며, 음부신경이 지나가는 구조물은 도침이나 약침을 이용하여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부위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의학에서는 항문거근증후군을 단순한 근육통이나 신경 압박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적인 순환 장애와 기혈 정체의 결과로도 봅니다.

오랜 좌식 생활, 체형 불균형, 출산 후 회복 저하, 만성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어 기혈이 막히고 간기의 흐름이 정체되면 골반저 근육이 긴장하게 되고, 결국 항문 내부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간기울결이 심하거나 담적이 체내에 오래 정체되면 항문 주변에 묵직하고 쑤시는 통증과 함께 대소변 후에도 불쾌감이 오래 지속됩니다. 이런 분들은 주로 예민하고 긴장을 잘 하는 경향이 뚜렷하죠.

이렇게 다양한 요인에 의해 항문거근증이 발생활 수 있기 때문에 저희 한의원에서도 항문거근증후군 치료를 위해 다양한 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환자의 상태와 병의 양상에 따라 적용되는 치료는 조금씩 상이합니다.

먼저 도침치료는 항문거근과 주변 근육을 직접 자극해 긴장을 완화시켜주는 치료법입니다. 추나요법은 틀어진 골반과 요추를 교정해 전신의 정렬을 바로잡고, 과긴장된 부위를 안정화합니다.

약침은 신경 주변의 염증을 줄이고, 통증 조절을 도와주는 약제를 주입해 회복 속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또한 기혈순환을 돕고 체질적인 한습이나 간기울결을 해소하는 한약치료도 병행합니다.

많은 분들이 항문이 아프면 무조건 치질이라고 생각하지만, 항문거근증을 치료하고 느끼는 것은, 기질적인 문제가 전혀 없는 항문통증 환자가 생각보다 정말 많다는 점입니다.

그러니치질 수술 후에도 지속되는 통증이나, 검사상 이상은 없는데도 묵직하고 찌릿한 느낌이 반복된다면 항문거근증후군의 가능성을 꼭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앉아 있는 시간이 많고, 스트레스를 자주 받으며, 평소 자세가 좋지 않은 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환이니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