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물감 원인을 방치하면 화병이 된다고?

심리상태가 목의 불편감에 미치는 한의학적 영향에 대하여

by 한의사 권고은

May 20. 2025

안녕하세요. 한의사 권고은입니다.

목에 뭐가 걸린 것 같아요. 계속 가래가 있는 것처럼 불편한데,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대요.

누가 내 목을 조이는 것 같고, 말을 하거나 삼킬 때마다 목이 답답해요.

진료실에서 '목에 이물감이 있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내과, 이비인후과, 소화기내과를 다 돌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마지막으로 한의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환자분들은 처음에는 단순히 목에 가래가 끼는 줄로만 알았다가, 불편감이 몇 주, 몇 달씩 지속되자 점점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목이물감 증상은 한의학에서 '매핵기(梅核氣)'라 불리며, 대표적인 화병의 전조 증상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매핵기'라는 용어는 마치 매실 씨앗이 목에 걸려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뜻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실제로 뭔가 걸려 있는 듯한 이물감이 있지만, 아무리 삼켜도 내려가지 않고, 음식을 먹을 때는 괜찮다가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불쑥 다시 불편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단순한 신체적 이상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로도 잡히지 않고, 항생제나 소화제 같은 약물로도 호전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분들은 종종 '내가 예민한 건가', '정신적인 문제일까'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목이물감은 신체의 긴장 상태, 특히 감정의 억압과 연관된 신체화 증상일 수 있으며, 바로 이 점에서 화병의 전조 증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깁니다.

한의학에서 '화'는 단순한 분노나 열이 아니라, 억눌린 감정이 해소되지 못하고 몸 안에 쌓인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억눌림은 특히 간의 기운을 막습니다. 간은 우리 몸에서 기의 흐름을 원활히 조절하는 장부인데, 간기의 흐름이 막히면 스트레스에 민감해지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목과 흉부 쪽에 묵직한 불편감이 생깁니다.

이때 가장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이 바로 목이물감입니다.

즉, 스트레스로 인해 간기의 순환이 정체되고, 그 기운이 목에서 울체되면 '기'가 위로 치받는 듯한 불편감으로 나타나며, 이것이 매핵기의 시작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이 상태가 풀리지 않으면, 점차 가슴 두근거림, 얼굴 열감, 소화불량, 불면, 예민함, 감정 기복 등의 증상이 동반되고, 이것이 바로 화병으로 발전하는 전형적인 기전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막기 위해 매핵기 초기에 간기의 소통을 돕고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치료를 진행합니다.

대표적으로 시호, 향부자, 치자, 반하, 생강, 황련 같은 약재를 사용해 울체된 간기를 풀고, 위로 치솟은 기운을 아래로 내리는 한약을 쓰게 됩니다.

침치료 또한 경추와 흉곽 주변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자율신경 균형을 맞추는 데 효과적입니다.

또한 매핵기를 겪는 분들은 자세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특히 어깨가 말리고 턱이 앞으로 빠지는 거북목 자세는 목 앞쪽 구조물을 과도하게 긴장시켜 이물감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목이물감은 단순한 가래나 염증이 원인이 아니라, 몸 안의 정서적 억압과 기의 정체가 만들어내는 화병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그 자체로도 불편하지만, 그대로 방치할 경우 우울감, 불면, 두근거림, 그리고 전신의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증상만 진정시키려 하지 마시고, 몸과 마음 전체의 조화 상태를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편함이 반복되고 있다면, 정밀한 검사보다도 정서적 스트레스와 기혈 순환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한의학적 접근을 함께 고려해 보시고 올바른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