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르다가, 또 식은땀이 나고 한기가 느껴져요.”
“선풍기를 켜면 춥고 끄면 덥고, 하루에도 몇 번씩 체온이 오락가락합니다.”
안녕하세요. 성수동에서 한열질환을 치료하고있는 한의사 권고은입니다.
한열질환을 다루다 보면,
인생의 여러 전환점에서 나타나는 열감이 정상적인 생리 현상을 벗어나 병적인 상태가 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갱년기는 이러한 증상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시기입니다.
오늘은 갱년기 열감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갱년기를 겪는 여성들 사이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바로 ‘한열왕래’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 증상을 단순한 체온 변화로 보지 않고,
‘체내의 기운이 상하좌우로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고 막혀 있는 상태’로 해석합니다.
특히 이 한열왕래는 간의 울체와 심열, 담화가 중심에 있는 경우가 많으며,
결국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그 뿌리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갱년기는 단순히 여성호르몬이 줄어드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시기가 바로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 몸에 쌓인 긴장,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의 자율조절기능이 무너지는 시기라는 사실입니다.
이런 이유로 갱년기에는 열감, 식은땀, 불면, 가슴 두근거림 같은 다양한 증상들이 생깁니다.
현대의학에서는 이를 에스트로겐 저하로 설명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정신과 육체가 동시에 지친 상태에서 나타나는 체내 불균형으로 봅니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일수록 간기울결 상태가 심해집니다.
기운이 소통되지 못하고 울체되면, 기가 열로 바뀌게 되고,
이 열이 위로 올라오면서 얼굴로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고, 안절부절 못하게 되며,
심할 경우에는 땀을 흘리고 추위를 느끼는 한열교차 증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럴 때 한의학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약재가 시호, 치자, 황련입니다.
시호는 울체된 간의 기운을 풀어주고, 기가 위로 치솟는 것을 내려주며,
치자는 답답함과 흉격의 열을 식혀주는 데 탁월합니다.
또한 황련은 심장의 열을 가라앉히고 정신적인 불안을 다스리는 데 자주 쓰입니다.
이 세 가지 약재는 실제로 갱년기 증상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한약재이기도 합니다.
갱년기를 맞이한 여성은 단순히 열감만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자주 한숨을 쉬는 등 다양한 심리적인 증상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또 소화가 안되고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붓거나 살이찌고,
관절이 여기저기 아픈 증상을 경험하기도 하죠. 한의학적으로 이런 증상은 심열이나 담음 등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노화의 과정에서 여성의 몸에 일어난 급격한 호르몬변화가
우리 몸의 여러 불편감을 만드는 상황인 거죠.
그래서 마치 산후조리 시기처럼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남은 삶의 건강과 활력이 크게 좌우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갱년기 치료는 단지 열감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고, 스트레스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회복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의학에서는 갱년기를 질환으로 보기보다, 변화의 시기이자 전환의 계기로 봅니다.
체질에 맞는 한약과 침치료,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약침치료 등을 병행하면
대부분의 갱년기 증상은 1~2개월 이내에 확연한 개선을 보입니다.
“이 나이쯤 되면 다 그렇지 뭐”라고 넘기기에는,
우리가 살아갈 나머지 인생이 아직 너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한열왕래, 가슴 답답함, 얼굴 열감, 불면 같은 증상은
그동안 내 몸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그 신호를 방치하지 말고, 내 몸을 잘 다스리는 시기로 삼아보세요.
지금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앞으로의 삶을 결정짓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체질에 맞는 치료로 균형을 회복하신다면, 남은 삶을 더 활기차고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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