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 없이 달려보니

by 그리니지

너무 우울해서 무작정 차를 타고 집을 벗어났다.

어디든 떠나려고 하다가

퇴근시간과 겹쳐서

차가 막히지 않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무작정 직진했다.

내가 아는 길을 지나

아예 모르는 길을 달렸다.

새로운 풍경에 들뜨면서도 생각이 많아졌다.

그냥 직진만 해버리자 싶다가도

계속 이렇게 달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어디까지 가게 될까.


그러다가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대신

어느 동네에 멈춰 섰다.

한 시간 넘게 달린 끝에 해도 저물었고

이번엔 네비에 목적지를 찍고 다시 달렸는데

이번에도 이상하게 편한데 불편했다.

혹시라도 길을 잘 못 들어서

집을 돌아가게 될까 봐 긴장하면서 달려야 했다.


목적지가 없이 달리니 뭔가 자유롭지만 불안했고

목적지가 정해지니 편안했지만 신경 쓸 게 더 많아졌다.


흘러가는 삶과

나아가는 삶

모두 장단점이 있는 거겠지.

많은 생각이 드는 오묘한 드라이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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