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애매한 사람의 현실공부
요즘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잘하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항상 몇 퍼센트가 부족하다.
마치 배터리 87%에서 절대 100% 안 차는 느낌이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면 지금쯤 줄줄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늦게 대학을 다니다 보니 늦게 시작했다.
그래서 영어는 늘 애매하고 거시기하고 살짝 억울하다.
영어 공부를 하려면 학원을 가야 하는데 내 레벨이 아주 기묘하다.
초급반에 들어가면 괜히 잘난 척하는 사람 같고,
중급반에 가면 갑자기 겸손해져서 입 다물게 된다.
1:1은 수업료가 사악하다.
그래서 혼자 미드를 보며 공부했다.
늘긴 늘었다.
하지만 대화는 역시 다른 세게였다.
거긴 NPC가 아니라 실전 보스들이 나온다. 좋다.
여행 가서 식당에서 주문하고, 호텔 체크인하고, 이런 건 문제없다.
“Table for two”까지는 인생이 평화롭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뭔가 억울한 상황.
이건 아니다 싶은 상황.
따지고 싶은데, 머릿속에서는 완벽한 한국어 문장이 도는데
입에서는 “Uh… so… I mean…”으로 끝난다.
한국말로도 싸우기 힘든데 영어로 싸우는 건 거의 예술의 영역이다.
그런데 이웃님 중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분이 있다.
이상한 엄마쌤.
실제 영어 강사이시고, 주부들을 위한 영어 강좌를 시작하셨다.
작년에는 내가 책 쓴다 뭐 한다 하면서 안 했다.
사실 숙제가 너무 많아서 들어갔다가 깜짝 놀라고 도망친 것도 맞다.
“아… 이건 진짜 영어 늘겠다” 싶어서 무서웠다.
그런데 요즘 생각해 보면
그 정도는 해야 영어가 늘지,
영어가 나 혼자 착하게 자라길 바랐던 내가 이상한 거다.
그래서 이번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다시 시작했다.
역시 영어 공부하는 사람들 열정은 뜨겁다.
문장들은 익숙하다. 외우는 것도 어렵지 않다.
문제는 꾸준함이다.
이게 제일 어려운 과목이다.
나는 꾸준함은 없는데 선생님 말은 잘 듣는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잘한다.
이건 착한 건지, 그냥 귀찮은 걸 싫어하는 건지 모르겠다.
운동도 그렇고,
책 쓸 때도 그렇고(아직 안 나옴, 언제 나올지 미정),
영어 공부도 그렇다.
그래서 요즘 내 유튜브는
영어, 영어, 영어, 영어.
광고보다 영어가 먼저 나온다.
뉴스 쉐도잉,
애니 쉐도잉,
영화 쉐도잉.
요즘은 눈 뜨자마자 뉴스 쉐도잉 10분을 한다.
처음엔 대충만 들린다.
단어 하나하나는 거의 운에 맡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10분쯤 지나면 귀가 열리기 시작한다.
결국 영어는
재능이 아니라 노출이고,
자존심이 아니라 반복이다.
내 최종 목표는 이거다.
꿈에서 영어로 싸우기.
그럼 게임 끝이다.
그날부터 나는 글로벌 인성 파괴자가 된다.
미국 갈 때마다 진짜 열받는 순간이 있다.
영어만 아니었으면 바로 따졌을 상황에서
혼자 속으로만 분노를 씹어 삼킬 때.
그래서 열심히 할 거다.
영어가 팍팍 늘어서
트럼프 임기가 끝나면 미국을 갈 거다.
너희들,
각오해라.
K-아줌마 마라탕 맛을 풀 옵션으로 보여주겠다.
그러다 너무 창피해지면
떼부치, 아니면 스미마셍 외치고 튄다.
이게 바로 다국적 생존 전략이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