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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마스라임 Oct 19. 2021

집에서 꽃도시락으로 나들이

Flower Activity 3_ 꽃도시락 만들기

코로나가 시작된 지난해,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습니다. 입학식이 온라인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지금처럼 Zoom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은 때여서 온라인 e-학습터로 녹화된 영상을 보았을 뿐이고, 돌이켜보니 등교를 한 날도 30일이 채 되지 않네요. 


유치원을 졸업한 작은 아이는 오빠처럼 학교에 가고 싶어 했고, 학교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이제 초등학교에 가면 자기는 아기가 아니라면서요. 작은 아이는 학교가면 제일 해보고 싶은 것이 친구들과 다함께 급식을 먹어보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유치원때도 급식을 하는데 왜 그렇게 초등학교에 가서 급식 먹는 것이 오매불망 고대하는 것인지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급식을 먹이지 않고 하교하는 것으로 담임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무래도 급식을 먹을 때 만큼은 마스크를 벗어야 해서, 저는 집에서 먹자고 아이를 달래었습니다. 


눈물이 막 떨어질 것 같은 글썽거리는 눈을 보고 있노라니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지만 저도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고 왜 그래야 하는지를거듭 설명해주려고 하다가 끝내 말았습니다. 엄마 입장만 내리 이야기 하는 것이 아이에게 들릴리 만무하고 내 정당성만 주장하는 것만 같아 말입니다. 이 슬픈 아이 앞에서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서요. 그 속상한 마음이 엄마의 말로 다스려지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냥 보듬어 주는 수밖에요. 


아이의 마음을 달래줄 겸 화제전환을 시도했습니다. 아이에게 집에서 점심 도시락을 싸서 먹으면 어떠냐고 운을 떼니 표정이 조금 밝아지며 그러자 합니다. 이럴땐 영락없는 애가 맞는 것 같습니다. 자기가 도시락을 싸보고 싶다고 하며 속상한 마음을 뒤로하고 다가서는 아이가 기특하기만 합니다. 도시락 통을 내어주고 밥솥에서 따듯한 밥을 담아주고 냉장고에서 반찬통을 꺼내놓아 주었습니다.  아이는 아직도 서툰 젓가락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감자채볶음에 달걀 장조림을 담고 김치를 먹어야 한다는 엄마의 잔소리에 김치는 아주 조금 담았습니다. 곁에서 저는 아이가 좋아하는 조미김도 잘라 주었습니다. 그렇게 그날은 자기가 직접 싼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학교에서 체험학습도 가고 그때 이렇게 엄마가 도시락도 싸줄거라며 꼭 왔으면 좋겠다는 미래의 그날로 이야기를 꽃을 피웠습니다.


도시락을 먹다보니 바깥나들이 종종 싸들고 나갔던 피크닉도시락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그러고보니 코시국에 바깥 나들이도 변변히 못한 채 이어지고 있는 집콕생활. 도시락을 본 김에 집에서 꽃도시락 싸서 집나들이라도 해볼까?



엄마의 준비 : 사실 며칠 후면 화훼장식기능사 실기시험이 있는지라 연습용 꽃이 가득한 베란다. 며칠 전 꽃 도매 시장에서 생화를 몇 가지 구매하여 컨디셔닝까지 마치고 물통에 넣어 물올림을 해 두었습니다. 


엄마의 꽃 연습에 관심이 지대한 작은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꽃들이 있습니다. 꽃도시락 만들 꽃을 직접 골라보게 하면 아이는 제일 화사하고 큰 꽃들을 골라냅니다. 



:::::: 준비물 :::::::


소재: 리시언셔스, 거베라, 동백, 소국, 편백

일회용 플라스틱 통, 수태, 동물픽, 꽃가위, 리본, 철사, 돌림판, 물통, 신문지(깔개), 아스테이지 (깔개)


*수태는 물을 넣고 불려둡니다. 

**돌림판은 있으면 사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물을 먹은 꽃 가지에서 물이 나오니 신문지를 두껍게 깔거나 아스테이지 같은 비닐을 깔아주면 작업을 마치고 청소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물을 넣고 수태를 아이와 함께 불려두었습니다. 수태는 일종의 이끼 같은 것인데요, 물을 머금고 있어서 요즘은 생분해가 되지 않는 플로럴 폼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꽃을 어레인지할 때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은 아이가 수태를 조물락거리면서 느낌이 재미나다고 조물딱 조물딱~~

그런데 냄새는 별로라네요. 그래도 친환경 소재라고 하니 다시 토닥토닥여 줍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딸기 팩을 깨끗하게 씻어 도시락 통으로 활용을 하는데요, 

딸기팩 안에 수태를 팩 높이의 절반 정도로 채워 넣습니다. 


이제 아이가 좋아하는 꽃들을 짧게 잘라 수태안에 고정을 시키면 됩니다. 

플로럴 폼보다 고정하기가 쉽지 않아서 자꾸 주저않으니 여간 집중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꽃과 그린 소재를 넣어주면 서로 지탱해주면서 쓰러지지 않을거야 하고 말해주었더니 '아하~' 합니다. 


이렇게 인생에서 힘들어서 쓰러지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면 이렇게 지탱할 수 있는 

'엄마는 너의 힘이 되어 줄거야.'



거베라에 이어 리시언셔스와 카네이션, 소국까지 거침없이 채워나갑니다. 


작은 아이는 '리시언셔스'를 아주 좋아합니다. 사실 꽃을 꽂아본 경험으로는 리시언셔스는 다루기 쉬운 꽃이 아니라서 저는 기피하는 꽃이지만 말입니다. 


꽃들이 쓰러지지 않게 위치에 거듭거듭 신경을 쓰면서 만들어 나갑니다.


작은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동물도 꼭 넣어줍니다. 이번에는 분홍색 토끼 친구들을 넣어주었네요. 

작업이 끝나면 이 동물들을 가지고 열심히 역할놀이를 하면서 놀곤 합니다.


분홍토끼가 꽃 속에서 놀다가 쉬고 있는 중이랍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리본을 만들어 꽂아 주었습니다. 리본도 역시 제과점 리본을 버리지 않고 두었다가 이렇게 활용하면 돈 안들이고 예쁘게 사용할 수 있답니다. 



마침내 완성한 꽃도시락.

분홍토끼들은 자고 거베라 꽃에 노랑이 고양이들이 놀러왔네요. 



꽃 도시락들 들고 아이가 다시 웃었습니다.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렸나 봅니다. 

화사한 꽃만큼이나 맑개 갠 아이의 표정이 엄마는 안도감이 자리잡습니다.


"엄마, 코로나 끝나면 김밥 싸서 에버랜드 놀러가도 되지요?"

"그러엄~~ "


"근데 코로나는 언제 끝나요???"

"음....글쎄....." 



언젠가는......

아......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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