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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tic Mar 05. 2018

티에리 피셔와 서울시향

서울시향 2018 티에리 피셔와 르노 카퓌송 -꿈- ①, ②

마르쿠스 슈텐츠와 티에리 피셔.

두 지휘자는 2017년부터 서울시향을 이끌어 가고 있는 두 수석객원지휘자(쌍두마차)다.

나는 그중에서도 마르쿠스 슈텐츠를 좋아한다.

슈텐츠에 대한 나의 애정은 그가 서울시향에 오기 전부터 시작되었는데,

언제인가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말러 교향곡을 듣고 정말 푹 빠져 버렸었다.


사이먼 래틀이나 마리스 얀손스 같은 정말 정말 위대한 마에스트로를 제외하면

누가 이 정도 말러를 들려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그는 이른바 '말러 스페셜리스트'다.

그래서 그가 서울시향의 수석객원지휘자로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기뻤고, 또 공연마다 들려주는 음악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재밌는 점은 이런 생각이 나뿐 아니라 다른 서울시향 팬들 다수의 마음이어서, 티에리 피셔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다는 점이다.


좀 더 솔직한 말을 하면 티에리 피셔의 연주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게 아닐까 싶다.

그의 지휘는 무색무취한 음식을 떠올리게 하는데, 나쁘지도 않지만 좋지도 않은 그런 어중간한 음악을 들려준다.

무난한 스타일의 티에리 피셔가 서울시향을 이끌어가기엔, 서울시향이 아직 포스트 정명훈 시대의 고유한 음악적 색깔을 찾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악단 고유의 음악적 정체성이 확실하다면 티에리 피셔의 지휘도 훌륭한 연주를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실망의 정점에 서있는 것은 아마도 연말 공연,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일 것이다.

티에리 피셔가 지휘한 '합창'은 그 이전 에센바흐와 정명훈이 들려주었던 소리에 비하면 볼품없어 보일 정도 초라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이 날 공연에서는 놀랄 만큼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뒤티외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는 심지어 처음 들어보는 곡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듣는 내내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제는 좀 단원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 걸까 싶은 맘이다.

르노 카퓌숑이야 유명세만큼이나 뛰어난 연주자였고, 정말 꿈같은 연주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다시금 생각해 보면 마르쿠스 슈텐츠의 장점은 뛰어난 지휘력, 티에리 피셔의 장점은 방대한 레퍼토리인 거 같다.

티에리 피셔는 나름의 능력으로 서울시향의 공연을 다채롭게 해주는 게 아닐까.

서울시향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우리나라의 다른 교향악단에서는 들을 수 없는 것들이 정말 많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올해 남은 티에리 피셔의 다른 공연들이 매우 기대된다. 물론 마르쿠스 슈텐츠의 말러 교향곡 5번도!

요한 수난곡을 또 언제 어디서 들어볼까. 기다리면 곧 오겠지.




덧 1. 하지만 그래도 베토벤 교향곡 9번은 마르쿠스 슈텐츠가 해줬으면 좋겠다...올해도 티에리 피셔던데 :(



서울시향 2018 티에리 피셔와 르노 카퓌송 -꿈- ①, 

2월 9(오후 8 롯데콘서트홀, 2월 10일(토) 오후 5시 롯데콘서트홀

지      휘 티에리 피셔 Thierry Fischer, conductor

바이올린 르노 카퓌송 Renaud Capuçon, violin

소프라노 이윤경 Yunkyoung Yi, soprano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Jung Mi Kim, mezzo-soprano

서울모테트합창단 Seoul Motet Choir

안양시립합창단 Anyang Civic Chorale

프로그램

베를리오즈, 로미오와 줄리엣 중 매브 여왕 스케르초

Berlioz, Scherzo: Mab, the Queen of Dreams from Roméo et Juliette

뒤티외, 바이올린 협주곡 ‘꿈의 나무’ *한국 초연

Dutilleux, Violin Concerto L'arbre des songes (The Tree of Dreams) *Korean premiere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중 1악장 & 4악장

Respighi, Pini di Roma (Pines of Rome)

 멘델스존, 한여름 밤의 꿈 중 일부 악장

Mendelssohn, Selections from Ein Sommernachtstraum (A Midsummer Night's Dream), Op.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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