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에베를레의 슈먄 바이올린 협주곡
이날 공연은 간만에 콘서트홀을 가득 채운 관객을 볼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올해 서울시향은은 더블 공연(같은 프로그램을 이틀에 걸쳐 진행)이 많아져 전체 공연일수가 많아졌는데, 신년음악회를 제외하면 항상 빈 자리가 많아 내심 아쉬웠다.
아무래도 서울시향, 나아가 클래식 관람객의 전체 풀이 한정적이다보니 더블 공연으로 진행되는 경우 두 번 모두 콘서트홀을 가득 채우기엔 무리가 있는 거 같다.
롯데콘서트홀이 개관하면서 같은 날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흐로 두 곳에서 서로 다른 공연이 열리는 경우도 있으니 그러한 경우는 관람객을 모으기 더 어려울 테다. 관람객 입장에서야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공연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줄어드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더블 공연이 계속 이어지려면 관람객이 많아야 하니 보는 사람도 조금은 걱정이 되는 것이다.
공연 제목도 베토벤 교향곡 '영웅'이고, 지난 서울시향 공연과 스페인 내셔널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으로 이름을 떨친 지휘자 안토니오 멘데스의 명성에 힘입어 내 관심은 2부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기대하지 않던 곳에서 감동하고 돌아가니, 오늘은 베로니카 에베를레의 슈만 바이올린 협주곡이 마음을 말캉말캉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교향곡, 바이올린 협주곡, 피아노 협주곡, 첼로 협주곡을 가장 즐겨듣는 편이지만,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비교적 앨범이 적은 편이라 귀에 익지 않은 편이었다. (사실 예년과 다르게 예습에 게을러서이기도 하지만) 그래서인지 사실상 처음 듣는 곡인양 들었는데, 웬걸 봄을 기다리는 풀밭마냥 아직 여리지만 힘이 싹트는 곡, 그리고 연주였다.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뒤늦게 베로니카 에베를레를 찾아보니 아쉽게 우리나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그녀의 앨범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유튜브에서 몇 개의 영상을 찾아볼 수 있으니 돌아가는 길이 심심치 않았다.
안토니오 멘데스의 '영웅'은 그다지 인상적이진 못했다. 무난한 연주, 그 정도의 느낌이었던 거 같다. 베토벤 교향곡은 정명훈 전 예술감독 시절 서울시향의 주 레퍼토리이기도 해서 기대했는데, 매우 아쉬웠다. 생각해보니 많이 연주해봤던 기억이 되려 독이 된 건 아닐까 싶다.
이 날 공연은 이안 보스트리지 공연이 끝나고 5일 밖에 지나지 않은 날이었는데, 연습량이 많을리 없다. 연주자는 부족한 연습량을 기존의 경험으로 메우려 했을 테고, 지휘자도 시간이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기엔 무리였을 테다. 아마 그래서 어정쩡한, 무난한 정도의 연주에 이르게 된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2부의 박수가 1부와 다르게 우렁차서 나의 감상이 잘못되었을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결론은 내리지 않기로 했다. 언젠가 또 그의 지휘를 들을 수 있다면, 그땐 그 이유를 알게 될 거라 생각한다.
서울시향 2018 베토벤 교향곡 '영웅'
3월 16일(금)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 휘 안토니오 멘데스 Antonio Mendez, conductor
바이올린 베로니카 에베를레 Veronika Eberle, violin
프로그램
멘델스존, ‘뤼 블라스’ 서곡
Mendelssohn, Ruy Blas Overture, Op. 95
슈만, 바이올린 협주곡
Schumann, Violin Concerto in D minor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
Beethoven, Symphony No. 3, Op. 55 ‘Ero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