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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tic May 07. 2018

철학자의 밤:Also sprach Zarathustra

서울시향 2018 티에리 피셔와 호칸 하르덴베리에르

리뷰를 쓰면서 이번 프로그램의 제목을 ‘철학자의 밤’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돌이켜 보니 서울시향의 공연명 혹은 프로그램명은 굉장히 단순하다. 서울시향 + 연도 + 지휘자 혹은 연주자 + (곡 제목). 예를 들어 이번 공연의 원제는 ‘서울시향 2018 티에리 피셔와 호칸 하르덴베리에르’다. 낭만(?)도 없고 매력요소도 없어서 전혀 흥미가 생기질 않는다.


근데 웬걸, 포스터를 찬찬히 살펴보니 ‘Music and Philosophy: Big Questions, Invisible answers...’라는 부제가 조그맣게 적혀 있다. 놓친 내가 잘못인가 싶어 홈페이지에서 일정표, 프로그램 소개글 등을 꼼꼼히 읽어 보았다. 그래도 여전히 포스터에 적힌 글귀 빼고는 부제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좋은 부제를 지어 놓고 왜 홍보에 활용하지 않는 건지 의아스럽고, 아쉽고, 조금은 화도 난다.


저 부제를 미리 알았더라면, 공연에 대한 기대도 명확한 방향성을 띄었을 테고, 공연을 보고 난 뒤 음악에 대한 이해도나 만족도도 훨씬 높았을 테다. 그만큼 이번 공연은 ‘철학’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공유하면서도 전혀 다른 음악적 내용을 가진 곡들로 구성된, 매우 만족스러운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아이브스, 대답 없는 질문'은 처음 듣는 곡이었지만 순식간에 매료되어 표제와 음악의 일치를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러한 주제를 잘 풀어내 전달한 티에리 피셔의 지휘와 서울시향의 연주도 좋았는데,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 여러모로 세심한 부분이 아쉽게 느껴진다.


또한, 이번 공연을 통해 티에리 피셔는 현대음악에 강점을 가진 지휘자라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지난 공연에서도 현대음악을 참 무던히 소화해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구나 싶었다. 그래서 뿌듯한 한편 7월에 있을 ‘바흐, 요한 수난곡’ 공연이 조금(?) 걱정된다. 솔직히 말해 티에리 피셔가 지휘한 바로크, 고전 음악 중에 진심으로 감동한 공연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향은 언제나 내 예상보다 멋진 공연을 보여주니 그 날도 그럴 것이라 믿어본다. 덧, 지난번 이안 보스트리지 공연 후기 쓸 때는 전혀 몰랐는데, 이제 보니 이 공연에 이안 보스트리지가 테너로 참여한다! 그래서 더더욱 기대가 되는데, 얼른 보고 싶다!




서울시향 2018 티에리 피셔와 호칸 하르덴베리에르
4월 18일(수), 19일(목)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지   휘 티에리 피셔 Thierry Fischer, conductor
트럼펫 호칸 하르덴베리에르 Håkan Hardenberger, trumpet
 
프로그램
하이든, 교향곡 제22번 ‘철학자’
Haydn, Symphony No. 22 in E-flat major, Hob.I:22, 'The Philosopher’

아이브스, 대답 없는 질문
Ives, The Unanswered Question

치머만, 트럼펫 협주곡 ‘아무도 내가 아는 고통을 알지 못한다’
Zimmermann, Trumpet Concerto in C major, 'Nobody Knows De Trouble I See'

베토벤,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서곡
Beethoven, Overture to the ballet Die Geschöpfe des Prometheus (The Creatures of Prometheus), Op. 43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Strauss, Also sprach Zarathustra, Op.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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