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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tic May 08. 2018

마르쿠스 슈텐츠의 말러 교향곡 5번

부제가 필요 없는 공연 제목

지난번 공연 리뷰에서 부제 활용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었는데, 이번 공연은 부제가 필요 없는 공연이라는 걸 통감한다(그래도 참고 삼아 밝히자면 이번 공연의 부제는 Mahler’s Vienna이다). 마르쿠스 슈텐츠가 지휘하는 말러 교향곡!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마르쿠스 슈텐츠와 말러, 두 단어로 오롯하다.


마르쿠스 슈텐츠는 2003-2014 시즌 동안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Gurzenich-Cologne Philharmonic)의 카펠 마이스터를 맡으며 말러 교향곡 전곡을 녹음(OEHMS CLASSICS 발매)한 바 있는데, 나는 이 음반을 듣자마자 그에게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들어보면 안다. 설명이 어려워서 그런 게 아니라...). 그 이후, 말러와 브루크너를 유독 좋아하는 나에게 그는 매우 애정하는 지휘자가 되었는데, 이 때문에 2017년 그가 서울시향에 객원수석지휘자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신나고 흥분되었는지 모른다. '서울시향 + 마르쿠스 슈텐츠라니!!!!!!'라고 속으로 열심히 외치면서 말이다.


마르쿠스 슈텐츠는 아바도와 바르비롤리처럼 작고한 마에스트로를 제외한다면 얀손스 옹, 래틀 경과 함께 동시대 최고의 말러 교향곡 해석을 보여주는 지휘자가 아닐까 싶다. 그의 연주는 아바도나 바르비롤리의 것처럼 감정을 폭발시켜 듣는 이를 휘몰아치듯 몰아붙이는 스타일은 아니다. 대신, 보다 유려하고 섬세하게 이끌어 나가며, 말러 음악이 가진 아름다움의 정점을 보여주는 연주를 한다.


이번 공연도 기대만큼, 아니 기대 이상의 공연이었는데, 부끄럽게도 나는 4악장에서는 터져 나오는 눈물과 콧물을 참지 못해 훌쩍이는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들어야만 했다.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은 현악 선율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 그 자체가 아닐까 싶은데, 그걸 슈텐츠와 서울시향의 연주로 직접 듣고 있자니 휘몰아치는 감정을 도저히 주체할 수 없었다. 내가 음악을 듣는, 또 공연을 직접 보러 다니는 목적을 정말인지 적확하게 파고든 공연이었다. 지금도 4악장 선율과 5악장의 피날레가 귓가 아른거리는데, 더블 공연을 모두 관람하지 못한 게 한스러울 따름이다. 슈텐츠 지휘의 서울시향 공연은 빠짐없이 들어야 후회가 없다.


뜬금없지만, 글을 쓰다 보니 또 정마에가 생각난다. 서울시향을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모든 얘기는 정마에로 시작해 정마에로 끝나는 듯하다. 정마에가 없었다면 슈텐츠라 한들 이러한 말러를 들을 수 있었을까. 서울시향은 정마에가 고국에 남긴 음악적 유산이다. 그에게 감사하는 만큼 서울시향을 아끼고 보듬어야겠지. 굉장히 뜬금없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나의 진심이 그러하다. 서울시향에 대한 나의 애정은 정마에로부터 시작되었고, 또 그가 떠난 뒤로는 그가 남긴 음악적 유산을 즐기는 게 내가 서울시향을 아끼고 애정하는 방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없어도 점점 더 발전하는 서울시향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정말인지 뿌듯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말러하면 서울시향, 코심 정도가 최고가 아닐까 싶은데, 임헌정 지휘자가 떠난 코심이 앞으로 정치용과 함께 어떤 말러를 들려줄지 궁금하다(취임 기념 음악회에서는 브루크너를 연주했다. 사실 코심이 말러를 잘하긴 했어도, 자주 연주하진 않았다). 더불어 내년에도 슈텐츠와 서울시향의 말러를 들을 수 있을까. 아니면 객원 지휘를 통한 정마에와 서울시향의 말러 공연, 덧붙여 음반 녹음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부디 무엇이든 하나만 걸려라!




'SPO 온라인 서포터즈'라는 직함 덕분에 운 좋게도 공연이 끝난 뒤 있던 후원회 리셉션에 참여할 수 있었다(감사하고 송구할 따름이다). 그 덕에 슈텐츠 선생님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드릴 수 있었는데, 덕계못이 뭐람, 정말 계 탄 날이었다. 더불어 콤스트님과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고, 샴페인으로 쨘-도 하고... 다시 생각해도 정말 한 여름밤의 꿈이다. 항상 이 날만 같아라!



서울시향 2018 마르쿠스 슈텐츠의 말러 교향곡 제5번

4월 27일(금), 28일(토) 롯데콘서트홀


지    휘 마르쿠스 슈텐츠 Markus Stenz, conductor
소프라노 황수미 Sumi Hwang, soprano


프로그램
슈레커, 오페라 ‘낙인찍힌 자들’ 전주곡 *한국 초연
Schreker, Overture to the opera Die Gezeichneten *Korean premiere

베르크, 일곱 개의 초기 가곡
Berg, Sieben Frühe Lieder (Seven Early Songs)

말러, 교향곡 제5번
Mahler, Symphony No. 5 in C-sharp mi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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