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다. 그 첫사랑은 이후의 사랑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결과와 무관하게 오랫동안 기억되기 쉽다. 첫사랑은 왜 특별한 걸까? 첫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 두 편[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To all the boys I loved before), 키싱 부스(The Kissing Booth)]을 보며 그 이유를 생각해본다.
1. 감각이 풍부한 시기에 찾아오는 사랑
영화에서 봐도 알 수 있듯이 보통 학창 시절에 첫사랑을 경험한다. '낙엽만 굴러가도 웃는다'는 말처럼, 학창 시절엔 모든 감각이 최대치로 열려있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외모지상주의자인 나는) 시각을 자극하는 외모가 사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위) 키싱 부스(아래) : 추운 겨울에 추천합니다, 주인공들의 훈훈한 외모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여기 이 두 영화에서도 눈에 띄는 외모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에서는 '피터'(노아 센티네오)가, "키싱 부스"에서는 '노아 플린'이(제이콥 엘로디)가 그들이다. (여기 나오는 여주인공들도 매우 매력적이지만, 주관적 외모지상주의자인 내 관점에서는 남자 주인공에게 편파적 시선이 가는 건 이해해주시기를.)
사실 이런 하이틴 로맨스 영화는 주인공이 누군지 알게 되는 순간, 누구나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뻔한 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게 되는 건, 바로 이 주인공들의 훈훈한 비주얼 때문이다.(내용이 무엇이든, 우선 이들을 보는 내내 퍽퍽한 현실에 지친 안구를 정화시켜주고, 심신의 안정을 주는 효과가 있다.)
"원인은 어땠는지 몰라도 걔는 너 좋아해. 널 보는 눈빛만 봐도 알겠다.
"어떻게 보는데?
"귀엽고 섹시한 퍼즐 보듯이. 아직 퍼즐을 못 풀었지만 재밌게 풀어보려는 거 같은?
-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中 -
< '내 눈에 양봉장 있다'를 자랑하는 주인공들 : 영화 속 순간순간 눈에 꿀이 넘쳐흐르는 은혜로운 장면들이 많다. >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포인트는 주인공들이 상대를 바라볼 때 꿀이 뚝뚝 떨어지는 그 달달한 눈빛이다. 특별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게 아니어도, 좋아하는 사람을 향한 사랑 가득한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그 영화 속 상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보들보들해진다.
2. 둘만의 감정에 지극히 충실하다.
"(사랑은) 운전과 같아. 상상으로는 할 수 있어. 그런데 직접 운전대를 잡으면 완전히 얼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中 -
"속이 안 좋아서 간까지 토하고 싶은데 오빠가 자꾸 생각나요. 사고의 접촉에 대해서요. 날 여동생으로만 보는 줄 알았는데 다른 이유로 날 보호했는지 궁금해요."
- 키싱 부스 中 -
영화의 대화를 보면, 주로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다루고 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어떻게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지 등등. 이렇게 감정들을 주로 다룰 수 있는 시기는 영화에서처럼 학창 시절이 가장 적기인 듯하다.
왜냐하면 두 사람의 감정에 '현실 생활'이 가미되는 순간 더 이상 감정만을 논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이런 두 사람이 현실 결혼에 입장하는 순간 화장실 청소와 분리수거는 언제 누가 할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전세자금 대출과 내 집 마련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 성가시지만 꼭 해야 하는 필수적인 일상들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그래서 '청약통장을 만들기 전 후'로 감정에만 충실한 연애와 현실이 개입된 연애로 나뉜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감정이 차지하던 부분을 이런 '현실'에 내어준다.
처음이기에 자기감정에 확신이 없기도 하고,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서툴기도 하다. 복잡 미묘한 감정이 주요 화두가 되는 관계는 풋풋함이 돋보이고 설레며 사랑스럽기만 하다, 영화 속 저들처럼.
3. 현재에 충실해서 더 아름답다.
< 그곳이 어디든 둘이 있으면 행복 : 한때는 이런 장면들을 모방하고 싶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
흔히들 행복의 비결은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한다. 첫사랑은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지금, 여기'로 한정하여 행복하고, 거기에 '우리'가 주는 소속감까지 추가되어 따뜻하다.
내가 아무리 원해도 영원히 지킬 수 없는 게 있잖아요.
하지만 무슨 일이 있든지 노아 플린 오빠와 함께 했던 나의 일부분은 항상 남아있을 거예요.
내 마음의 한구석은 언제나 오빠 거예요. - 키싱 부스 中 -
영화에서도 그게 자연스럽게 보인다. 비록 남자 친구와 헤어질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현재 두 사람의 감정에 충실하며 너무 멀리 바라보지 않는다. 상대와의 미래를 꿈꾸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가 가진 조건들에 의해서 미래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그저 현재의 두 사람 관계만이 중요시한다. 나이가 들면서 감정보다는 현실의 벽을 대입시키며 스스로를 또는 상대를 재단하기 쉽다. 세월이 흐를수록 이렇게 감정이 위주가 되는 관계는 드물어지기에, 첫사랑의 그 순간이 더욱 값지다.
< 6세 아들이 받은 최초의 사랑고백 : 편지를 설명하는 아들의 표정에서 첫사랑의 풋풋함이 잔뜩 묻어난다. 아들, 미리 얘기해두는데, 쉽진 않아.(동심 파괴 현실주의자 엄마)>
상대를 좋아하는 이유는 정확히 몰라도 그저 좋은 감정에만 충실할 수 있고, 그런 마음을 고백을 할 수 있을 때는 사랑을 처음 할 때가 아니면 할 수 없다. 모든 것의 처음이 그러하듯, 첫사랑은 서투르지만 열정적이고, 조심스러운 동시에 대범하기도 하다.
첫사랑은 흔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사랑이 오랫동안 기억되는 까닭은 감각이 풍부한 시절에, 둘만의 감정에 집중해서 그 현재에 충실했기 때문 일 것이다. 거기에 시간이 주는 선물이 더해져서 힘들었던 순간들은 옅어지고, 아름다웠던 추억들은 또렷이 저장된다. 그래서 첫사랑이란 기억을 소환했을 때 대부분 좋았다고 평가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