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야 내가 변할 수 있고 상황을 바꿀 수 있다. 내 속을 풀어내는 것도 타인을 설득하는 것도 인간관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설령 말때문에 사달날 위험이 크다해도 결국 말일 수 밖에 없다.
"인간의 삶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규정되며 이런 상호작용은 주로 말을 통해 확립된다."
장 폴 사르트르가 한 말이다.
- '어른의 어휘력'中, 유선경 저-
"학교다닐때 공부 잘했죠?"
"모범생이긴 했어요, 출제자의 의도를 잘 알아맞히는."
그렇다, 나는 수업태도만은 남달랐던 학생이다. 시험문제를 풀때도 언제나 출제자의 의도를 생각하였던 습관은 여전히 남아있다. 상담도 예외는 아니었다. 상담시간에는 학창시절 강의내용을 필기하듯 선생님과의 중요한 대화는 메모하고, 집에 가서 관련 책을 읽어보고, 적용해보고, 다음 상담시간을 준비하곤 했었다. 의도치 않게 몸에 벤 성실함이 상담에서도 여실히 발휘되었다. 이런성격이 피곤하기도 하지만(살이 잘 안찌는데는 이유가 있다), 상담을 함에있어서는 긍정적이었다.
내가 타인의 시선이 힘든 이유를 선생님이 직접 '투사'라는 용어를 꺼내진 않았지만, 상담 후 관련책을 보니 내가 방어기제로 주로 '투사'를 쓰고 있음을 알게되었음을 고백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저 책으로만 읽는 것과 선생님과 상담과정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글로 읽었을때는 좀더 명료해지는 느낌이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지난 한주는 어땠는지 얘기를 듣던 선생님은 결심한 듯 얘기하셨다.
"안타까워요. 00씨가 할 수 없는 일에조차 여전히 00씨 탓을 하고, 스스로를 비난하는게, 속상하네요. 나의 감정을 무시하고 하는 나의 행동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봅시다.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돼요. 어렵겠지만, 오늘부터 선언하듯이 끊어내보아요."
예를 들면 이런상황이었다. 언제나 객관적이고, 딸과도 심리적 거리두기가 철저하신 친정엄마가 신랑에게 말씀하셨다.
"아픈 애니까, 좀 잘해줘라"라고. (믿기 어렵겠지만, 여기서 아픈애는 나였다. 하하.)
그랬을때, 난 장모님에게 쓴소리 들은 신랑이 염려되어 "엄마얘기 너무 신경쓰지마"라고 카톡을 보냈다. 엄마가 난생처음 남과 내가 있을때 내편을 들어준것이 기뻤지만, 이내 신랑의 불편함이 염려되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신랑에게 메시지를 전송한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신 상담선생님은 한마디 하셨다.
"신랑이 불편할 것 같다는 것은 누구의 생각이에요? 나의 생각이에요. 확신할 수 없는 타인의 감정을 끌어당겨 규정짓는것을 하지 말아요. 그리고 엄마가 내 편을 처음 들어준거잖아요. 그때 어떤 감정이었나요?"
"어색하긴했지만, 기분 좋았어요. 든든했고요. 좀 행복했네요. 헤헤."
"그런데 어떻게 행동했나요? 신랑에게 신경쓰지 말라고 문자를 보냈어요. 충분히 나의 행복한 감정을 누렸어야 했는데, 무시한거에요. 그럼, 문자를 보내는 것은 누구를 위한 행동이었을까요? 그 대상이 없어요. 끊어내야합니다."
더이상 학생이 아니어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할 필요가 없는데도 습관은 남아있어, 상담에서조차 선생님이 하는 말의 의도를 세심히 살핀다. 마찬가지다. 나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을 미루어짐작하고 행동하는 것, 그것이 문제인줄 알았지만 여전히 쉽게 고쳐지진 않는다.
타인기준으로 생각하며, 타인에게 공을 넘기고, 그 사람의 결과치를 내가 체크하면서 마치 내가 통제하고 있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생각은 매우 교묘하게 고착되어있고, 사소한 생각까지 침투해 행동으로 나타나고있다고 상담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의식적으로, 내가 어떤 감정상태인지 인지하는 연습을 해보자고 덧붙이셨다.
예를들어 내가 좋아하는 신발이 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신발이예요. 자, 그럼 여기서 질문을 드리면 누가 내 신발에 대해 안좋게 얘기하면 나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내가 정말 너무 좋아하는 신발이면 이렇게 반응하겠죠. '뭐야 알지도 못하면서 말해. 이 신발이 얼마나 내가 어렵게 구한거고 좋은건데'
우리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대상이면 그 대상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그 대상을 뭐라고 하는 언어나 시선을 받아들이지 않고 내 생각을 지켜낼 힘이 생깁니다.
누가 안 좋게 얘기하면 튕겨내야지 하고 튕겨내는게 아니라 내가 대상을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입니다. 애쓰지 않아도.
자, 이번에는 내가 싫어하는 신발이에요. 신발에 구멍이 났네요. 그럼 나는 어떻게 대할까요?
그 신발의 구멍을 누가 작게만 얘기해도 나는 굉장히 크게 들릴 거예요.
그냥 구멍을 작게 뭐라고 얘기해도 크게 들리고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힘든 나에게" 中, 글배우 저 -
덧. 오늘도 숙제가 있었다. 다양한 감정이 있음을 익혔으니, 활용 편. 감정카드를 보고 한가지 사건에 한가지 감정을 붙여보는 것이다. 단, 이때 '나'중심의 표현으로 하고, 상대방의 반응은 개의치 않는다.(표현은 내꺼, 피드백은 니꺼.) 예를들어, 신랑이 아이병원에 함께 가준것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하는 거다. "난 신랑이 같이 병원 가줘서, 든든했어.(끝.)" 여기에 '그런데'로 시작해서 '이때는 속상했고, 저때는 좋았고 등등 붙이지 말것을 당부하셨다.(선생님은, 날 이미 파악하셨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