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에게 미안해한다는 것, 그리고 자가치유

빠른 변화의 이유 : 말뿐만 아니라 행동, 표정도 상담의 일환

by 나다움



홀로서기의 진짜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통제 가능한 일과 통제 불가능한 일을 구분하는 능력입니다. 타인의 마음, 세상, 이미 지나간 과거 등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통제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집착을 거두는 게 좋습니다. 반면, 내 마음은 통제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유한한 시간과 에너지를 통제 가능한 내 마음에 두는 것이 바로 홀로서기입니다.


둘째, 내 마음을 잘 알고 다루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홀로서기입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인정받고 사랑받고 성공하면 행복해질 것이다'라는 신념도 내가 쓴 안경을 통해 바라본 세상에 관한 이야기일 분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안경을 쓴 줄 모른 채 그것을 진실이라고 착각하는 순간 온갖 괴로움에 휩싸이고 맙니다.

- '홀로서기 심리학' 中, 라라 E. 필딩 지음 -


내가 바뀐 것 밖에 없는데 왜 타인도 함께 변했을까요?
내가 나로서 온전히 있을 때, 앞으로 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나의 감정을 인정하고 표현하며, 온전한 나로 있으려 노력한 것 한 것이 변화의 열쇠라는 것이 신기했다. 거기에 덧붙여서 힘든 감정이 나를 잠식하려 할 때, 인정하긴 하되 동시에 잠시 다른 것을 하기로 했다. '감사한 것 찾기'가 그것이다. 틈틈이 종이를 꺼내 들고 적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일상적인 일에서부터(예-점심시간에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부터 아주 사소한 것까지(예-머리카락이 쑥쑥 잘 자라서 아무 때나 자를 수 있음에 감사한다) 적어보았다. 펜으로 적는 행위 자체가 현실에 발을 디딜 수 있는 행위였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기에 좋았다.

"어머. '감사한 것 찾기'가 앞으로 낼 숙제 중 하나인데, 알아서 하고 있다니 뿌듯하네요. 아주 훌륭해요. 진도를 더 나가도 되겠어요!"


잔뜩 찌그러진 캔처럼, 압축된 내 감정을 조금씩 펴내는 방법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켜켜이 쌓인 감정을 펴내고 덜어내는 게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감정이 느껴지는 이면의 욕구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중요했다. 현실에서 결핍되는 게 무엇인지, 왜 내가 자꾸 그런 행동을 하는지 반추해야 했다.


"선생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정이 폭발할 때가 있어요. 감정을 표현하는 게 그래서 머뭇거려져요."

"00 씨의 마음은, 지금 물이 가득 찬 물 잔에 비유할 수 있어요.
이미 물이 가득 찬 잔이기에 물 한 방울만 더 떨어뜨려도 넘쳐나는 거예요.
감정이 수용되지 못한 경험들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거예요.
그래서 마음속에 여유가 없어요.
우리는 그 감정을 비워내는 작업을 계속해야 해요.
마음에 공간을 만들어줘야 해요."

동시에 타인에 맞춰하는 행동, 문제 해결 중심의 사고방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이셨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얼마 전 병원에서 유방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의 반응은 이러했다. 아픈 것이 속상하고, 앞으로 큰 병일까 걱정되고 심란한 게 아니었다. 그런 감정은 무시하고, 바로 언제 연차를 쓰고 수술을 하는 게 좋을지, 이 수술이 실비보험은 될지 된다면 얼마나 적용이 될지 등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 상황을 타인에게 적용해보면, 어처구니가 없긴 하다. 아픈 사람에게 얼마나, 어디가 아픈지 그로 인해 어떤 마음인지 묻기도 전에 회사 일정에 지장 없는 날 연차를 써서 수술을 해야 하고 비용도 최소한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꼴이었으니. 나란 사람은 본디 감정을 중시하는 사람인데, 내 주변 사람들의 생각에 맞춰 감정은 무시하고 이성적으로만 접근하고 있었다.


자기 연민을 가져야 해요.

선생님은 나지막이, 하지만 단호히 말씀하셨다.

"자기 연민이요? 오히려 제 주변에서는 그러던데요. 전 오히려 자기 연민이 강하다고. 타인에게 눈을 좀 돌릴 필요가 있다고. 너만 힘든 거 아니라고."

"그건 그 사람 기준인 거고요, 이성적인 판단을 주로 하는 사람의 이야기인 거고요. 00 씨는 다른 사람이잖아요. 감정이 충분히 수용되는 경험이 없는 00 씨에게는 꼭 필요한 작업이에요."

스스로의 마음 상태를 돌보지 않고, 타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나를 가엽게 생각하고 위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럼, 00 씨 자신에게 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네? 음, 뭐 앞으로 잘해보자. 그런 거요? 사실 이건 어렵네요. 정답 맞히기가 잘 안돼요."

"본인에게는 가혹하니까, 타인으로 치환해서 생각해볼게요. 오랫동안 알고 있던 친구와 다퉜어요. 내가 애써 외면했던 거죠, 그 친구를. 이제는 다시 잘 지내고 싶은 맘이 들어요. 그럼 그 친구에게 어떤 감정이 들까요? 뭐라고 말할 건가요?"

그 후에도 오답 행진(?)은 계속되었다. 선생님은 양 떼를 몰듯이, 어느 한쪽으로 유도하고 있음을 알아챘지만 절대 정답을 말해주진 않으셨다. 어떤 대답이 필요한지 계속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게 해 주셨다. 그렇게 한참 동안 생각한 끝에 대답했다.

"미안.. 하다요?"

맞아요. 미안해해야 해요, 본인에게.
그동안 외면했던, 나에게 미안해해야 해요.
그리고 온전히 그 모습까지 사랑해야 해요.

스스로의 감정을 알아주고, 지지해주고, 수용해주는 과정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이셨다.

우리 몸의 뼈의 정열이 맞지 않으면 온몸이 아프듯이, "생각-감정-말"이 하나로 일치되지 않으면 마음이 아픈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 스스로 정열을 맞추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다. 과거의 일이 생각나면, 그 당시에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가상의 대상에게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예를 들어 눈 앞에 걱정인형을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과거의 어떤 상황에서 내가 실제로 들었던 말 말고,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스스로에게 다시 얘기해주는 것을 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내가 빠른 변화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이 몸소 직접 보여주신 것이 더 크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투르고, 나 스스로 온전히 있는다는 것에 명확한 개념이 없는 나에게 온몸으로 보여주셨다.

내가 상담실을 못 찾아서 선생님이 직접 입구까지 나를 마중 나오는 번거로움이 있었던 날, 나의 실수로 선생님께 폐를 끼친 것 같아 어쩔 줄 몰라하던 나에게 그럴 수 있다며 웃으며 여유롭게 받아주셨다. 나의 성장을 기뻐할 때는 손발을 동동 구르고 박수를 치며 온갖 찬사를 다 붙여주며 즐거워하셨다. 나의 지난 아픔을 덤덤하게 말할 때는 정작 내가 느끼지 못하는 아픔의 감정을 하나하나 나열하고, 표정으로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렇게 상담 선생님을 통해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게 무엇인지,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게 어떤 것인지를 체득한다.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 그 모든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그저 이렇게 말하며 상담실을 나선다.

"선생님을 보면, 제가 에너지를 얻어갑니다."

"하하, 감사해요~ 사실 제가 그런 얘기를 좀 듣긴 해요!"


나였다면, '아니에요, 뭘요'하며 애써 나의 즐거운 감정을 부정했을 텐데, 선생님은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한다. 나의 감정을 그대로 수용하며 그 감정을 누리는 것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몸에 새기며 집에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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