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달력: 시간과 공간을 함께 느끼다.
"오늘은 며칠인가요?"
이 질문을 들으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나 달력을 확인합니다. 오늘은 2020년 2월 25일이네요.
제가 방금 말한 날짜는 태양을 기준으로 하는 그레고리력에 따른 날짜입니다. 그레고리력은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1년으로 삼은 달력이에요. 하지만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려면 실제로는 365일 하고도 5시간 48분 46초가 더 걸립니다. 이렇게 해마다 달력에 포함되지 않은 약 6시간은 4년에 한 번 윤일( 2월 29일)이 되죠.
그레고리력을 쓰기 전 우리나라는 달과 태양을 기준으로 한 태음태양력을 썼습니다. 우리가 설날과 추석을 따지는 음력이 바로 이 달력인데요. 태음태양력은 초승달-보름달-그믐달로 이어지는 달의 움직임을 한 달로 삼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계산하면 1년은 354일이 되기 때문에 지구의 태양 공전 주기와 큰 차이를 보이죠. 그래서 19년에 일곱 번 윤달을 두어 차이를 맞춥니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태양력과 태음태양력 말고도 다양한 달력이 쓰였습니다. 지역과 문화권에 따라 다른 달력을 썼지만 대부분 태양과 달의 움직임에서 규칙을 발견하여 달력을 만들었지요.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도 달력과 시간의 개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월화수목금토일 이라는 요일 이름도 태양과 달, 각각의 행성에서 따온 것이고, 행성의 공전궤도가 시, 분, 초의 바탕이 되었으니까요. 지구 곳곳에서 다양한 방법과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지구 밖의 천체를 보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달력을 만들었다는 게 참 신기하지 않나요?
얼마 전 크리킨디센터에서는 지구달력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지구달력은 태양을 중심으로 태양계 9개 행성의 움직임을 기록한 달력입니다. 다른 행성의 움직임이 오늘 날짜를 아는 데 무슨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할 텐데요. 애초에 달력은 “시간과 공간을 통틀어 우리들이 어디쯤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지 이해를 돕는 시공간의 지도”를 의미했다고 합니다.
고대인은 시간과 공간을 별개로 보지 않고, 같은 차원에서 계속 변화하는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받아들였다는데요. 우리는 그동안 시간의 개념으로만 달력을 보는데 너무 익숙해진 듯해요. 지구달력은 태양계에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정확히 따지면 ‘태양계시공간지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구달력 워크숍에 참여하신 찬스 님은 “지구력을 보고 있으니 ‘시간(숫자)이 참 많이 지났구나’라는 평소의 느낌이 ‘와 참 멀리도 왔구나’라는 감탄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황대권 님은 지구달력으로 농사력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대요.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별들의 위치를 농사짓는 데 활용했는데 이번 지구달력 워크샵을 통해 “구체적인 무기를 손에 쥔 느낌”이 들었다고 하시네요.
지구달력 워크숍을 진행하신 스기야마 카이치 선생님의 글로 이번 후기를 마무리합니다.
한국 지구달력 동료들에게.
지구달력 워크숍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시대를 사는 동료를 만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우리 아티스트에게 국경은 없다라는 것을 진심으로 실감했습니다!
우리는 같은 Timezone 팀입니다. 함께 태양과 달을 느끼며 앞으로 빛의 릴레이를 시작합시다.
한국의 크리킨디센터에서 벌새 물방울의 이야기가 시작 되었어요!
함께 지구의 미래를 만들어 갑시다.
작성자
워크숍 기록: 동녘
브라질음악팀 ‘페스테자’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단일하게 음악가로서만이 아니라 한 시민으로서 자유롭고 남들과 잘 지내며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입니다. 구체적인건 잘 모르겠어요. 크게 아팠고 회복 중인 상태입니다. 그로 인해 새로 주어진 삶의 조건 속에서 고민이 많습니다. 일단 집에서는 주로 음악을 만들고 밖에서는 연비가 좋은 낡은 바이크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며 이것저것 해보려고 궁리 중. 두 글자로 표현하자면 무직. 그래도 열심히 삽니다.
편집: 쏭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