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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날,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살아가던 우리가 모여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읽기 > 실험으로 배움의 여정을 함께 했어요. 어쩌다 보니 우리는 배움공동체로서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네요. 두 달 동안 매주 만나다가 텅 비어있는 캘린더를 보니, 저는 좀 시원섭섭하더라고요. 괜스레 함께 작업했던 기록들을 둘러봤는데, 이제서야 우리가 함 한 실험의 의미를 알게 되었어요. 포코시읽 시그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읽기>는 "실험" 그 자체였어요. 좌충우돌의 향연이던 첫날이 기억나네요. 모두 다른 기대와 배경을 가지고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죠. 모든 게 처음이었던 사람도 있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던 사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물리적 공간과 제약을 뛰어넘어 함께 인문학을 배우고 공부하고 싶다"라는 공통 니즈를 파악했어요.
조한과 히옥스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사유할 수 있는 읽기 자료를 제안하고, 인문학 맥락과 앞으로 우리가 해볼 수 있는 방향으로 이어주었어요. 실험 동료들과 함께 느끼고 사유하면서, 문제의식-질문-생각을 공유하는 방식과 플랫폼을 고민했지요. 처음에는 노션, 줌, 구글 문서와 드라이브, 빠띠 타운홀, 메일 등 여러 플랫폼과 매체를 활용해봤어요. 여러 시도 끝에 많은 이들이 최대한 친숙하게 활용할 수 있고, 아카이브가 가능한 플랫폼(줌, 구글 문서와 드라이브)을 선정했습니다.
애자일한 실험으로 매주 리뷰와 피드백을 하고, 실험 거리를 도출해 적용했어요. Learning by doing 정신으로 실험에 참여하면서 적응했고요. 그러다 보니 매체와 플랫폼을 익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고 공동 학습을 하는 법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실험을 함께 설계하고, 점진적으로 개선해 갔어요. 우리는 진정한 실험을 함께 한 동료들
서울, 광주, 제주에 있는 우리는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모일 수 없었어요. 각자의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읽기>를 해야 했죠. 어려운 상황임에도 함께 자료를 읽고 생각을 나누고, 인문학을 배우고, 서로를 만나서 알아가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플랫폼을 활용해 서로를 발견하고 서로가 연결되는 경험을 하고, 관계를 통한 배움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진행했어요.
단순히 Zoom을 활용해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를 켜두고 인문학 강의를 하면 되는 게 아니었어요.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함께 상호작용을 하고 사유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 중요했어요. 그 누구도 가르침을 받는 수동적 객체가 되고 싶어하지 않았고, 동등하게 배우고 싶었어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읽기>에서 대화를 끊임없이 나누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Zoom 소모임을 진행했어요.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약속을 정하고, 서로 말하고 들으면서 마주 볼 수 있었어요.
또, 여러 사람과 협업하고 연결될 수 있도록 메모장, 공동칠판 용도의 구글 문서를 활용해 실험을 진행했어요. 공동 문서로 감정과 생각을 충분히 나누고, 함께 읽고 쓰면서 상호작용을 할 수 있었죠. 감정과 생각을 충분히 나눌 수 있도록 체크인-체크아웃, 공동 기록 방식을 진행했어요.
소모임에서 나눈 이야기, 조한-히옥스와 나눈 이야기와 랜선대화, 발표로 공유해준 내용도 적었어요. 우리가 함께 한 모든 실험과정들을 함께 작성했어요. 처음엔 어색했지만, 차츰 느슨한 관계로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읽기>로 서로 연결되었다고 느꼈어요.
마지막 리뷰엔 대부분 '함께 한 친구들과 그들의 삶을 좀 더 알고 싶었다', '나누지 못한 인문학 이야기가 많아서 엄청 아쉽다'고 적었어요. 온라인으로 만난 인연이지만, 제주, 광주, 서울에서 오프라인으로도 만나고 싶다고들 하더라고요. 서로 소통하고 배우는, 함께 작업해보는 협업 경험으로 사회적 학습이 이루어졌어요. 제법 배움공동체다워졌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읽는 인문학을 배운다고만 생각했어요. 다양한 매체 자료 중심으로 시대 상황을 파악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라 여겼어요. 그 맥락에서 인문학을 함께 배우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확장하고, 시대 인식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거였죠. 이 실험을 진행하면서 지혜로운 존재가 되기 위한 인문학적 문해력보다 좀 더 높은 차원의 의미를 가진 느낌을 종종 받았어요. 서로를 발견하고 알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면서도 우리의 실험을 한 단어로 표현하지 못했죠. 마지막에 진행된 책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의 저자 김성우 선생님의 특강에서 언어를 찾았어요. 바로 "삶의 리터러시, 삶을 위한 리터러시" 였어요.
문해는 상태가 아니라 운동이다. 몇년 동안 읽고 했는지에 대한 상태가 아니라, 성찰하고 연대하고 소통했는가 그 순간에 의미가 있다. (...)'좋은 삶'을 생각하도록 모두를 초대하는 것이 삶의 리터러시입니다. 이런 점에서 리터러시는 모두를 해방하고 자유롭게 하며, 그 자유로운 사람들이 서로서로 다리를 놓으면서 그것이 바로 '좋은 삶'이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 책 "유튜브는 책을 집어 삼킬 것인가" 저자 김성우의 특강 내용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읽기> 과정 자체가 리터러시였어요. 우리는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탐험하면서 시대, 사회상,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봤어요. 여러 사람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협력해서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배움과 자극이 되었고, 좀 더 성찰하고 우리의 세계관이 확대되었어요. 누군가에 의해 갖춰진 교육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실험 과정 안에서 만난 많은 관계들을 통해 사회적 학습을 하고 성장할 수 있었어요. 우리의 실험 곳곳에 성찰, 소통, 연대의 리터러시 키워드가 있었죠. 실험을 통해서 짧은 시간이라도 누군가의 삶을 방문하고,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었어요. 또 동료들과 함께여서 서로에게 풍성한 배움이 되었고,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느꼈어요. 우리는 모두를 초대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삶의 리터러시를 배우는 실험을 하고 있었던 거에요. (소름)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읽기> 시즌 1은 끝났어요. 저는 항상 다른 사람들보다 두 세 박자 느린데, 이번에도 끝나고 나서 실험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되었어요. 혼자서 감동하고, 노래를 들으며 모두에게 편지를 쓸 뻔했어요.
조한과 히옥스가 그렸던 큰 그림을 같이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실험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초대해준 두 분께 감사해요. 실험 과정에서 함께 고민하고 진행한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계속할 수 있었어요. 무엇이든 함께라면 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들어요. 모든 게 낯설고 어색했을 하자 작업장학교 옥수수들, 삶디 노리들, 볍씨학교 친구들,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내서 실험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이야기와 맥락에 다리를 놓고, 좀 더 이해하고 소통하려고 애쓰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결국 우리는 배움 공동체 실험을 함께하는 중이었어요. "곧 만나요. 또 만나요" 라는 인사로 잠시 헤어진 거니깐, 우리의 실험은 계속 되겠죠? 곧 만나요.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읽기> 소개
서울 하자 작업장 학교, 광주 청소년 삶디자인 센터, 제주 볍씨학교의 청소년, 선생님들과 함께 "코로나 19가 덮친 시대 읽기: 인류, 진화, 근대 문명과 그 이후" 주제로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시대 상황을 읽기 위한 인문학 배움공동체 실험입니다. 오뉴월에 진행된 시즌 1이 종료되어 먼저단이 시즌 2를 준비할 예정이고, 지금 실험의 내용을 담은 오픈소스 툴킷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실험에 기여하고 싶으신 분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성자
미
Parti Co-op 민주주의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