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미래교육 시즌 1
슬기로운 미래교육 5부에서는 의학교육을 주제로 안신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와 이승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발제했습니다. 코로나 19시대에 의학교육계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두 교수의 발제를 공유합니다.
존스홉킨스의 초기 통계에 의하면 코로나 19가 유행한 후 감염자, 사망자 숫자가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전 세계 많은 도시가 멈추는 ‘미증유의’, ‘역사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는데요. 전 세계 어느 도시든 수 시간 이내에 갈 수 있을 만큼 지구가 좁아지다 보니 전염병이 놀라운 속도로 전파된 거죠.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코로나 19는 사스나 에볼라보다 전염병이 높고 2주 동안 무증상 잠복기가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금방 퍼졌습니다. 북반구에서 시작한 코로나 19가 남반구로 퍼졌는데, 북반구가 바이러스 확산을 어느 정도 컨트롤하면 다시 코로나 19 방역에 취약한 나라에서 북반구로 바이러스가 옮겨 올 것 같습니다. 현재 UN 사무총장인 안테니오 구테흐스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나라만큼만 건강하다(We are only as strong as the weakest health system in our interconnected world)”라고 말했죠.
이처럼 같은 바이러스여도 단순한 일자리를 지닌 사람들, 더 가난한 사람들이 취약합니다. 서울에서 콜센터 직원들이 코로나 19에 집단 감염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건강한 삶은 사회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데요.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직종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코로나에 감염될 위기에 노출되거나 일자리를 잃는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다행히 많은 의료진과 관련 노동자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한국은 한때 방역 선진국으로 주목받았는데요. 우리가 성공 사례에 기뻐하고 있을 때 의료계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 지역 의료진들의 인터뷰를 확인해보세요. K-방역이 필패할 수밖에 없는 한국 의료계의 진짜 현실 [inside 코로나19]
미국에서 코로나 19가 퍼진 초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의료 발전 수준을 과시했는데 실제론 미국에서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미국 의학 기술이 세계에서 제일 발전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 자원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하는지 가르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한국 의과대학에도 온라인 교육이 급격히 도입되었습니다. 온라인 교육을 시도하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매번 흐지부지 끝났는데 말이죠. 온라인 교육에서는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이 중요합니다. 오프라인으로 수업할 때와는 다르게 출석이나 수업 태도를 바로 확인할 수 없으니까요.
온라인으로 교육을 한다고 하면 ‘세계 어느 교수의 강의든지 다 들을 수 있으니 최고의 교수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자료는 그 맥락까지 다 이해해야 의미 있는 정보가 되기 때문에 그 맥락을 해설해주고, 정보의 바다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길잡이로서 교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얼마 전에는 온라인 시험을 보는 중에 학생들이 집단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객관식과 주관식 문제로 이루어진 기존의 평가 방식을 온라인으로 그대로 가져와서 발생한 문제인데요. 평가 제도를 새롭게 디자인하지 않은 교수의 잘못이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나 다양한 지식을 기억하고 있는지 정해진 시간 내에 토해내는 현재의 평가 방식으로는 부정행위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험을 본 후 학생이 그 결과를 직접 채점하여 자신이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자기 평가를 하고, 그 평가지를 바탕으로 교수가 학점을 매긴다'라면 학생들이 시험과 평가를 통해 배우는 게 많겠죠.
교수들이 어떻게 가르칠지는 많이 고민하는데 어떻게 평가할지는 고민을 별로 안 하는 것 같습니다. 교수들이 자신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할 때, 즐겁고 새로운 교육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로나 19 상황에 의대는 어떻게 교육을 진행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줌(Zoom)으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온라인 수업 초기엔 학생들이 학습 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고 모르는 개념을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어서 좋아하더라고요. 하지만 학기 중반에는 학사 일정에 맞춰서 수업을 듣기 어렵다고 학생들이 제 연구실로 먼저 찾아왔습니다.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어떻게 짚어줘야 할까요? 한 국가의 교육 정책은 교수자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고 하죠. 온라인 수업은 학생 지도와 함께 진행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콘텐츠 전달에만 초점을 맞췄지, 어떻게 전달할지 그 전략을 고민하지는 않았습니다. 의대생을 선발하고 교육하고 의사로 육성하기까지 그 전반적인 과정에 일관성이 없었죠. 의학 교육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양적, 질적 지표와 지수 개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험 잘 보는 지식(intelligence)만 아니라 전혀 다른 영역을 연결하는 능력(extelligence)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어야겠죠. 교수자는 본인의 메타인지(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자각하고, 모르는 부분을 채우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을 평가하는 것) 과정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대주어야 하고요.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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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킨디센터의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