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7주기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대지진과 쓰나미로 핵발전소에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 날 이후, 하자작업장학교에서는 더 이상의 핵사고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교육의 전환에 대한 모색을 하고 있고, 매년 이날을 추모하며 탈핵 퍼레이드에 참여해오고 있습니다.
올해 3월 10일, 우리는 다시 광화문 광장에 서서 걸었습니다. 함께 짊어졌던 노란 핵폐기물통 안에는 쓰레기 대신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요? 우리는 핵폐기물을 처분할 방법을 그 안에 놓아두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꺼내야 좋을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어제 뚜껑을 열어 나비를 꺼내 나비의 날갯짓은 보았습니다만, 아직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있을 것 같습니다.
광화문 광장 311나비퍼레이드에 참여했던 하자작업장학교 졸업생 고다의 글을 공유합니다.
"작업장 학교를 다니면서, 얼었던 대지와 공간이 풀리고 따뜻한 봄. 생명이 움트는 기운이 시작되는 그 무렵 후쿠시마와 세월호를 기억하게 됩니다. 생명이 기지개를 켜고 만개할 준비를 하는 그때에 죽음들을 기억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 가슴이 아프지만 매년 봄, 나는 후쿠시마와 세월호를 기억하겠지요.
인간에게는 ‘먹거리’이지만,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 고등어에게 미안합니다. 기나긴 세월 생명들을 살게 한 흙과 바다에게 미안합니다. 나무에게 미안하고, 새들에게 미안하고, 풀들에게 미안합니다. 이렇게 저는 후쿠시마를 떠올리면 존재들에게 미안함을 느낍니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 때문에 존재에게 미안합니다.
제게 후쿠시마는 ‘미안함’을 느끼게 합니다.
삼 년 만에 다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다 까먹어버린 바투카다 리듬을 찬찬히 기억을 되짚어보며 연주했습니다. 둥둥거리는 수루두 소리가 내 심장 가까운 곳을 같이 쳤고, 서로 힘을 내고 에너지를 주고받고 축제를 벌이는 분위기에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즐겁고 또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나를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바투카다를 비롯해 이번 일들에서 확실히 다른 판을 만들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제게 후쿠시마는 ‘판’을 만드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합니다.
우연하게 태극기집회 행렬이 광화문 광장을 지나치는 광경 속에서 몇 발자국밖에 떨어져 있지 않음에도 참 이곳과 저곳은 많이 다르구나, 물리적인 거리는 가까워도 그 사이는 가늠하기 힘들 만큼 멀리 떨어져 있구나, 이야기를 하는 방식을 많이 생각하고 또 배웠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 어떤 방식들을 고민하고 만들어내야 할까는 앞으로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새로운 판을 만들 때입니다. 이게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최근 하는 생각은. 나는 내 일을, 내 이야기를 열심히 만들고 풀어내면,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 같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기고 거기서 또 이야기가 덧붙여지고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것은 나를, 서로를, 세상과 멀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자그마한 중력들입니다
저는 제 자리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내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주고 서로의 결이 맞닿은 그런 일들과 관계가 끊임없이 이어지면 세상은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 사진 : 배선희(여우), 김현지(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