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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킨디센터 Nov 10. 2018

좋은 삶과 좋은 일을 이야기하다

'한 방울의 물' 포럼 이야기

크리킨디센터 전환교육연구소에서 ‘한 방울의 물’ 포럼을 열고 있습니다. 10월 6일 ‘대안교육한마당’에서는 ‘자기 길을 만들어 가는 청년들’이란 주제로 예비 포럼을 열었고, 10월 20일부터 ‘이 시대의 좋은 삶과 좋은 일’이란 주제로 다섯 번의 포럼이 진행중입니다. '좋은 삶'이란 2008년 에콰도르를 시작으로 남미국가들의 헌법에 명시되기 시작한 부엔 비비르 개념(buen vivir, good living, 안데스 원주민 케츄아어로는 sumak kawsay)에서 빌려왔습니다. 서구근대의 성장주의가 남긴 문제상황들을 겪으며 자연과 공동체와 조화로운 삶의 가치를 선택한 남미국가들의 결단에 힘입어 개인의 진로와 더불어 사회적 진로를 더듬어보고자 합니다.


크리킨디센터를 열면서 센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물었습니다. 근본적이고 빠른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대에서 ‘진로’에 대해 말한다는 것, 나아가 그것을 교육한다는 것은 막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설프게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질문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 시대에 좋은 삶, 좋은 일은 무엇인가? 



예비 포럼에서는 ‘입시 준비 – 대학입학 – 취업 준비 – 입사’라는 궤도를 벗어나, 자기 길을 만들어 가는 청년들을 초대했습니다. 농촌 페미니스트 들(박푸른들), 움직임교육연구소 공동대표 리조(문현정), 전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신지예가 바라보는 시대의 변화와 노동의 변화를 소개하며,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삶과 좋은 일’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같은 고민 나누니 농촌에서 계속 살아갈 힘 생기던데요”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53853.html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들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실험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관심사와 활동은 그때그때 달랐습니다. 농민의 삶에 대한 기억과 기록에 관심이 생기면서 지역사람들과 ‘마실이 학교’를 조직하기도 했고, 활동에 깊이를 더하고자 기록 전문가 그룹인 사진아카이브연구소와 기억발전소에서 일을 했습니다. 당사자 운동에 관심이 생기면서 카톨릭농민회 전국본부 상근자로 일을 했고, 농촌 여성들의 연대를 위한 ‘농촌여성캠프’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시골 페미니즘 예술모임 참여 작가이기도 합니다. “게으르고 비관적이기도 했지만 그때그때 관심에 따른 충실한 삶”이라고 스스로 평을 합니다. 



어쩌다 보니 ‘움직임 문화기획자’라는 듣도 보도 못한 직업을 갖게 되었다는 리조는 대학생 신분을 유지한 6년 반 중 2년 반은 학교 밖에서 국내외 네 개의 일터, 열 곳의 거주 공간을 오갔습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이나, 시장이 소비력 있는 고객에게 보장하는 안전망, 그 어디에서도 설 자리를 찾을 수 없는 진퇴양난에 놓이게 되었을 때 항상 자신의 생활 공간을 열어주는 벗들이 있었습니다. 이때의 경험으로 공유, 공존, 상생, 연대, 환대에 대한 감각이 몸에 배였고, 그것이 ‘공공 지대(Commons)를 만드는 일 즉 자신의 진로에 대한 상상력을 기르고 사유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그에게 삶은 “상상치 못한 고난, 행복, 관계, 배움 등 선물과 폭우를 수반한 어드벤쳐”입니다. 


 녹색당 http://www.kgreens.org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로 출마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신지예는 대안학교 졸업 후 몇 년간 프리카리아트로 정규직 노동자로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삶이 분절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월화수목금 일하고, 주말은 일하기 위해 소진된 정신을 모으는 시간이었습니다. 분절된 삶을 살면서 좋은 일, 좋은 삶을 사유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는 망원동에서 동료들과 ‘오늘공작소’를 만들어 ‘50만원 비즈니스’를 실험하기도 했습니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과 인문학이라는 고민아래 자전거 제작, 목공, 3D프린터 워크숍을 하거나 인문학 강좌를 열었습니다. 서울 복판에 섬처럼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는 골목길의 낡은 빈집들을 고쳐서 어르신들과 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누군가를 돕고 싶다”“또렷한 한 줄”을 찾았습니다. 빈집 프로젝트를 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어르신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보았고, 소박하게 주변과 나를 돌보며 살고 싶어도 사회가 그것을 가능하지 않게 한다는 문제의식이 생겨 정치를 하게 되었습니다.


세 명의 청년들은 조금 색깔이 다르지만 ‘꾸준히’ 자기 길을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삶이 팍팍하지만 그래도 자기 자리에서 ‘좋은 일’을 하며 ‘좋은 삶’을 가꾸어 가는 것이 가능하다, 혼자서는 안 되지만 협력과 연대로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신지예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삶은 마라톤이 아니라 산책에 가깝다. 목표를 향한 뜀박질이 아니라 온전하고 충분하게 존재하는 것, 쉬며 걷는 일이다. 지도도 없고 도달해야 할 장소도 없다. 예상치 못한 우연에 반응할 수 있으며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머무르는 것이다. 좋은 삶을 사유하고 좋은 일을 실천하며 에둘러 가는 것이다.” 





예비포럼에 이어 다섯 번에 걸쳐 열리는 ‘한 방울의 물’ 포럼은 ‘이 시대의 좋은 삶, 좋은 일’이란 주제로 홍기빈(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구본권(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이유진 (녹색사회연구소 연구원), 채효정(정치학자) 등 다섯 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첫 번째 포럼에서 홍기빈은 산업의 변화가 어떤 인간형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그것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의 변화는 자신의 삶에 대한 계획과 실행 능력을 갖추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고, 모임이나 단체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이런 정신분열적인 사회에서 어떤 길을 낼 것인가? 참으로 어려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두 번째 포럼에서 이안소영은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좋은 일’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돌봄노동이 인정받고, 누구나 돌봄노동을 해야 좋은 삶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이어, 노동의 재구성(앙드레 고르의 자율노동, 타율노동, 자립노동)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본소득이 가져올 삶의 변화를 그렸습니다. 






11월 17일에는 구본권이 ‘디지털 시대의 인간의 일’에 대하여, 12월 1일에는 이유진이 ‘기후변화 시대의 삶과 일’에 대하여, 12월 15일에는 채효정이 ‘사회적 진로와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포럼 내용을 바탕으로 2019년에는 진로교육의 철학과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작성자


스콜라(박복선) schola@krkd.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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