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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킨디센터 Nov 10. 2018

‘코딩’,
9와 3/4 승강장으로 가는 티켓

크리킨디 코딩야학 이야기

코딩 그 자체보다는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고하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업인 거 같아요. 코드는 혼자 짜야 하지만 결코 혼자 해낼 순 없어요.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도움받는 경험을 계속해봐야 하지요.
- 손은정(수다F.A.T 대표)



숫자나 데이터를 다루게 되면 상황을 조망할 수 있고, 휩쓸리지 않고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바탕이 생깁니다. 권력에 굴하거나 휩쓸리지 않는, 생각하는 방법으로서의 코딩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이때 단순계산이 아닌 통찰이 중요합니다.
- 최승준(미디어아티스트)


논리적 사고도 중요하겠지만 그건 수학 공부를 해도 길러지고, 사회생활을 해도 길러집니다. 제생각에 코딩을 배우는 진짜 이유는, 기계를 자유롭게 다루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코딩 교육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코딩을 배우는 것은 기계를 제어하기 위한 기술을 배우는 것이라는 점이에요. - 이고잉(생활코딩 운영자)


알파고 제로, 이족보행로봇 아틀라스, 자율주행자동차가 등장한 시대, 지난 1월 크리킨디센터 스태프들은 관심과 책임을 가지고 ‘코딩’기반의 세계에 접속하고자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었다. 올해부터 중학생, 초등학생에게 필수과목으로 등장한 코딩교육과 이에 따른 동기화의 문제, 코딩을 배우는 것과 코딩을 통해 배우는 것, 유튜브와 틱톡의 등장과 온라인 공간에서의 배움, 일선교사들의 고민 등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4차산업혁명시대라는 실체는 불분명하면서도 압박은 분명한 화두를 마주하여, 지식기반, 정보기술사회를 더욱 명료하게 살아갈 청소년들을 위한 크리킨디 코딩프로젝트를 두고 생각해보는 시간.


오픈튜토리얼스의 생활코딩(https://www.opentutorials.org/course/1)에서 활발하게 오가는 질문과 댓글을 보면서 이런 식으로 자발적으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장면 속에 청소년들도 들어있기를 바랐다. 생활코딩이 세심하고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학습플랫폼이 되어 자연스럽게 지성의 공동체, 학습생태계가 만들어가고 있는 것을 떠올리면, 앞으로의 사회환경에서는 청소년들이 교실뿐 아니라 다양한 학습의 장에서 평생학습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고, 시대의 변화를 들여다보고 질문하고 대답해볼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면서 인적이 많아지면 길이 생기듯 청소년들의 성장트랙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라는 예감. 


한동안은 웹과 코딩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말 안 통하는 괴짜처럼 여겨진 적도 있지만, '코딩 필수'라는 요즈음, 이제 청소년들에게 온라인공간은 게임/인터넷 중독의 공간만이 아니라 배움과 성장의 공간, 미래를 설계하고 타인과 관계맺는 평화롭고 친밀하게 서로를 북돋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생활코딩과 크리킨디 코딩프로젝트가 만났다. 



청소년을 비롯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웹페이지를 보는 일인데, 그것이 코딩을 통해서 구현될 때 신기해합니다. 코딩을 활용해서 해보는 게 좋은 건, 기계한테 맡길 수 있는 건 맡겨보고 인간은 더 인간다울 수 있는 일에 집중해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충분히 반복적인 일들의 루틴이 줄어들 때 절망감에서 해방될 수 있고, 코딩을 통해 해보고 싶은 일들이 생길 거예요. - 이고잉



작년 연말, 한 코딩 워크숍에 참여했던 교사들은 코딩 교육 의무화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었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를 리드하는 것처럼 생각되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정작 생태적이고 예술적인 감수성에 집중하는 발도로프학교가 인기를 끌고, 컴퓨터가 없는 학교가 만들어진다고 하니, 초등학교에서 코딩교육이 필수과목이 된다는 소식을 난감하게 생각하는 교사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자연 상태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강제로 배우는 것이 학교 교육의 본질이라고 해도, 코딩교육을 초등학교에서 의무화하는 데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사진출처 - 오른쪽: 문화일보 '푸른 그들, 푸른 체험' / 왼쪽: 경남도민신문 '진주 내동초 컴퓨터실 재정비'


크리킨디의 코딩프로젝트는 코딩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기다리거나 흐름을 무조건 따라가기보다는 주어진 (코딩교육에 대한) 요청을 수용하여 적극적으로 상황을 만들고 것을 혁신하며 돌파해보자는 마음으로, 어쩌면 그것이 컴퓨터 과학자이며 교육학자인 시모어 페퍼트의 Hard Fun(어렵기 때문에 더 도전이 되고 즐거운)이라고 생각하면서 오픈튜토리얼스가 열어준 특강과 워크숍, 방학중에 진행된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한 오프라인 수업을 거쳐 현재는 '크리킨디 코딩야학'으로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방학중 수업은 강사없이 오픈튜토리얼스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콘텐츠만으로 진행되었는데 굳이 교실에 모여 인터넷을 켜고 같이 동영상을 따라 해보는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좀 의아하기 까지 했지만,  ‘코딩을 왜 하냐’는 질문에 대한 청소년들의 대답은 ‘밥이 있으니 먹어야 한다’는 사람부터 프로그래머나 메이커가 되고 싶어서 경험을 쌓으러 왔다는 것까지 다양했다. 


코딩야학에서는 강사의 도움을 받아 하나의 웹페이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해보게 되었는데, 이때 본격적으로 코딩이 하나의 언어이며,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혼잣말이 아니라 대화의 과정에서 그 의미가 확인이 되고 상호교정이 되고 소통이 되면서 풍부해지는 것임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각자의 코딩 과정을 오픈소스 플랫폼이자 저장소인 GitHub를 통해 진행하였기 때문인데, 처음 접한 GitHub는 조금 어렵고 낯설기도 했지만 곧 익숙해지면서는 GitHub란 코딩야학의 교실을 온라인 공간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마치 '9와 3/4 승강장'처럼 새로운 호그와트 교실의 문을 열어버린 것 같았다. 그야말로 개인의 작업이 혼자 틀어박혀 하는 작업이 아니라 누구나 볼 수 있고 대화할 수 있고 강사나 다른 학생들이 손댈 수 있는 사회적이고 개방된 작업이 된 것이다. 코딩은 기계를 제어함으로써 다양한 관계안으로 들어가는 사회적 기술이다.



초보자가 코딩하다가 에러 메시지를 보면 굉장히 어려워해요. 순간 혼나는 느낌이 들거든요. 하지만 사실 컴퓨터는 ‘나를 이렇게 조금 바꾸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을 거는 겁니다. 코딩은 커뮤니케이션을 인식하는 게 재밌고 중요한 과정이에요.
프로그래밍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그런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죠.
문제가 있으면 끙끙 앓는 게 아니라 대화를 나누면 해결의 과정이 보인다는 걸.
- 최승준(미디어아티스트)


크리킨디 코딩야학 1기는 11월 3일로 마무리되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 참가자들의 ‘코딩야학記’를 소개할 것이다. 코딩 플랫폼에 내딘 첫 발은 아직 불안하지만, 세심하게 길을 찾을수록 실은 앞서간 사람들의 흔적을 따라 걷고 있음을 확인하고 안심하게 되기도 한다. 주옥같은 코딩선배들의 말들을 코드로 짜서, 코딩야학의 교실이 9와 3/4 승장강으로 향하는 곳임을 알려주는 반짝거리는 표식이 되도록, 교실 어딘가에 코딩 기술로 반짝거리게 하고 싶다. 



크리킨디 코딩야학 https://www.facebook.com/groups/krkdyahak/
함께 읽으면 좋을 글 : 적정수준의 공부(이고잉)
https://opentutorials.org/course/1189/10015?fbclid=IwAR31U7Of4EbxGV_g2SWPIolxRdkjQSBkclXCKi6JG5nT4LhTqDl9Feqz_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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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김진옥) bada@krkd.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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