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D-작업단 이야기
지난 여름 그 뜨거웠던 열기만큼 반짝거리며 뜨겁게 활동했던 어린이들이 있었어요. 바로 '만들기'를 좋아하는 어린이 D작업단(이하 어린이디단)으로 모인 5명의 어린이들인데요, 각자 김밥, 단발남, 라면, 별, 빛으로 스스로 별명을 지었어요. 김밥은 김밥을 좋아하고요, 단발남은 머리가 길어서래요. 빛은 한자 이름에 빛이 들어가고, 별은 태명이 별이었다고 해요. 이들은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크리킨디센터에 모여서, 만들면서 놀 궁리를 해 왔답니다.
처음에 빛은 자동차를 축소한 미니자동차를 만들고 싶었고 별은 땅속 터널, 김밥은 디지털 수족관, 라면은 장난감, 단발남은 VR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다가 크리킨디센터 야쿠(Yaku, 크리킨디센터에서는 어린이, 청소년과 함께 작업하는 작업자, 예술가, 활동가들을 야쿠라고 불러요)인 릴리쿰 의 ‘물고기’와 ‘까나리’가 좋은 제안을 하나 합니다. VR세트장을 만들고 영상을 만들어보자고요. 그렇게 어른 작업자와 디단 어린이 작업자들의 디단한 만남이 시작되었어요.
릴리쿰 : ‘만들기’를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취하여 환경과 일상을 복원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제작, 놀이, 실험하는 아지트 http://reliquum.co.kr
세트장 기본 설계는 디단 어린이들이 했습니다. 현장에서 실측하고 돌아와 본격 구상을 시작하였는데요, 구획을 나누어 각자 만들고 싶었던 것을 중심으로 설계해 나갑니다. 무엇이 만들어질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노는 궁리를 이렇게 진지하게 하다니, 디단의 가장 진지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VR세트장. 각자의 나라를 주제로 짓기로 했어요. 김밥은 성큼성큼 거침없이 김밥나라를 표현하고, 단발남은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도 단발일 수 있는 단발나라를 꿈꾸었고, 라면은 라면봉지로 빌딩을 만들었어요. 별은 땅굴 나라를 만들고 싶었고, 빛은 ‘빛나리’라는 이름의 로봇을 만들었어요.
금요일로는 부족해 다른 요일에도 스스로 찾아와 추가 작업을 할 만큼 열심히 지은 세트장이 서서히 완성되었고, 물고기, 까나리와 함께 VR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완성한 세트장은 크리킨디센터가 8월 11일에 개최한 핑퐁놀이터에서 가장 중요한 놀이터가 되었어요. 200여명 가까운 어린이와 동반어른들이 세트장을 체험하고, 어린이들과 릴리쿰에서 함께 만든 VR영상을 같이 봤지요. 이때 만든 VR영상은 지금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3층 디지털놀이터 전시장에 전시중이랍니다.
1기 디단의 활약에 힘입어, 10월부터 2기 어린이디단은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20명의 어린이들이 활동하게 되면서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하나는 <스스로 작업장> 프로젝트입니다.
무엇을 만들지 어린이 스스로 정하고,
누구와 함께 만들지 친구를 초대해 서로 협력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어른에게 요청한다.
이러한 기본 3가지 원리로 진행하고 있어요. 조금은 느리지만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경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말이에요. 각자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선택해서 지난주부터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카트의 원리를 연구하며 작전을 짜보기도 하고, 난생 처음 바느질도 척척 해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어린이가 생각하는 미래도시>라는 주제로 75년 후 서울의 모습을 어린이들이 상상하고, 설정한 뒤 그림으로 표현해보고 이 그림으로 전문가와 협력해 한편의 에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국제 페스티벌인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발”(The Unusual Suspects Festival Seoul)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11월 2일(금) 5시에 센터에서 그림 전시 및 에니메이션 상영회로 진행되었습니다. 어린이들이 말하는 75년 후 미래의 모습, 그 흥미진진하고 열띤 이야기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상세히 소개할게요.
어린이디단 모집관련 및 활약을 더 자세히 보시려면 여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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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뭉(오명하) moong@krkd.e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