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에 도착했는데 우르르 모여 있는 사람들이 딱 아래 위로 나를 훑어보더라고. 기분이 팍 나쁘더라니까."
여행자. 여행지. 이 두 개가 모이는 곳인 한 유명 숙소를 갔을 때 첫 만남이었다고 했다.
"나중에 내가 여기서 산 옷을 입고 다녔더니 그때서야 박수치면서 이제 여기에 어울리네 이런 말까지 들었잖아. 에휴, 오히려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기까지 하더라."
한 달을 지낸 후 생긴 변화. 그 지인은 단순히 예뻐서 산 옷이었지만, 그들은 그제야 자기들과 같은 무리에 속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오히려 그들이 칭찬하던 ' 아, 완전 여행자네'라고 칭찬받던 옷차림의 이들은 그곳을 대충 훑어보고 떠난 지 오래였다. 도대체 어떤 점이 여행자끼리 배척하고 선을 나누게 했을까.그저 그 지인은 어디를 가도 예쁘게 다니는 걸 좋아하는 한 명의 여행자였을 뿐이다.
여행자는 단순하기에 의외로 편견도 강하다. 신기하게도 오래 머물수록, 오랜 여행을 할수록 자기의 경험이 답이 되고 꼰대화 된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울타리를 치고 사람을 구별하고 훑어보기 시작한다. 이는 대중적인 곳보다는 팬층이 강한 나라일수록 이러한 편견도 훨씬 강했다.분명 여행자 모두가 생각하는 바도 경험하는 바도 다르지만 일편율적인 답을 강요하는 듯했다.유럽에서 예쁘게 다니면 아무 말 없지만, 인도나 네팔 같은 곳에서는 예쁘게 입고 다니면 뭐라 하는 여행자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넌센스다.여행하기 힘든 곳에서 옷차림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어서 그런다고 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잘 마르고, 안전하고, 튼튼하며 지퍼 달린 주머니가 있어 소매치기도 방지할 수 있는 등산복을 입지는 않았다.
왜 그럴까. 여행이다. 여행은 내가 속해 있지 않던 세계를 만남으로서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는 게 아니었나. 왜 이곳에서도 또 다른 편견을 만들어 서로를 나누는 건지 모르겠다.
한 번은 숙소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다른 여행자끼리 이야기하는 걸 듣게 되었다.
"아, 전 여자랑 여행 다니는 거 싫어요. 아니 예쁘거나 썸을 타거나 하면 몰라도 징징거리고 귀찮지 않아요?"
"와.... 너 여혐이냐?"
어린 나이에 호주 워홀을 하며 돈을 많이 벌었고, 그 돈으로 세계여행을 한다는 20대 초반의 남자. 남의 일이지만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러 왔음에도 이미 닫힌 사람이구나 싶었다.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날 텐데 그중 얼마나 좋은 사람들을 놓치게 될까 내가 다 안타까웠다.
여행은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는 것이라 했다. 우리 사회에서와 달리 적어도 여행에서만큼은 그러지 말자. 여행이기에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그렇게 인생에서 인연으로 이어질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앞서 말한 이야기의 지인이랑 한국에서 만나 술을 마시며 이야기했다.
"누나, 만약 우리가 그때 만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친해졌을까??
"야, 말도 마. 같은 곳에서 몇 번을 마주쳐도 스윽 지나갔을걸??"
나는 단벌 신사의 히말라야 여행자. 누나는 예쁜 옷을 입고 다니던 세계 여행자. 둘 다 손에 꼽을 만큼 여행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히말라야에서 만나 함께 한 달 이상을 여행했지만 함께 간 첫 산은 서울의 남산인 사이. 지금은 성만 다른 친누나 친동생이라 말하고 있다.
여행이다. 내가 살던 세상을 박차고 떠나 새로운 곳을 향하는 여정이다. 그러니 우리 이 여정에서만큼은 편견이라는 도구는 잠시 접어두고 나와는 다른 사람을 만나보자.혹시 모르지.전생에 가족과도 같은 사람을 만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