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현실 사이

인도에서 만난 사막

by 김역마


인도 서부 라자스탄에 위치한 도시 자이살메르. 곳은 낙타 사막 투어를 할 수 있어 굉장히 유명다. 사막이라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풍경을 볼 수 있는 데다가 동물원에서 눈으로만 볼 수 있는 낙타를 직접 타 볼 수 있는 기회는 여행자에게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내가 갔던 2013년 1월에는 한식당이 있던 타이타닉이라는 호텔에 대부분의 여행자가 머물고, 그곳의 경우 약 10명의 한국인이 모여 사막 투어를 간다고 했다. 하지만 첫 해외여행이라는 20대의 호기로운 마음에는 이곳까지 와서 우르르 다니기 싫다며 이상한 숙소에 머물게 되었다. 적어도 사막 투어만큼은 다양한 외국인들과 어울려보고 싶었다.


마치 학교 MT를 가는 느낌이 싫어 찾아온 숙소. 투숙객이 적어 걱정했지만 다행히 다른 숙소의 여행자들을 모아서 함께 낙타 사막 투어를 갈 수 있게 준비해주었다. 마침내 떠나는 날. 함께 할 3명의 여행자는 친구끼리 영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난 한국 MT를 피해 영국 MT에 참가하게 되었다.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종이에는 다양한 옵션이 있었다. 가격에 따라 달라지는 건 음식의 질, 술 포함 여부, 방문하는 마을의 개수, 사구의 개수였다. 신나서 설명하는 숙소 주인을 뒤로한 채 나는 딱 중간급의 투어 상품을 선택했다.


차를 타고 이동한 뒤 갈아타게 된 낙타. 사진이라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만난 현실에는 거대한 동물이라는 것을 더불어 앉았을 때 상당히 높고 불편다는 점이었다. 거기다 일렬로 걷는 낙타 간의 거리가 있다 보니 이동 중에는 대화조차 불가능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한 투어와는 처음부터 많이 달랐다.


"아주 예쁜 마을 3개를 방문하고 그곳의 전통적인 사람을 만날 수 있지!"


투어 상품에 대한 숙소 주인의 설명. 첫 번째 마을을 지나고, 쥐들을 위한 신전이 있던 두 번째 마을을 지 마지막 세 번째 마을. 많이 이상했다. 왜인지 우리가 도착할 때마다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나왔고, 그들은 우리가 신기하다기보다는 무언가를 바라는 눈빛이었다. 말없이 고개를 돌리고 쉬는 낙타 몰이꾼들. 그동안은 그냥 지나쳤다면 이곳에서는 인도식 밀크티인 짜이를 하나 주문했고,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과 놀기 시작했다. 이때 모든 걸 알게 되었다. 그들이 바라는 건 정말 '돈'이었다는 것을.


필름 카메라를 찍는 조쉬를 신기해하면서도 선글라스를 탐내고, 내가 사진을 찍으려 하자 아기를 웃으라고 툭툭 치는 엄마, 짜이 값을 치를 때 지갑의 위치를 본 아이는 웃으며 자꾸 그 주머니에 손을 넣으려 하고 있었다. 이게 그들이 습득한 생존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비난할 수는 없지만, 그와 별개로 여행자의 기대가 깨지며 만나게 된 현실은 처음 맛본 카카오 92%의 초콜릿처럼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대와 다른 현실은 낙타, 투어, 사막이라는 말 단어 하나하나를 차례고 보여주고 싶었는지 마지막인 사막마저도 예상과 달랐다.


선 두 개를 그으면 완성되는 곳. 어린 왕자가 자기 별로 돌아간 곳. 황량하고 황금빛으로 가득해야 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밥을 먹어야 했다. 그러니 잡목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아야 했고, 정작 정말 사막 같은 곳은 다음날 큰 사구에 올라감으로써 마지막을 장식했다. 내가 생각한 사막은 그 사구 한 곳뿐이었다. 어찌 보면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온 여행자의 과한 기대였을지도 모르지만 분명 사막이라는 단어가 가진 기대치에 비해 너무 현실적인 모습이 더 비현실적이게 다가왔다.




모든 일정이 끝난 후 마중 나올 차를 기다리며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인도 커리가 있던 냄비와 사람들이 먹은 스탠 접시 위에는 주변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것을 가득 담아 흔드니 물도 없이 씻을 수 있었다. 그 도구는 바로 모래였다. 스윽스윽 좌우로 몇 번 흔들면 사라지는 접시 위의 각종 물기. 이 모습보다 더 눈에 띄는 게 있었으니 주변에 널리고 널린 각종 동물의 똥들, 특히 낙타 똥이 눈에 들어왔다.


'저게 모래일까. 똥일까.'


이미 기대와 현실의 차이가 익숙하다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인도 서부 라자스탄 지역의 도시 자이살메르. 이 근처에는 사막이 하나 있다. 낙타를 타고, 전통적인 마을을 방문하지만 이곳은 여행자의 기대와는 다른 곳. 현실을 살아가는 장소 중 사막이라는 땅 위에 위치해 있을 뿐이었다.



작가의 이전글괴담과 경험담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