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출근은 안녕하신가요.
주말 근무자의 첫인상
"주말에 못 쉬는 거 마음에 많이 걸려?"
내가 의지하고 기대는 누나가 말했다.
"그건 내가 사람들을 좋아해서 그런 거긴 한데.."
고민이 많은 내가 답했다. 나는 일과 여행을 번갈아가며 살아온 여행자. 긴 시간을 여행하고, 백수인 시간도 길었지만 일을 할 때에는 무조건 평일 타임으로 구해 일을 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평일을 주말처럼 보낼지언정 주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주말이 중요한 건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구하게 된 직장은 주말이 가장 매출이 높은 곳. 바로 백화점의 한 매장이었다.
주말에 못 쉬고 평일에 휴무가 있다는 말은 지인들과의 만남은 거의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거기다 오전 7시에 일어나 집에는 저녁 9시 40분에 도착하는 나로서는 '너 일만 해라.'라는 선고와도 같았다.
'다 얻을 수는 없어.'
간단하지만 슬픈 진리. 첫 출근마저 토요일이었던 나는 오랜만에 오전 7시에 일어나게 되었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생각했다. 토요일이니까 자리는 많겠지. 터벅터벅 이른 아침 특유의 싸늘한 공기를 마셔가며 도착한 지하철 역사에는 이상하게 사람이 많았다. 처음엔 놀러 가는 사람들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지하철 내에도 시간대에 비해 많은 사람들. 아무리 눈을 비비고 봐도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정직하게 '나 출근 중이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분명 핸드폰의 달력은 빨간색의 토요일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적어도 이 내부는 평일인지 주말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오직 출근이라는 단어만 존재했다.
1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백화점. 매니저님과 함께 출근을 했고 정신없이 일을 배우며 사람들에 치이다 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아무리 내가 국토 종주를 하고, 히말라야 산맥을 뛰어다녔음에도 하루 종일 서 있는 것의 피로는 달랐다. 이게 얼마 만에 느껴보는 발바닥의 통증이던가. 평소 지하철에 기대어 서서 책을 읽는 걸 선호하던 내가 어느새 날카로운 눈으로 누가 일어날까 추측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빨리 앉아야만 이 발바닥의 불을 끌 수 있고, 만약 집까지 서서 간다면 발바닥에서 시작한 불이 내 온몸을 태울 것만 같았다.
눈을 감고 뜨니 오전 7시. 출근 준비를 해야 했다. 오늘은 일요일. 주 5일 근무에 속한 빨간색 아닌 검은색 주말이었다. 아침 출근 시간대의 지하철.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거나 모자란 잠을 채우는 이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 나도 이들과 같이 달력이 아닌 스케줄표의 일정대로 빨간색과 검은색이 나눠지게 되었다. 나는 주말에도 일하는 근무자다.
남들이 쉴 때 일한다는 것. 매장에 서서 주말을 즐기는 분들을 맞이했다. 직원용 통로를 통해 오르고, 오픈전 일을 하며 생각했다.
'참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는구나.'
빨간 날에 찾아오는 손님들. 다행히 아직 진상이라는 단어보다 겨우 맞이한 휴일을 즐기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의 얼굴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가득했다. 문득 한 때 내가 저들에 속했다는 게 새삼스레 먼 옛날이야기 같았다. 사람이 서 있는 곳이 다르면 보이는 것도 다르다고 했던가. 지금은 철저히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이었다.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쉴 때는 몰랐다. 내가 저렇게 행복한 표정이었는지. 내가 주말에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을. 내가 지인들을 오랜만에 만나 웃고 떠들 때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었다.
주말에 못 쉰다는 것만으로도 징징거리던 나. 문득 이렇게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대단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다들 이렇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구나. 괜히 버틴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니구나. 삶이라는 단어가 받침이 두 개나 있어서인지 참 무겁구나 싶어 졌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조차 아까운 점심시간. 직원용 비상계단을 따라 7층에서 지하 2층까지 향했다. 터벅터벅 내려가던 중 한 목소리를 따라 눈이 마주쳤다.
"응~ 먹고 있어. OO 이는 밥 먹었어??"
아주머니는 비닐봉지에서 꺼낸 소소한 먹거리를 두고 자녀와 통화를 하는 것 같았다. 밥을 먹었냐는 말에 다시금 인식하게 되는 주말 일요일. 휴일 그리고 백화점이라는 단어와 조금 어울리지 않는 어둡고 침침한 직원용 비상계단의 불빛 아래. 아주머니는 핸드폰 건너편에서 전해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참 밝게 미소 지으셨다.
주말에 대한 소중함과 이 시간에 일하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 절로 생겨났다. 주 5일. 주 6일 혹은 일주일. 주야 2교대, 3교대. 일의 환경도 방식도 모두 다른만큼 각자의 위치에서 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겠지? 그렇다면 단순하게 생각하자. 다들 안녕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힘냈으면 좋겠다. 다들 밝은 미소가 함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