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프레임 이면 사이
미디어 너머의 이면을 만나보는 인도
인도. 세계의 수많은 나라 중 한 곳의 이름이지만 수식어가 참 많은 곳이다. 세계 인구수 2위, 문명의 발생지, 힌두교와 불교의 발생지, 요가와 명상의 성지, 배낭여행의 로망, 여행자가 꿈꾸는 곳 등등 여기까지는 조금 긍정적인 이미지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이미지는 뭐가 있을까. 강간의 왕국, 여성 인권 최악의 나라, 성희롱과 성추행, 계급 사회, 무지한 나라, 소똥을 더불어 굉장히 더러운 곳, 사기꾼의 천국, 여행의 끝판왕 등. 이렇게 나열해보니 이게 정말 한 나라의 수식어가 맞나 싶어 질정도로 극과 극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자들은 인도 여행에 대해서 호불호가 극명한 나라라고 말했다.
내가 첫 해외여행지로 인도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먼저 유일신 종교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다신교라는 문화가 궁금했다. 두 번째로 사진 찍는 걸 좋아했는데 가끔 봤던 인도의 사진들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중요한 가이드북은 치워 놓고 힌두교에 관한 책을 읽고 DSLR 카메라를 챙겨 떠나게 된 것이었다.
여행을 가기 전 내가 생각하고 떠올린 인도에 대한 이미지는 책과 사진을 통해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니 프레임 넘어 이면을 마주하게 된 순간 만들어놓은 틀은 가감 없이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가이드북 대신 힌두교에 대한 책을 읽고 갔으니 그 문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카르마. 업이라고 할 수 있는 말로 전생의 업으로 인해 지금 고통받고 있으니 더 나은 다음 생을 위해 선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시스템과도 같다. 그런데 이게 사기꾼들에게는 다르게 쓰였다.
"넌 돈 많으니 이 정도는 그냥 달라고! 사기? 죄? 괜찮아. 난 갠지스강에서 매일 목욕하니깐."
갠지스강은 힌두교에게 있어서 신성한 곳. 목욕재계를 통해 죄를 씻는단다. 매일 죄를 짓고 깨끗해진다는 참신한 개소리는 흥분한 여행자의 말문을 턱 하니 막히게 만들었다. 차라리 이 문화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면 어이가 없는 걸로 끝나지 않았을까.
인도 사진을 보면 미소 짓는 사진 혹은 깊은 눈동자의 사진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기대하던 그 모습의 이면에는 늘 철저한 자본주의와 무서운 유혹이 함께 했다.
웃으며 다가와 아이 혹은 자기 사진을 찍어달라고 말한 뒤 셔터 버튼을 누르자마자 그들은 손을 내민다. 마치 서비스 비용이라고 해야 할까. 사진에서 미소라면 프레임 너머에는 돈을 빨리 달라는 재촉을 더불어 짜증이 함께 한다. 그럴 때면 난 눈 앞에서 사진을 지웠다. 그런 거짓된 미소가 함께하는 사진은 나에게 의미가 없었다.
재를 바르고 깊은 눈동자의 사두도 다를 바 없었다. 힌두 수행자인 구루 혹은 사두들은 사진을 찍고 팁 혹은 기부를 해야 했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한 서양 여행자가 만들었다. 카스트 제도의 가장 하층민(불가촉천민인 여행자는 자본주의 아래 환영받는다) 수드라인 사람들 중 소똥을 손으로 빚어 말리는 사람이 있었다. 여행자는 그에게 다가가 10루피(160원)를 건넨 뒤 그의 모습을 수없이 찍었다. 속된 말로 하층민이라는 이유로 영혼의 값마저 저렴해야 했다.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거래로 이루어진 눈빛이 카메라에 담겼고, 나는 그 모습 때문에 왔다는 사실이 슬퍼졌다.
친절하게 다가온 사람들은 자기의 목적이 달성되지 못하면 성희롱으로 이어졌고, 미소 뒤에 마리화나 혹은 하시시라는 돌이킬 수 없는 유혹으로 이어졌다. 그러니 내가 마주한 현실은 기대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행은 다양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곳. 실망감도 컸지만 긍정적인 모습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인도의 시장인 바자르를 걷다 보면 가끔 신기한 풍경을 보게 된다. 우르르 모여 있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보다 많은 쓰레기가 버려진 길거리. 그곳을 지나치는데 한 인도인이 나를 바라보며 열정적으로 손짓했다. 온갖 사기꾼들과 마약 판매자들에게 지친 나는 무시하고 지나쳤지만 반복된 산책 속 만난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내가 실망했던 카르마를 그들은 진실로 실천 중이었다. 그들은 길거리의 걸인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나누고 있었고, 그 대상은 외국인인 나를 가리지 않고 오직 선함이라는 의미 아래 모두에게 나눠지고 있었다. 물론 쓰레기는 그들이 떠날 때 모두 정리했다.
어떻게든 여행자를 등 처먹으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진실로 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나에게 너는 손님이 아닌 가족이라며 약을 건네주던 숙소의 아저씨. 대중 교통 수단인 오토릭샤 운전사들의 사기에 지쳐 걸어가다 길을 잃은 나를 도와준 수많은 사람들. 숙소 옥상 식당에서 친해진 아이들이 전해준 따뜻한 관심과 배려들. 힌두 문화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나를 신기해하면서도 좋아하는 사람들은 돈을 받지 않고 자진해서 신전 투어를 해주기도 했다.
이 더러워 보이는 길거리가 비교적 한산해진 무료 음식 나눔이 이루어진 장소다.
어찌 보면 고작 한 달의 여행이었음에도 내가 가진 인도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부정적인 이미지 모두를 만날 수 있었다. 결국 그 이미지가 현실이란 것은 내가 생각했던 '사람 사는 곳이 똑같지 뭐. 괜찮을 거야.'라는 편견으로 무모하게 가기엔 확실히 위험한 곳이었다. 그럼에도 인도만이 가진 종교와 음식 사람 같은 다양성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돌이켜보면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너무 강한 독감 예방 주사를 맞은 것 같다. 살기 위해 수능 때 공부했던 영어 단어가 뇌리를 스쳐가기도 했다. 영어는 생존을 위해 늘었고, 어려움 속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느끼고 알 수 있었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인도를 꼭 가봐야 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고, 인도가 좋냐고 묻는다면 싫어하는 편이라고 답할 것 같다. 하지만 나의 경험이 인도라는 다양성의 나라를 말하기엔 너무나 부족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처음 떠날 때의 힌두 문화가 함께 하는 인도보다는 티베트 문화가 함께 하는 인도 북부는 정말 좋아하고 있다.
이렇게 추운줄 모르고 가진 옷을 다 껴입고 있다. 대표적인 여행자의 거리 혹은 사기꾼의 거리 빠하르간즈
*여성에 관해서는 몇 번을 경고해도 모자랄 것 같다. 분명 위험하고 위험한 곳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인도 남자의 80% 이상이 강간을 당한 여자 잘못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훗날 첫 해외여행인 인도 여행 이후에도 몇 번을 가게 되었는데 항상 사건 사고가 전해져 왔었다. 또한 여성 혼자 여행하기 힘든 곳이기에 자연스레 동행자를 구하는 편인데 이를 노리는 미친 한국 놈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밤에 돌아다니지 않고 외진 곳 및 택시 등 모든 것에 대해 긴장과 함께 날이 선 채 다니길 추천하고 싶다.
만약 인도를 간다면 사기 유형, 괴담, 이동 방법 등 모두 준비해서 가길 바란다. 내가 머물 당시에도 도난, 사기, 성희롱, 성추행을 비롯해 친하다고 생각했던 인도인이 음료에 약을 타 위험할 뻔했던 사람도 있었다. 특히, 제발 마약 같은 것들에는 손 조차 대지 말길 바란다. 호기심이 허용하는 범위가 있고 그 호기심이 사람을 좀 먹거나 인생을 망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꼭 명심하길.
행여나 내가 괜찮았다고, 다른 사람이 괜찮았다고 쉽게 생각하지는 말자. 다른 사람이 아무리 안전하고 잘 다녀와도 내가 당하면 10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