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중 한 여름의 네팔. 나는 안나푸르나 서킷을 하고 있었다. 비수기 중의 비수기인 우기에 길을 걷고 있었기에 트레커보다 마을 사람의 수가 더 많았던 시간. 조용한 길에서 갑자기 길 막힘을 당했다.
"사탕 있어?? 초콜릿은???"
꼬질꼬질한 아이들 둘셋이 모여 나에게 다가왔다. 초콜릿 혹은 사탕을 말하는 아이들. 가방에 조금 들어 있지만 아이들을 위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실을 알기에 그저 고개를 저으며 없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저 목소리가 커질 뿐이었다.
"사탕!!!! 초콜릿!!!"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내 말은 듣지 않고 정해진 답만 하는 자동 응답기 같았다. 쓴웃음을 지으며 아이들을 피해 길을 이어갔고, 안나푸르나라는 히말라야의 멋진 풍경 아래 씁쓸한 마음만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 이후 나는 마을을 지나칠 때 아이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움찔하고 어떻게 피해야 할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몇몇 아이들은 내 카메라를 보고 의도 가득한 모습으로 다가와 사진을 찍혀준 후 달콤한 것들을 달라는 거래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싫다기보다는 그저 슬펐다.
산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 길. 한쪽에 있던 소녀들이 나를 보고는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고, 나는 미소로 답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절차.
"포토...??"
이게 거래인지 단순 좋아서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사진을 찍은 뒤 다가가 보여주었다. 사진에는 찍기 전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 특유의 미소 대신 수줍음 가득 눈을 마주치지 못한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다시금 꺄르르 웃으며 작디작은 손으로 카메라를 감싼 채 하염없이 사진을 바라봤다. 아이들은 나에게 손을 흔드며 인사 후이곳에 온 목적인 물을 뜨기 시작했다.
이 아이들과의 만남이 나에게 큰 흔적을 남겼다. 나는 이러한 아이들을 위해 사탕이나 초콜릿 말고 해 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다시 떠나게 된 장기여행.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바탕으로 한 기계를 준비했다. 약 손바닥만 한 사이즈의 작은 포토 프린터. 비록 인화지가 비싸긴 했지만 히말라야라는 오지만을 여행하게 되었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나는 사진을 찍어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사진을 인화까지 해줄 수 있는 여행자가 되었다. 너무 순수하고 행복해하던 아이들이 전해준 마음은 여행자가 다시 다른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선한 마음으로 변모했다.이러한 선함은 종교, 국경, 인종, 나이를 넘어 그들의 얼굴에 아이들의 미소가 어리게 만들어 주었다.
내가 담은 사진에는 어색 어색한 표정이 많았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인화된 사진을 건네주었을 때 그들의 표정은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가득했다. 이건 온전히 그들을 위한 것이기에 그 행복한 모습을 사진 찍지 못했다고 아쉬워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행복을 전하던 순간의 모습은 내 눈에 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담겼으니까.
오른쪽 꼬마가 양손으로 소중히 가지고 있는 사진. 이 마을의 경우 엄격한 이슬람 마을이라 카메라를 거부하는 편인데 사진을 전해주는 모습을 보곤 어른들조차도 좋아해주셨다.
인화된 사진을 건넸을 때 마주하는 그들의 미소
사진을 받은 후 수줍어하는 아이의 미소
히말라야를 떠돌아다니다 다시금 찾아가게 된 안나푸르나 서킷. 지난번처럼 높은 고개를 지나 마르파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조금 일찍 머물게 된 까닭에 산책을 나섰고 얼마 가지 못해 길 막힘을 당하게 되었다.
"달콤한 거 있어??"
엄격, 근엄, 진지. 이 세 가지의 표정을 보이는 아이들. 마치 통행료를 걷는 산적과도 같은 당당함이 보였다. 나는 장난기 어린 미소로 답했다.
"달콤한 건 없는데 사진은 있어. 한 장 찍을래?"
처음엔 갸우뚱하는 아이들. 하지만 곧 손바닥만 한 기계에서 사진이 나오자 아이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사진을 받자마자 뛰어 들어가 마마를 외치는 아이. 아이들은 달콤한 것들을 강탈할 때와 달리 어느새 나에게 찰싹 달라붙어 작은 손을 포토 프린터기에 붙이고 있었다.
"달콤한 것보다 사진이 낫지??"
"응!!"
비록 내가 사탕이나 초콜릿 같이 순간적인 달콤함은 못 주지만, 너희들이 모른 채 지나갈만한 어린 시절의 달콤함을 오래도록 남겨주고 싶어 준비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