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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Sep 24. 2023

[상념] 인정,

하는 게 중요할까, 받는 게 중요할까,

갤럽에서 진행하는 강점 진단을 했다. 

34가지의 강점을 점수 순대로 나열하는 것이라 전 세계적으로 정확하게 일치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하였다. 


30여분의 기나긴 검사 끝에 나온 결과,

근데 막상 성적표를 받아 보니 하이라이트 쳐진 상위 10가지 강점에는 전혀 눈길이 들어서지 않았다. 

하위 5개 강점, 

말이 좋아 강점 순이지, 거꾸로 하면 약점 순인 게 보였다. 


34. 긍정

33. 미래지향

32. 포용

31. 사교성

30. 복구


대충 부정적이고, 현실지향적이고(미래를 믿지 않고), 포용력이 없고, 따왕이고, 회복탄력성도 낮다. 뭐 이런 내용으로 이해된다. 


참 검사가 어찌 이렇게 직설적인지, 뼈를 맞은 것만 같았다. 

예전에는 억지로라도 긍정의 아바타라고 되뇌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딱히 그럴 일도 생각도 없다. 

그래도 저런 성향에 아재들처럼 술도 안 마시는데 회사 생활을 그럭저럭 하는 거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물론 더 뻗어나갈 수 있는걸 나 스스로 제한하고 있긴 하겠지만, 난 족하다. 그저, 안분지족일 따름이다. 




부모님은 어릴 때 내게 항상 말을 했다. 

"넌 형보다 머리가 나쁘니까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해" 

내 기억에 초등학교 첫 시험 이후 내가 형보다 시험 등수가 낮았던 적은 없는 거 같은데 왜인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항상 저 말을 듣고 살았다. 

모두가 오은영 선생님인 요즘 같은 세상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스라이팅이지만, 그땐 그랬다. 

그래서 난 그저 형보다 잘하고 싶고 그저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공부를 했다. 

시험을 보고 와서 높은 성적을 받아 '칭찬'을 듣고 싶었다. 인정받고 싶었다. 

이런 나의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모를 성향 덕분에 부모님은 굳이 성적 획득에 별다른 보상 유인을 걸지도 않았다. 

기숙사에 살았던 고등학교에 가서야 보통의 다른 친구들은 시험을 잘 보면 무언가를 보상으로 받는다는 것을 선히 목도할 수 있었다. 

이렇게 나는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자라났다. 




요즘 어쩌다 보니 신입사원 친구와 페어가 되어 일을 하게 되었다. 

지금껏 함께 일한 후배들은 자의든 타의든 다 내 곁을 떠났었기에, 다들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 친구를 바라보았다. 나 조차도 그랬으니.. 

아마 내가 연차가 얼마 되지 않았으면 답답해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 친구가 하는 행동들이 그저 귀엽기만 하다. 내가 두 번 세 번 챙기지 않으면 놓치는 게 계속 튀어나오고 있어서 불안은 한데, 그렇다고 그게 화가 날 정도는 아니다. 

내가 저 신입사원 시절에는 사람 행실도 제대로 못 했는데, 그래도 저 친구는 그 이상인 거 같기는 하다. 

잘하고 있다고 인정을 해주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그렇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이렇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친구는 내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의도와 뉘앙스를 잘 이해할까도 걱정된다. 

새로운 일도 큰 도전이지만, 이 친구를 밥값을 하게 만드는 것도 큰 도전이다. 

"인정"을 해주면서 좋은 선배라 "인정"도 받고 싶다. 



인정, 그렇다. 

그저 나도 누군가에게 흔하디 흔하더라도 여느 '꽃'이 되고 싶고, 

그저 나도 누군가를 감히 '꽃'이라 명명해주고 싶다. 


참, 어여쁘다. 

그저 그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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