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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Sep 01. 2023

[단상] 본업,

나는 무어지,

#본업

기안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덱스가 말했다

"본업 할 때가 제일 멋있어."

나도 그 의견에 동조하며 티비를 보다가 문득 부러워졌다

남들이 내가 뭘 할 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일반 기업에서 별다른 특기 없이 엑셀과 워드를 오가며 개선, 강화, 변경 이런 단어나 끄적이고 있는 나의 본업은 뭘까

사실 내가 하는 일은 누가 와도 할 수 있다. 다소 시간이 더 오래 혹은 더 짧게 걸릴지언정 결국은 다 위에서 원하는 대로 적어가는 일이라 결코 어렵지 않다

이래서 문송하다고들 문망하다고들 하는 걸까

지금에서라도 본업이란 걸 만들까 하다가도 쉬이 내려놓는다 가지는 노력에 대비하여 얻을 수 있는 게 얼마나 클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어찌 보면 내가 게을러서 본업을 가지지 못하는 것일까

십수 년간 해온 일이 전문성으로 남지 않는 건 다소 아쉽다

궁금하다, 십수 년 뒤 나의 본업은 무엇일까, 



#사회성

I라고 단순히 표현하기에는 사회적 지능이 떨어지는 편이다. 


저녁 약속이 잘 없다. 

술자리가 불편하고, 5명 이상 있는 자리에서는 기운이 쇠한다. 

회사에서 교육이든 출장을 가면 늘 일찍 방에서 잠들기 일쑤다. 그래서 추억이나 기억은 잘 없다. 

그냥 그게 편했다. 불편한 자리에 억지로 거짓 웃음을 지으며 시계만 흘깃흘깃 보고 싶지 않았다. 


점심도 혼자다. 

누가 먹자고 하지 않는 한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하지 않는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도 있고, 후배들은 내가 먹자고 하면 심히 불편해할 것만 같고, (왜냐면 내가 어린 시절 한참 위의 과/차장들이 그랬다면 마음이 영 편친 않았었기 때문에), 특유의 아재/꼰대 심리로 아랫사람에게는 내가 사줘야지라는 심정과 돈 없어의 심정이 혼재되면서 그냥 내려놓기 마련이다. 

그래서 편한 동기들이 아니고서야 굳이 같이 점심을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근데 이러한 나의 상황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 


이번 주 합숙 교육 운영 기간에 이런 나를 챙기는 캐릭터를 만났다. 

물론 나라서 챙기는 게 아니라 이 친구 성향 자체가 으쌰으쌰 하고 이야기하고 노는 걸 좋아하는 캐릭터라 그렇긴 하겠지만 혼자 산책이나 돌다 잘 생각이었던 나를 굳이 여러 번 불러 저녁 자리에 불렀다. 

이런 내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굳이 불러줘서 고맙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나도 저런 끼인 위치면 저럴 수 있을까, 아니겠지. 

그래도 참 좋은 장점인 거 같아 기억에 남겨야겠다. 



#잘 파,

요즘 어린 세대들은 자신들을 마치 별종처럼 규정하는 걸 싫어한다지만, 

요즘 어린 세대들의 성향이 궁금하다. 

내가 그 세대들의 세상에 직접 들어가지 않는 한 알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 정리해서 좀 알려줬으면 좋겠단 생각마저 들었다. 잘 이해해야 내가 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이번 출장에서 많은 것들이 궁금했다. 


요즘 애들은 사내연애를 쿨하게 공개할까?

요즘 애들은 클럽을 다니나? 홍대 클럽 다 죽었다던데? 

요즘 애들은 왜 축구유니폼을 평상복처럼 입고 다닐까? 

요즘 애들은 술을 잘 안 마실까? 내 친구들은 이 맘 때 절반은 술에 절어 있었는데.. 

요즘 애들은 왜 이리 운동을 열심히 할까? 내 친구들은 헬스장 다니는 애들은 거의 없는 거 같은데.. 

저 친구들은 날 어떻게 바라볼까? 내가 어릴 때 재수 없게 봤던 그 사람처럼 볼까? 

지구오락실이 나오기 전에는 대체 어떻게 레크리에이션을 짰을까? 



#여행

순간순간 여행을 퀘스트로 생각하고는 한다. 

2011년 파리에서의 그 미친 듯이 좋았던 감정을 잊지 말아야겠다. 

아침 새벽같이 루브르를 퀘스트 깨듯이 깨고 튀어나온 뒤 늦여름 햇살에 이끌려 슬며시 누웠던 철제 의자에서의 그 폭신한 느낌을.. 

그게 여행이고 그게 추억이다. 

여행의 목적이란 단어조차 생각하지 말자.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면 어느새 흘러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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