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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Oct 08. 2023

[단상] 지로 코크 플리즈,

내가 변할까, 세상이 변할까, 모두 변할까,

#세상이 모두 제로,


우리나라만 제로 코크 천국인줄 알았는데, 전 세계가 제로 일색이었다.

코로나 전만 해도 비행기에서는 제로코크는 없었고, 다이어트 코크를 달라고 하면 회색 빛깔의 코크 라이트를 내밀었었다. 코크 라이트는 제로와 유사한 단맛이 없어 내심 아쉬웠는데 이제 당당하게 비행기에서도 제로코크를 달라고 할 수 있고, 자연스레 꺼내어준다.

제로의 세상이 마침내 재림했다.


2005년,

학교에서 돌아와 씻은 뒤 머그컵에 얼음 5개를 넣은 뒤 제로콜라를 그득 따라 마시는 행위는 매우 경건했다.

하루의 마무리가 이루어지는 의식 같은 것이었다.

숱한 사람들은 이런 나의 취향을 듣고 맛없는 제로를 마신다고 폄하하기 일쑤엿지만, 난 굴하지 않았다.

맛있었고, 살이 찌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있어 죄악감이 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모든게 제로로 바뀌었다.

코크도 펩시도 맥콜도 밀키스마저도... 세상의 모든 음료가 제로를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

자신들이 제로 중에 최고라고 외친다.


나 혼자 흡족해한다, 나는 선구자였어.



1994년,

학교에서는 손에 왁스걸레를 끼우고 개구리 자세로 마루바닥을 왁스칠을 했다.

왜 손으로 해야할까? 왜 구부정한 자세로 불편하게 해야할까?

발에 끼우면 체중이 실려 더 잘 닦이지 않을까?


몇년뒤 발로 닦는 걸레와 먼지털이가 시중에 나왔다.



1997년,

학교든, 학원이든 엎드려 자기 일쑤엿던 난, 손목 시계에 진동 알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내가 가지진 못했던 삐삐도 진동이 되는데, 왜 시계는 진동이 되지 않을까?

손목에서 진동이 울리면 엎드려 자다가 바로 깰 수 있을텐데! 라고 생각하며 내심 아쉬워했다.


지금 내 손목의 애플워치는 수시로 진동을 내게 전한다,



2012년,

배달이 되는 집도 있고, 포장만 되는 집도 있고, 다양한 음식점들이 있었다.

중국집이나 피자집은 3~4명의 배달원을 고용해서 끊임없이 배달 오토바이를 굴렷다.

왜 전문 배달업체를 아웃소싱해서 쓰지 않을까 궁금했다.

이 당시에도 단순 오토바이 심부름업체는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안 있어 세상은 배달의 민족 오토바이로 뒤덮였다.



아마, 나만 이런 생각을 한건 당연히 아닐 것이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모이고 모이다 보니 결국 세상에 상품으로, 서비스로 나온 것이겠지.



여하튼,

이젠 비행기에서 다이어트 코크라 외치지 않게 되어 참 기쁘다.

몸집은 작지 않으면서 다이어트를 외치는게 모순적인 행동으로 보여질까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결국,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참 기쁘다.



#결제,

애플페이 만세다,

애플페이 만세를 외치게 될 수록 삼성페이를 무기로 애플페이 도입을 막아온 삼성이 너무 야속하다.

해외결제 시 포인트 적립률이 매우 높은 나로서는 해외에서 애플워치 하나만 있으면 된다.

환전도, 카드 플레이트도 필요없다.


지난 시드니에서 느꼈던 감정을 이 곳 런던에서 다시 느끼고 간다,

초연결 사회에서 나라마다 규제 때문에 소비자의 후생을 해치는 방향으로 결제 시장이 형성되는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얼른 많은 이들이 해외에서 애플페이를 경험하고, 그 편리함을 처절히 느꼈으면 좋겠다.



#이상기후,

덥다, 아직 덥다.

경량패딩까지 가져왔지만 입을 일이 없다.

저녁에도 반팔로 버틸 정도니 말이다.


이 곳 처자들은 낮에는 브라탑만 입고 다닌다, 10월임에도, 더우니까.  

오히려 다들 입고 다니니까 전혀 야하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러운 의복이다.

우리나라도 점점 더 더워지면 이렇게 바뀔 수 있을까?

궁금하다, 패션이 전파가 될 지, 고유의 문화는 고유의 문화대로 유지가 될 지,


어쩌면 너무 틀에 박힌 사고를 해서 너무 틀에 박혀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구온난화가 이길 것인가, 유교주의가 유지될 것인가,

다만,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건 결국 햇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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