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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이 Feb 15. 2022

Contergan의 비극을 아시나요?

1960년대 독일에서 일어났던 약물 스캔들

독일에 온 이후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팔과 다리가 짧은 장애인들을 길에서 종종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도대체 저들은 왜 짧은 팔을 가지고 있을까 하고 의문을 품었다. 이 장애의 원인은 약물이다. 이들의 엄마가 임신 초기에 복용했던 약물로 인해 태아 관절에 영향으로 받아 짧은 팔다리와 손 발가락 기형을 가지게 된 것이다. 독일에서 이런 아기들이 1960년대 초기 수천 명이 태어났다. 이것이 콘터간 스캔들(Contergan Scandal)이다.


얼마전 독일어 수업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일이 있어 이 주제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공부하여 프레젠테이션을 치렀다. 위키페디아와 몇 편의 큐멘터리, 콘터간 재단 등에서 자료를 찾아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 그 내용이 너무나도 비극적이라 몸서리쳤다. 피해자가 몇 천에 이르는 임산부와 아기라는 점, 재판이 가해자의 처벌없이 끝났다는 점, 생존자들이 아직도 피해보상에 불만족스러워한다는 점 등에서 여러모로 안타까운 사건이라 볼 수 있다.





콘터간은 1950년대 후반 그류넨탈(Grünenthal)이라는 제약회사에서 계발해서 1960년대 초반부터 독일에서 수면제 혹은 진정제로 팔렸다. 당시 사람들은 이 약물을 의사의 처방전없이 구입할 수 있었으며 누구나 집안의 서랍장을 열면 굴러다니는 그런 보편적인 약물이었다. 독일에서만 5백만명 이상이 이 약물을 복용했으며 1만 명 이상이 약물의 부작용에 시달리거나 사망했고 2400명이 아직 살아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야기는 1950년대 중반 그륜넨탈 제약회사의 두 과학자 Dr. Kunz 그리고 Dr. Keller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탈리도미드라는 진정제 성분의 약물계발에 성공하여 동물실험을 마쳤다. 실험도중 탈리도미드가 간질환자의 발작에 진정효과를 보이는 것에 착안하여 진정제 혹은 수면제로 콘터간이라는 이름을 붙여 시중 판매가 시작되었다. 광고에 힘입은 콘터간인기리에 팔려나갔고, 누구나 처방전 없이 손쉽게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었으며, 국내에서의 성공적 매출에 힘입어 해외 판매 라이센스 계약까지 맺게된다.


 

당시 시중에 판매되었던 콘터간. 이미지 출처 www. welt.de


그 후, 콘터간이 임산부의 입덧 감소효과가 있다는 말에 많은 임산부들이 이 약을 복용한 것이 큰 화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1961년 팔과 다리가 짧거나 손발가락이 기형인 아이들이 태어났기 시작했다. 크레펠트 종합병원에서만 10개월만에 13명의 관절기형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적으로 몇 명의 관절기형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났는지에 대한 정확한 집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2차대전 도중, 히틀러 정권이 장애아들을 데려다 집단으로 학살한 사건으로 인해 전후에도 여전히 아이의 장애여부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터부시 여겨졌기 때문이다. 팔과 다리가 짧은 아이들이 속속 태어나자 부모들과 과학자들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원자력 피폭이나 텔레비전 전파누출 혹은 배우자의 알콜중독 등 여러가지 원인을 추측해볼 뿐 그 누구도 정확한 원인을 짐작할 수는 없었다.

콘터간 장애를 가진 어린이. 출처 Spiegel.de



콘터간과 태아기형의 상관관계를 밝혀낸 렌츠 박사

그러던 중 함부르크의 소아과 의사인 렌츠 박사가 콘터간과 태아의 관절기형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사실을 밝혀낸 후 그류넨탈 제약회사에 연락하여 약물의 심각한 부작용에 대해 밝혔으나 제약회사는 별다를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박사는 즉각 보건복지부로 찾아가 이 사실을 알렸지만 역시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반응을 얻어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약물 설명서에 임산부 복용금지라는 안내문을 넣자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렌츠 박사는 1961년 11월 26일 일요일에 벨트 암 존탁(Welt am Sonntag)이라는 신문사에 자신의 연구내용을 무기명으로 기고하게 되는데, 이 단 한 건의 기사는 독일사회에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반응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그류넨탈 제약회사는 다음날 즉각 시중에 배포된 약물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스캔들은 사회곳곳에서 또다른 스캔들을 낳았다. 장애 아기(독일에서는 콘터간 복용으로 인해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을 콘터간 어린이라고 불렀다)를 죽인 범죄자 부모, 아기를 고아원에 버린 비정한 부모, 임신기간에 콘터간을 복용한 한 미국의 유명인이 낙태가 금지된 미국을 떠나 스웨덴에서 낙태를 한 얘기  콘터간 스캔들은 독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후폭풍을 몰고왔다.




이런 세간의 관심은 재판으로 이어졌다. 워낙 피해자가 많고 자료가 막대한 지라 피해가 속출한지 몇 년이 지나 재판이 시작되었다. 이 재판은 애초에 피해자의 보상을 위한 재판이 아니라 9명의 그류넨탈 임직원을 재판할 형사재판으로 시작되었다. 1968년 아헨에서 시작된 콘터간 재판은 구름처럼 몰려든 인파로 인해 재판소의 공간이 너무 좁아 아헨 인근의 카지노를 빌려 재판을 진행해야할 정도로 사회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1968년에 열린 콘터간 프로세스. 출처 www.gettyimages.de


피해자 중 312명이 공동원고로 인정됐는데 그들의 대리인은 쾰른 대학교의 법학교수이자 변호사인 로버트 슈나이더였다. 그 역시 콘터간 장애를 입은 아기의 아버지였다. 증인은 총 120명이었고  재판은 283일동안 진행되었다. 재판이 중반을 지날 무렵 공동원고의 대리인인 변호사 슈나이더 씨는 제약회사 그류넨탈과 보상체결에 합의하였다. 여기에는 피해자에게 지급될 월 보상금, 한 번에 지급될 일회성 보상금과 함께 '추가의 소송제기 불가'라는 조건이 붙었다. 이에 덧붙여 그류넨탈은 재단을 설립하여 콘터간 피해아동을 지원할 것을 약속하였다.


 283일동안 진행되었지만 재판은 이렇다할 결말없이 종결되었다. 가해자 중 아무도 처벌받은 이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아래와 다.


1. 9명의 피고에게 형을 구형하기에 이들의 범죄행위가 미미함.

2. 그류넨탈 제약회사가 회사차원에서 이미 피해자들과 보상 체결을 끝냈음.


이리하여 콘터간 스캔들은 가해자 측으로부터 피해자 측으로의 보상만 이루어 졌을 뿐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없이 사건이 종결되고 말았다.


많은 사람이 죽었고 평생을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엄청난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 사실은 오늘날 우리의 시각으로는 이해가 안되지만 당시의 시각으로 보면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당시에는 제약회사에서 약을 출시할 경우 오늘날처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동물과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약회사에서 출시될 약물을 검사하고 규제를 할만한 기관도 부재했다. 그러므로 약물에 대한 실험과 검사는 오로지 그 약물을 만든 제약회사의 몫이었다. 제약회사 그류넨탈은 당시에 행해지던 일반적인 과정을 거쳐 약물을 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콘터간 스캔들은 당시 그러했던 관행을 바꾸는데 큰 기여를 한 사건이었다. 이 스캔들 이후로 독일에서는 곧 출시될 약물을 검사하고  허가를 결정하기관인 BfArM (Bundesinstitut für Arzneimittel und Medizin Produkte) 설립했다.



1958년 코터간 광고. 출처 www.aerzteblatt.de

1946년에 아헨에서 설립된 제약회사 그류넨탈은 스캔들 이후에도 건재하게 성장을 거듭해 현재 47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그류넨탈 건물 앞에는 현재 예순이 넘은 콘터간 피해자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스캔들 이후 판매가 금지되었던 콘터간의 성분인 탈리도미드는 1990년대에 들어서서 결절성 홍반과 다발성 골수종 치료를 위한 약물로 다시 승인되었다. 탈리도미드는 1990년대 남미에서도 판매가 되었는데, 글을 읽지 못하는 임산부의 복용으로 인해 여전히 콘터간 장애아기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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