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예'라고 말하는 법

빅터 프랭클의 의미 치료

by 안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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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에서 가장 마음 아픈 순간은 내담자가 눈물을 흘리며 이런 질문을 던질 때입니다. "선생님,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요. 도대체 이런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냥 죽는 게 낫지 않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 불치병, 감당할 수 없는 빚... 인생은 예고 없이 우리를 지옥으로 밀어 넣곤 합니다. 수많은 절망을 목격하며 제가 깨달은 것은,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은 '쾌락'도, '성공'도 아닌 바로 '의미'라는 사실입니다.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돌아온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왜 살아야 합니까?"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고통도 견뎌낼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남은 최후의 자유

빅터 프랭클은 나치 수용소에서 가족과 직업, 존엄성, 심지어 이름까지 모든 것을 빼앗겼습니다. 발가벗겨진 채 언제 가스실로 끌려갈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그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나치는 그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갔지만, 단 하나는 절대 건드릴 수 없었습니다. 바로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빵 한 조각을 위해 동료를 배신했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의 마지막 빵을 굶주린 동료에게 양보하고 기도해주었습니다. 똑같은 지옥이었지만, 누군가는 짐승이 되었고 누군가는 성자가 되었습니다.

상담실에서 저는 환경을 탓하는 내담자들에게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바꿀 수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상황을 바라보는 당신의 태도는 오직 당신만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인간이 가진 최후의, 그리고 최고의 자유입니다."


고통은 의미를 찾는 순간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프랭클은 수용소에서의 끔찍한 경험과 그곳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새로운 심리 치료법을 창시했습니다. 바로 '의미'를 뜻하는 그리스어 '로고스(Logos)'에서 이름을 딴 로고테라피(Logotherapy)입니다.

이 로고테라피의 핵심은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 입니다. 프랭클이 수용소의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붙들었던 니체의 저서 『우상의 황혼』 속 문구처럼, 살아야 할 이유(Why)가 있는 사람은 어떤 방식(How)의 삶도 견뎌낼 수 있습니다.

프랭클은 절망에 빠진 수용소 동료들에게 미래의 의미를 상기시켰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다시 만나야 할 자식이,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이와 꼭 살아서 다시 만나자고 했던 간절한 약속이 삶의 의미였습니다.

제가 만난 한 내담자는 자식을 잃은 끔찍한 고통 속에 있었지만, 그 고통을 '다른 유가족을 위로하는 상담 봉사'로 승화시켰습니다. 그녀에게 자식 잃은 슬픔은 더 이상 무의미한 형벌이 아니라, 타인을 살리는 고귀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고통은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더 이상 우리를 파괴하는 고통이기를 멈춥니다. 그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되고, 성취가 됩니다.


삶이 당신에게 질문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프랭클은 관점을 180도 바꿉니다. "당신이 삶에게 묻지 마라. 삶이 당신에게 묻고 있다."

지금 당신에게 닥친 시련은 삶이 당신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이 고통 속에서 너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어떤 태도로 응답할 것인가?"

우리는 말로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행동과 태도로 삶에 응답해야 합니다. 비록 지금 당신의 삶이 잿더미처럼 보일지라도, 그 안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의미의 불씨가 숨어 있습니다.


비극 속에서도 낙관을 노래하라

프랭클은 '비극적 낙관주의(Tragic Optimism)'를 제안합니다. 고통(Pain), 죄책감(Guilt), 죽음(Death)이라는 비극적인 3요소 앞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In spite of)" 삶에 대해 "Yes"라고 말하는 태도입니다.

지금 너무 힘드신가요? 그렇다면 아직 당신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고통은 당신이 더 단단하고 깊은 사람이 되기 위한 서막일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말해주십시오. "나는 이 시련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내 고통은 누구를 위한 빛이 될 수 있는가?" 그 의미를 찾는 순간, 당신은 지옥 한가운데서도 천국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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